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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천둥벌거숭숭이
Dec 03. 2024
완전한 행복은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정유정 소설 완전한 행복
영해 게스트하우스 덕스는 작은 도서관이다.
2주간 도시탈출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었다.
작은 도서관 서재에 꽂혀있던 [완전한 행복].
세상에 완전한 행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완벽한 제목이다.
약 15km 트레킹을 한 후에도 쉬이 잘 수 없었던 것은 그 다음장이 궁금해서였다.
거실 테이블에 모여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다.
조각조각의 시간들을 쥐어짜 내어 가까스로 다 읽어내고야 말았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호기심과 집중력을 불러일으키는 굉장한 책이다.
게스트하우스 덕스 안의 작은 도서관
화자가 여러 명이 되어 다양한 사람의 시각이 단 한 사람에게 모여있는 이야기다.
단 한 사람. 유나에 대한 이야기.
유나의 아이 지유는 똑똑한 아이다.
또래들보다 영리한 탓에 분위기의 흐름을 잘 읽는다.
그런 영특한 아이가 단 한 사람의 눈치만을 본다.
그 사람은 바로 엄마 유나.
때로는 무섭고 단호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주지 않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
엄마와 있는 시간보다는 외할머니와 있는 시간이 많다.
때로는 외할머니집이 아닌 오리먹이를 줄 수 있는 저수지가 있는 집으로 향하는 때도 있다.
그곳에 갈 때면 1,2층이 분리된 공간에서 외로이 2층을 지킬 때가 많았다.
얌전히 엄마를 기다리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지유에게는 엄마에게 사랑받는 일이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재인은 유나의 언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삶이지만, 자기애가 강한 동생으로 인해 재인은 타인에 대한 시선을 굉장히 신경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나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의 질투와 시기가 유난했다.
예쁜 물건이 있으면 모두 동생 것이어야 했고, 칭찬은 동생만의 것이어야 했다.
영악하게만 보이는 동생에게 부모님은 사랑을 마음껏 주었다.
말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동생에 대한 배려만을 강요했다.
그러한 일들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저절로 당연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차라리 좋았다.
동생의 시기질투를 알았던 아빠의 지원으로 자취방을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가족이지만 안 보고 사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동생이 이른 결혼을 하고, 동생만 찾던 엄마가 나와의 동거를 원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들어온 집은 동생의 흔적이 가득하다.
심지어 동생은 시끄러운 이혼을 하고 딸아이를 자주 집에 맡기고 사라졌다.
동생의 딸아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그 눈빛에 쉬이 다가갈 수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
안쓰러운 나와 같은 그 아이 지유가 나에게로 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은호는 오늘도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또 끝없이 차갑다.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내는 결혼 후 마치 숨겨온 발톱을 드러낸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매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여러 보이기만 하다.
이 전 결혼에서 데려온 나의 아들과 유나의 딸아이는 또래다.
잘 지내면 좋을 텐데, 아이를 돌보아주시는 어머니와 아내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 내 탓이다.
아이들과 어머니, 우리 부부가 한 집에서 묵는 날.
며칠 전까지만 해도 냉랭했던 부부사이였기에 오늘도 거짓말로 어머니에게 거절을 말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을 때 아내가 들어왔다.
마음이 풀렸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가족들끼리의 식사시간이 시작된다.
어머니와 아내는 여전히 냉전상태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몸이 약한 아들은 밖에서 하는 활동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축구공을 사주었다.
집 안에서 공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에게서 괴성이 튀어나온다.
아들이 아내의 딸아이에게 공을 가지고 공격했다는 것이다.
추궁하는 아내에게 몰려 아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심한 꾸중을 해 버렸다.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나조차도 잘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호흡이 가빠져와 금세 지친 아들을 보며 자괴감에 쌓인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랑하는 아내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아들도, 어머니도, 아내도 있다.
사색이 깊어진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행복은 덧셈이 아닌 뺄셈이다.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는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 있다.
굉장히 명확하면서도 무서운 생각이다.
불행의 요소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들을 내 삶에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귀결한다.
유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이지적이고 차갑지만, 때로는 다정하고 세심하다.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지만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우리의 주위에도 존재한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고유정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재혼한 남편의 자식이 죽었으나, 추정만 할 뿐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아 처벌받지 않고, 사라진 전남편에 대한 가족들의 노력으로 사건이 공론화되고, 확실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개연성 있는 간접 증거들로 인해 처벌받은 사건이다.
잔인한 살해방식, 시체처리방법,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그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갇힌 공간, 자유를 잃은 신체로 진정한 교화가 가능할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간접적으로 꾸준히 피해를 입은 사람의 피해의 범위는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사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은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개인을 보면 그 행복의 형태와 모양은 다르다.
누군가는 불행의 요소를 제거한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고, 다른 이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모두에게 옳은 것은 아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
유나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
주변인
들을 희생시키고, 죄책감없이 스스로의 결론을 내려버렸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엄마라도
,
사랑하고 사랑받고픈
절대적인
존재였다, 아이에게는.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아이라도 제자식이었다, 부모에게는.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라도 무작정 미워할 수는 없었다, 언니에게는.
사랑하던 사람이 예상외의 행동을 한다고 해서 싫은 사람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남편에게는.
그저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본인만 알지 못했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완전한 행복은, 순간의 감정일 뿐이다.
삶은 행복과 불행, 행운과 불운이 뒤섞인 경험의 모음집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다만 어제보다 더 미소 짓기 위해, 더 행복하고자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바쁜 생활을 하는 도중에 읽은 완전한 행복이라는 책은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
내용은 굉장히 잔혹했지만, 트레킹에 사색은 굉장히 좋은 에너지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이었나.
아주 사소하고 소소한 것.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경이로운 감정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노래를 알고 있는 것.
생각만 해도 군침 도는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어냐고 물을 때 바로 말할 수 있는 확실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
나라는 존재 자체를 좋아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5시간을 넘게 걷는 동안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내 마음속의
엉킨 생각에 대한
빗질을 부지런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참 좋았다.
잔인한 내용에도 좋은 점만을 보려고 한 나를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량하려고 노력했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지 못해서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워진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더
사랑했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행복은 우리의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소중한 나를 알차게 사용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 나를 대하듯이 상대방을 대하는 것.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당신에게도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겠죠.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법을 듣고 싶어지는
볕이
따뜻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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