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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Dec 14. 2024

니가 올래 내가 너에게로 갈까 청춘어람 워케이션 2일차

누가 워케이션 여유롭다고 말했습니까

소란한 밤에도 일찍 눈이 뜨인다.

낯선 곳에서 영 잠을 자지 못하는 나는 일관된 모습으로 일찍 눈을 떴다.

마침 우리 숙소 바로 옆이 대표님 숙소였는데 참 송구스럽다.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에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던 소란한 밤이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다가도 준비땅 하듯이 이제 잡시다 하는 말에 얌전히 자리에 누웠던 우리를 기억한다.

마치 아이가 된 듯한 기분.

어제의 귀여웠던 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은 귀하다.

숙소에서 얌전히 자고 있는 일행들을 깨우지 않고 조심히 짐을 챙겨 3층 공유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제일 처음 도착한 장소이고, 이 시간은 아무도 없으니 참 좋다.

어제의 일들을 곱씹으며 일어났던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

해 뜨는 것을 구경하러 가야겠다.

4층 테라스로 향한다.

아직 어두운 밤이다.

일출 시간이 7시 30분.

해가 느지막이 일어나는 계절이 다 되었다.


오늘은 아침 7시부터 명상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 7시는 이른 시간이다.

얼마나 참석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 1명 확정.

그리고 영아가 명상을 하고 싶다고 했기에 6시 30분이 다되어 숙소로 들어갔다.

조심히 깨우니 금방 눈을 떴다.

그리고 잠귀가 밝은 수진이도 금세 일어났다.

일어난 김에 함께하자.

그렇게 3층으로 향했고, 대표님 뿐인 요가실에서 명상이 시작되었다.

일출을 보는 일은 하루를 빛나게 살기에 좋은 에너지가 된다

전면창으로 보이는 충분히 시골스러운 풍경이 좋다.

대표님이 틀어주시는 명상용 유튜브 동영상의 음성을 잔잔히 듣는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아주 쉬운 것.

긍정의 말을 해주기.

귀하고 사랑스럽게 대하기.

알고 있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고요 속에서 나를 찾고 천천히 나를 가다듬는다.

그리고 뜨는 해를 바라본다.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하니 좋은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명상은 금방 끝이 났고, 이제야 아침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미소 지으며 추운 요가실에서 벗어나 따뜻한 숙소방으로 순식간에 쫓아 들어갔다.

아침 요리사 수진이의 진기명기 스프가 맛나다

레토르트를 조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명확한 조리법이 나와있지만, 요리를 하다 보면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고, 어쨌든 이러저러한 변수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오늘의 요리사 수진이는 마음이 급했나 보다.

수프를 빨리 만들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고 수프를 끓이다 보니 크림처럼 되지 않고 뭉쳐서 마치 수제비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쉽게 당황한 우리는 숟가락으로 열심히 뭉친 부분을 풀어내고 다시 우유를 붓고 젓기를 반복했다.

맛만 있으면 되지.

그렇게 숙소 방 한가운데 신문을 깔고 수프를 종이컵에 담아와 어젯밤 사놓은 미니 크로와상에 찍어먹으며 아침을 맞이한다.

시행착오가 무색하게 맛있는 수프가 완성되었다.

고마운 수진이와 영아 덕분에 푸짐하고 든든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면 하루가 길어진다.

그렇게 아침을 먹은 우리는 곧 사라질 기차역 탑리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 오늘의 탑리역

폐역이 되기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이다.

탑리역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오늘 담은 영상들이 언젠가 방영될지도 모른다.

오늘 여기, 이곳에 오길 참 다행이다.

탑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탑리역.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탑모양이다.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소중히 담아낸다.

영해 친구들과 열심히 사진 찍기는 덤이다.

연계버스를 안내하는 탑리역과 재미있는 이름의 가게.

사라질 기차역을 대비해 연계버스 운행 알림이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탑리역에게 인사를 보낼 시간이다.

옛날 학교에서 쓰였을 법한 오르간이 덩그러니 역사 안에 놓여있었다.

이제 이곳은 어떤 식으로 활용될 것인지 예상이 되는 물품이다.

작은 역사관으로 알차게 이용될 것만 같은 예쁜 탑리역.

식당을 가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가던 의성의 거리에서 우리는 다방을 많이 보았다.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방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재미있는 가게의 간판도 보았다.

니가 올래 내가 너에게로 갈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내가 너에게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금방 달려갈 테니까.

백주대낮부터 소주방은 갈 수 없으니, 영해 친구들에게 어제 그들이 보지 못한 탑리리 오층석탑을 소개한다.

의성 카페 아리는 모든 음료가 맛있습니다

다방 도전에 실패한 우리는 평이 좋은 카페를 찾아 부지런히 걸어 카페 아리에 도착했다.

회전교차로 앞에 있는 카페 아리 앞에는 하나로마트가 있어 쇼핑하고 쉬기에 좋은 장소였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에 도착한 카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면창과 높은 천장으로 개방감이 좋고 곳곳에 놓인 푸른 잎이 함께하는 인테리어는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 카페는 우리의 것이다.

창이 넓고 편안한 자리에 자리 잡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3인 3색 음료와 모두 맛있었던 음료에 반했던 우리

생각보다 예쁜 카페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놀라는 카페 아리.

창가에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를 하다가도 노곤해지는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그렇게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이 바로 한우 육회 비빔밥이었기 때문이다.

졸면서 이야기하면서 음료를 마시면서 12시 만을 기다렸지만, 스텝 지훈이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결국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하고 나서야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왜 우리를 잊고 있었냐 지훈아.

