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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Dec 13. 2024

우연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청춘어람 의성 워케이션

마지막 의성 탑리역과 인사할 기회를 잡았다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즐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이름처럼 귀한 영아의 부산방문 소식에 급하게 결성된 특별한 모임에서부터 우연이 시작되었다.

부산현지인들만 자주 가는 곳에서의 모임은 만나는 이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고,

그 기대를 예상 못한 장소를 정한 이는 당황했지만 이조차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초심을 잃은 닭도리탕과 감미로운 감칠맛의 스지어묵탕, 은하수 같은 맛이 나던 별빛청하와 깊어지는 밤에 믿을 수 없었던 비상계엄령과는 별개로 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성 워케이션 스텝으로 참여하는 지훈이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곧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무궁화 열차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탑리역을 처음 만났다.

오늘 처음 보았는데 일주일 뒤면 사라질 역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채 반갑기도 전에 안녕을 고해야 하는 역이라니.

이곳에도 소란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청춘어람 3층 넓은 공용주방과 세탁실의 건조기가 있어서 든든하다

첫 모임의 장소가 3층이라고 기재된 글을 읽은 나는 1층의 안내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바로 3층으로 가서 텅 빈 공간에서 한참을 기다렸더랬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층으로 내려가니, 이름표에 내가 지낼 방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잘 모를 때는 더 잘 살펴보아야 하는데, 섣불렀다.

그래도 다행히 사람이 없는 공간을 구석구석 잘 살펴볼 수 있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빨래하기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 워케이션은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것을 사용해 볼 수 있을까.

워케이션은 일과 휴식을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일과 휴식을 할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낯선 곳에서의 시작이다.

아직은 혼자지만, 기다리면 올 사람들이 있어서 설레는 순간이다.

12월은 트리의 계절, 2인실을 3인이 쓰지만 충분한 객실이 마음에 든다

1층 로비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니라 12월 통째로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우선 짐을 가져다 놓기 위해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금성산을 배경으로 정겨운 고즈넉함이 가득 담긴 전망을 볼 수 있다.

책상과 화장대, 화장실과 주방까지 있는 그냥 살아도 적합한 좋은 공간이 퍽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창틀이 넓게 만들어져 있어 올라가 앉을 수도 있었다.

나의 로망이었던 창에서 책 읽기가 가능한 공간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은 지금 이 순간 온전한 내 것이다.

한참을 즐기다 모임시간에 맞춰 3층 공유주방으로 갔다.


대표님의 워케이션 운영 계기와 의성군청과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일과 쉼의 조화를 만들어보고자 기획한 워케이션을 더 잘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간단하게 마이크를 들고 각자 자기소개시간을 가졌다.

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서울, 경기권, 부산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끝과 끝에서 중간지점으로 온 것이다.

다들 이동시간이 길었으므로 오늘은 점심, 저녁만 같이 먹고 다른 공식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내받았다.

늦게 도착할 영해 친구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저녁 이후 친구들과 함께할 생각에 설레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질 좋은 소불고기를 맛 볼 수 있는 의성식육식당

사람들이 채 눈에 익기도 전에 밥을 먹기 위해 5분 정도를 함께 걸어 식당으로 향했다.

나를 제외하고 다들 친구 혹은 지인들과 참여한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오고 가는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체험을 기꺼이 하는 사람들은 첫 만남의 설렘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가벼운 대화로 어색함과 긴장감을 서서히 풀어나간다.

의성 식육식당은 앉자마자 깔끔한 밑반찬과 소불고기가 같이 나와서 좋았다.

소불고기가 익을 시간에 마주 앉은 사람과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짧은 이야기 시간을 나눴다.

대화가 깊어질 즈음에는 소불고기 익는 향이 코 끝을 자극한다.

고소하고 달큰한 양념과 어우러진 질 좋은 소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첫 식사가 맛있으면 의성에서의 하루하루 식사시간이 더 기대가 될 텐데.

재미있는 이야기와 맛있는 식사는 배를 부르게 하고 마음을 든든하게 만든다.

