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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Jul 07. 2024

아이슬란드 대스타 논니님께


안녕하세요 논니님.

아니, 논니씨, 혹은 Mr. Nonni라고 불러야 할까요? 혹은 그냥 논니라고 불러 볼까요. 아무래도 논니님이 좋겠어요. 팸플릿 커버에 실린 친근한 모습의 당신이 떠올라요.




먼저 사과부터 하렵니다.  

당신이 아이슬란드의 아퀴레이리 출신 정도인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당신의 책이 40여 국가에 번역이 되었고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읽히고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지요.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말이에요!   




오늘 당신이 열한 살까지 살았던 집에 다녀왔어요.

실은 어제에 이어 두 번째였어요. 박물관에 가는 김에 그냥 그 앞에 있는 작은 옛날 집에 들러본 거였는데…



오후 4시였어요.

문 앞에 섰는데 이상하리만큼 주변이 고요했어요. 아닌 척하면서 주변 사물들이 저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사알짝 문을 열자 강렬한 나무 향이 확 풍겨왔어요. 호흡을 고르며 안으로 한 걸음 떼자 나무바닥에서 끼익 소리가 났어요. 살며시 문을 닫고 조심스럽게 좌우로 시선을 돌리면서 입을 꾹 다물고 침을 꿀꺽 삼켰어요. 거기는 세트장이 아니었어요. 정말 누군가의 집이었어요. 심지어 백 년 전의 집이었죠! 일곱 난쟁이네 집에 무단침입을 한 백설공주가 떠올랐어요. 당신의 집에 내가 들어온 거예요. 나 혼자요.




실내를 비춰주는 햇살이 어찌나 곱던지요.

열한 살 소년이 머물렀던 의자, 탁자, 당신 어머니의 손때가 뭍은 장식장과 작은 소품들. 거실에서 부엌으로 들어가 다시 응접실로 이어지는 그 공간은 그냥 그때의 그곳이었어요. 하루의 일과를 끝낸 누군가가 막 들어올 것만 같은 그곳이 지금은 기념비적인 장소라는 인식은 이따금 탁자에 놓인 작은 종이 설명서를 발견할 때뿐이었어요.



한때 이 집에 네 가족, 그러니까 열여섯 명의 아이들과 네 명의 어른들이 모여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당신이 태어난 1857년 당시의 상황은 얼마나 열악했을까요? 당신의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한 후에 당신의 어머니는 다섯 아이를 데리고 얼마나 암담했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프랑스인 후원자가 생겨 프랑스로 떠나야 했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엄마와 아들이 프랑스 백작의 제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탁자 맞은편에 가만히 앉아 보았어요. 엄마와 아들은 알고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하지만 엄마도, 아들도 울지 않았어요. 침묵만이 둘 사이에 가득했지요. 맞은편에 앉은 저만 조용히 울고 있었어요. 이후 1944년에 독일에서 88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당신은 어머니를 다시 만나지 못해요. 자신의 어린 시절 아이슬란드 자연환경에서의 모험을 바탕으로 쓴 Nonni 시리즈는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고요.



Not much was said. Nonni saw his mother shed tears for the first time. The sound of silence was loud. The 12 year old man began hi& lifelong journey, a memory of a wonderful childhood burned for ever in Nonni's mind. Copenhagen was the first stop of his unexpected journey, year later France where he studied to become a Jesuit priest, later travelling the world.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논니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침묵의 소리만이 크게 들렸습니다. 그렇게 열두 살 소년의 평생의 여정이 시작되었고, 어린 시절에 대한 멋진 기억이 논니의 마음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독일의 코펜하겐은 그가 예상치 못한 여정의 첫 번째 정거장이었고, 1년 후에는 프랑스에서 예수회 사제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고, 이후 그는 세계를 여행하게 됩니다.

-       탁자 위에 놓인 설명서에서






당신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편지로만 연락을 하게 돼요. 

어머니는 가난하더라도 늘 몸가짐을 바르게 할 것을 당부하셨죠. 그래서일까요. 당신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그림책에도 맑고 선한 메시지가 많다고 해요.  