한우 육회 비빔밥은 자고로 육회의 신선도와 육회 크기에 맛이 좌우된다

기대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숭덩하게 썰려있는 육회는 크기가 커서 그런지 조금 질긴감이 있었다.

참기름의 고소함과 야채 맛으로 끼니를 채운 기분이다.

초대받지 못한 점심식사를 한 건 아니지만, 기대에 차지 않은 식사 시간이 낯설다.

그리고 우리의 오후 일정이 빡빡했다.

청춘어람 지하 1층에서 창업 관련 세미나가 있어 참석해야 하고,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점심을 막 다 먹은 지금이 기회였다.

대표님이 차로 데려다줄 수 있다고 하셨기에 기꺼이 부탁드려서 조문국 박물관으로 향했다.

의성 조문국 박물관 굿즈가 훌륭하다. 사적지 또한 잘 관리되어 있는 모습

조문국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사라진 나라의 이름이다.

고분 전시관이 바로 앞에 있어 전체를 보기에는 박물관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다.

1층 로비에 박물관 전시하면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 귀여운 가방을 주는 이벤트 중에 있었다.

당연히 참여해야지.

참고로 1층에 vr체험 기기가 있어 짧은 시간 해외여행도 가능하다.

수장고와 2층 상설전시장의 전시는 참여형이라 아이들과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다.

천장을 가득 채운 화살과 고전의상 체험이 틈틈이 재미를 주었다.

조문국 박물관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고분전시관이 박물관 바로 앞에 있다.

생각보다 크고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의성에 간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면 좋은 조문국 박물관이다.

의성군 청년희망 창업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웰컴푸드가 든든하다

박물관에서 청춘어람까지 걸어가니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외투만 벗어놓고 바로 성과공유회에 참석했다.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화려한 웰컴푸드가 우리를 맞이한다.

자몽주스와 과일이 맛있다.

상을 받는 이들에게 축하를 하고, 삼진어묵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차분히 시간이 흘러간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이야기들이 계속되었고 나는 조금씩 졸리기 시작했다.

단체사진까지 야무지게 찍고 2층으로 가니 타로카드보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줄을 서서 타로카드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업, 취직,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질문하길래, 나는 연애운을 보았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꼭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좋은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이다.

3층 요가실이 필라테스장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청춘어람 숙소의 온수는 전기온수기를 이용해 여러 명이 사용하면 따뜻한 물 사용하기가 어렵다.

찰나의 순간에 샤워를 후딱 하고 바로 필라테스를 하러 갔다.

가자마자 후회했다.

아침의 명상시간에는 쌀쌀한 곳이었지만, 필라테스가 시작되고 나니 사우나처럼 더운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이용하는 필라테스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집중하게 하고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이는 비명을 지르고, 누구는 갑자기 나오는 타액을 주체하지 못하였고, 누군가의 아이폰은 "저는 신체가 없습니다."라며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결코 짧지 않은 1시간을 힘겹게 보내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또 경험하고 싶은 필라테스 수업이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오늘 저녁은 외출하지 않고 공유주방 3층에서 첫날부터 기대했던 마늘통닭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대했던 마늘통닭은 역시 맛있고, 막걸리는 맛있지만 금방 배를 부르게 한다

이렇게 치킨을 많이 준비해 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치킨으로만 배를 채우는 저녁은 아주 오랜만이다.

고추만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앉은 테이블은 닭보다는 알코올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치킨이 많이 남았다.

막걸리는 취하기보다는 배 채우기에 좋은 술음료다.

배를 채우고 나니 사람들이 슬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해친구들은 다시 또 바빠지기 시작한다.

바로 지하 1층으로 가서 즐기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닌텐도를 가져온 친구가 있어서 설치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유튜브 노래방 영상을 틀어 노래를 부르면서 다들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하면 뭐든지 즐거움이 배가 된다

이렇게 재밌게 하루를 보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넓고 큰 화면으로 마리오파티를 하니, 더 생동감 느껴지고 재미있었다.

함께하니 더 재미있다.

승부욕이 1도 없는 사람이지만 1등 한 건 안 비밀이다.

나 조금 즐겼나 보다.

리듬도 타고, 배 타고 노젓기도 하고, 공도 옮기고.

여러 가지 게임을 했는데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재미있었다는 기억만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3층 공유주방으로 향했다.

조문국 박물관 주차장에서 구매한 의성마늘빵 맛이 참 좋다.

의성에 와서 먹는 마늘 들어간 음식은 다 맛있다.

영아가 서울에서 사가지고 온 서울의 밤과 함께하니 더욱 풍요롭다.

지훈이가 가져온 와인은 와인따개가 없어서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맛있게 먹겠지.


하루종일 열심히 달리다 보니 나의 체력은 어느덧 0에 수렴해 버렸다.

조금만 더 버티다가 같이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감기는 눈을 다들 보았다.

모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는 그렇기 피곤한 티를 냈나 보다.

모두가 귀가를 종용하기에 송구스럽지만 기꺼이 안녕을 고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 4시부터 깨어있던 나는 자정을 넘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었다.

비몽사몽인 채로 양치와 세수를 하고 환복 후 자리에 누웠다.

불면의 밤은 사라졌다.

코끼리용 마취총을 맞은 사람처럼 바로 잠에 들었다.

하루를 바삐 살았더니, 부적응자도 꿀잠을 잘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친구들이 있어서 쉼 없이 모든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역시 함께라서 좋다.

그리고 다시 못 올 순간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밤이다.

당신에게도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가 있었나요?

혼자도 좋고 함께도 좋아요.

당신을, 다른 이를 사랑하며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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