기차역이 없어지면 사람들로 붐비게 될 금성 버스터미널. 탑리 대표 포토존이 함께하는 오후.

식사를 하고 나오니 바로 금성 버스터미널이 눈앞에 보였다.

금성을 금세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사진 전시관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금방 보고 나와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으로 향했다.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리를 찬찬히 걷다 보면 별안간 툭 하고 나오는 5층 석탑이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 특히나 하늘 위에 구름이 적어서 깨끗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5층 석탑 앞에는 탑의 구조를 알 수 있게 해체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석탑 앞의 계단에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걸어 나오면 옛 간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서울 세탁소가 있다.

빨간 스쿠터까지 완벽한 8090 시절의 상점 모습이다.

그렇게 방긋 웃으며 사람들과 어색함을 지워내고, 또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청춘어람은 작은 헬스장과 휴식공간, 재밌는 읽을거리까지 쉼과 휴식에 적합한 공간이다

친구들이 오기까지 아주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일단 청춘어람을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한다.

1층에 위치한 1인 헬스장이 있다.

트레드밀과 실내자전거.

여기까지 와서 운동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는 이용하지 않겠지만 모두의 취향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큰 트리 앞에 작은 트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도 귀엽다.

트리 바로 앞에는 꽤 볼만한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나는 왜 쓰는가.

정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미 책으로 나와있다.

2박 3일 동안 함께하고 싶은 책을 벌써 만나버리다니.

책을 가지고 해가 비치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았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분위기에 취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금방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혼자 1층 로비에서 놀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미소처럼 아름다운 이름의 소란님이다.

예기치 못한 일로 의성에서의 일정이 길어져 무료하던 소란님의 눈에 내가 보인 것이다.

서로 심심해하던 차에 딱 만나버렸다.

동향 부산사람이라 좋았고, 금방 대화가 통한 기적 같은 순간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5시 20분이 되었다.

아직 영해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식사시간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식당으로 가던 도중 병호오빠의 도착 소식에 다시 길을 돌려 혼자 마중을 나갔다.

일주일 만이지만, 참 반갑다.

의성 최고 맛집 의성칼국수는 비빔밥이 참 맛이다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행을 데리고 온 나는 제일 늦게 가게에 도착했고, 이미 주문한 칼국수와 새로 주문한 비빔밥이 금세 테이블에 도착했다.

깔끔한 육수와 쫄깃함이 돋보이는 칼국수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오빠가 시킨 비빔밥이 훨씬 맛있었다.

신선한 야채와 적당히 매콤한 양념장과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진 비빔밥이 사람들의 테이블에 꼭 존재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심심하게 칼국수를 먹었을 테지만, 이렇게 친분이 생긴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니 더 좋은 식사시간이었다.

기다림이 바로 충족되는 저녁시간이다.

우리가 밥을 다 먹고 나니 영해의 친구들이 모두 도착해 버렸다.

공짜밥을 놓친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또 이들과 함께 국밥을 먹으러 나왔다.

의성의 맛집은 논산손칼국수인 것으로.


그리고 이제부터 영해친구들과의 반가운 조우와 회포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서로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니 더욱더 풍성해진다.

특히 내가 애정하는 수진이가 함께 있어서 더욱 든든한 밤이다.

당당한 자신감의 뿌리를 알게 된 영아에게 진정한 로또는 영아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영아 덕분에 나도 자존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수진이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감동한 이야기. 어떤 환경에서도 밝게 빛나는 수진이의 맑은 눈동자를 다시 확인했다.

바쁜 일정에도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의성까지 찾아와 다정하게 잘 챙겨주는 병호오빠, 술을 좋아하지만 일할 때는 절제할 줄 아는 뜨뜻한 지훈이까지.

모두의 소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눈만 맞추어도 정겨워지는 깊은 밤이 그렇게 또 지나가는 중이다.

2박 3일 일정의 첫 번째 밤이다.

우리의 청춘도 청춘어람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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