어머니 시그리드르의 건강 규칙


매일 찬물로 온몸을 씻고, 피부가 따뜻해지고 혈액이 빠르게 순환하도록 문지르거라.

몸에 직접 닿는 옷은 항상 울로 된 것을 입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잘 입거라.

음식을 많이 먹지 말고, 식사 사이에 절대 간식을 먹지 말거라. 저녁에는 기름기가 적은 가벼운 식사를 하거라.

매일 운동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거라.

식사와 함께 약하지 않은 커피나 차 한 잔을 마시고, 물은 식사할 때나 목이 마를 때 마시거라. 건강에 좋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거라.

가볍고 얇은 침구를 사용하고, 풀밭처럼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사용하거라.

오른쪽으로 누워라. 이는 위에 더 편안하다.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거라. 그러면 북쪽의 자기장이 신경 전류에 가장 잘 영향을 미친다.

음식을 먹은 후 한 시간 동안은 정신적인 활동을 하지 말거라.

채소를 많이 먹거라, 건강에 좋다.

구운 빵을 먹거라, 더 건강하다. 구운 빵을 물에 담가둔 것을 마시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 위층의 당신 방으로 가봤어요.

가난한 소년은 여기 누워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해요.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꿈꿨죠. 세계 여행에 대한 당신의 꿈은 당신이 여든이 되어서야 이루어져요. 드디어 당신은 아시아에, 그중에서도 일본에 가게 되지요. 그곳에 1년간 머물면서 자신의 고향 아이슬란드와 동포들에 대한 진심 어린 강연을 5000번 이상 했다고 해요. 매번 천명 이상의 청중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고요. 그렇게 당신 일기에 기록되어 있다지요. 정말 대단해요 논니님! 그때 우리나라에도 와주셨더라면!  



소년은 농장에서 일한 대가로 동전을 모아 엄마 아빠를 위한 커피잔 두 개를 샀어요. 

당신이 떠나기 전, 어머니는 그 잔에 커피를 따르고 케이크 한 조각을 당신에게 대접해 주었어요. 마지막 만찬이었을까요.   






집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설명 글은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일까요?

아니면 그냥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일까요? 뭐 상관없어요. 그 이야기는 모두 살아있는 존재로 제게 왔으니까요.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에도 이 집을 피난처 삼아 하루하루 버텼을 이들을 생각해 봐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모험을 꿈꿨을 당신을 생각해 봐요. 타국에서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했을 어린 당신을, 젊은 시절의 당신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로 써 내려가는 당신을, 그리고 80세에 이르러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여행을 하게 된 당신을, 8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글쓰기를 이어간, 꿈꾸는 자, 모험가, 실행가였던 당신을, 여기 당신의 집에서 꿈꿔봅니다.






이제 저도 새로운 곳으로 떠납니다. 더 북쪽으로 가요.

고국을 떠났을 때 당신은 혼자였지만 또 결코 혼자가 아니었지요. 당신에게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이야기에는 꿈이 스며 있었지요. 이제 그 이야기는 마법 가루가 되어 제게 스며들었어요. 고마워요 논니님. 그 마법 가루, 잊지 않을게요.



또 올게요.





내겐 너무 눈부셨던 그녀! 아이슬란드 북부 도시 아퀴레이리(Akureyri)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아퀴레이리에서 간 곳:  


Oddeyrarskóli 초등학교

Akureyri Junior College 대학교

Akureyri Municipal Library 공립도서관

Hof Cultural and Conference Centre 문화센터

Penninn Eymundsson Akureyri 카페 겸 서점

Fornbókabúðin Fróði 중고 서점

Akureyri Art Museum 아트 뮤지엄

Nonnahús 박물관

Akureyrarkirkja 루터교회

Akureyri Swimming Pool 공공 수영장

Akureyri Botanical Garden 식물원

Akureyri Sports Field 스포츠 경기장

Akureyri Cruise Terminal 크루즈 터미널

Krónan Akureyri 대형슈퍼마켓

Pylsuvagninn á Akureyri 핫도그 판매대

Kristján's Bakery 베이커리

Kaffi Ilmur 레스토랑

Vorhús 생활용품점 (기념품가게)

FE GISTING 머물렀던 숙소


실은 많은 시간 그저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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