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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Dec 25. 2024

청춘어람 워케이션 정복기

두 번째는 여유가 목표였으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집 바깥을 나서는 일.

천안 아산 도고온천을 시작으로 경북 영덕 영해면, 그리고 경북 의성까지.

게다가 이번에는 두 번째다.

의성에서의 청춘어람 워케이션 그 두 번째.

애초에 혼자 즐길 예정이었지만, 예상은 늘 빗나가는 것이고 나는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친구들과의 워케이션이 즐거웠다.

그렇다면 혼자서도 야무지게 또 즐기고 와야지.

2박 3일은 짧은 일정이다.

단벌신사였던 수진이를 기억하고 나 또한 이번에는 더욱 단출하게 짐을 쌌다.


한겨울에 밖을 계속 나다니다보면 감기에 걸리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주말 내도록 끙끙 앓다가 의성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12월 20일부로 탑리역이 폐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는 길이 훨씬 멀어졌다.

몸도 좋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직접 운전을 하기로 했다.

운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의 차선의 선택이었다.

차 안의 내비, 카카오 내비 2개를 동시에 켜고 운전하기.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새삼 나를 의성에서 집까지 무사히 귀가시켜주셨던 병호오빠의 감사함이 다시 느껴졌다.

역시 운전은 쉽지 않다.

77km 직진은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그래도 정신줄 꼭 부여잡고 무사히 청춘어람에 입성했다.

청춘어람 숙소가 참 좋다

익숙하게 1층 안내데스크로 가서 이름표와 배정받은 방을 확인한다.

1인실. 찬란하고 아름답도다.

따스히 내리쬐는 햇살과 창 밖 풍경이 그림과 같다.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이다.

냉장고와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하루종일 방에만 있어도 되겠다.

1인실은 또 이런 매력이 있었군요.

역시 야무지게 오래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짐을 내려놓고, 방의 온도를 34도까지 올려놓고 11시 30분보다 10분 먼저 지하 1층 모임장소로 향했다.

처음은 자기소개, 그리고 시장국밥에서는 육개장이다

청춘어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대표님 인사, 그리고 워케이션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이동은 단짝들의 만남이 대세인가 보다.

이번에도 나 빼고 다 짝을 이루고 오셨다.

오히려 좋다. 나는 나 혼자 야무지게 즐기겠어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바로 밥을 먹으러 다 함께 길을 나섰다.

오늘의 첫끼는 시장국밥에서였다.

스텝 지훈이의 추천을 들었던 나는 당당히 육개장을 주문했다.

국밥집을 운영했던 나는 국밥에 민감한 편이다.

그리고 날이 추워서 얼큰한 국물이 당기기도 했다.

역시 추천받은 육개장은 기대만큼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든든한 첫끼의 시작이다.

한정판매의 이유가 있다.

혹여나 다음에 의성에서 시장국밥에 가신다면 육개장 꼭 드셔보시길.

탑리리 5층석탑은 명물입니다. 청춘어람 안마의자 꼭 사용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바로 탑리리의 명물. 오층석탑을 보러 가는 것이다.

분명 2주 전에 다녀왔는데도 같은 배경, 같은 날씨.

똑같은 사진이 나오길래 더욱 놀라웠다.

이번 워케이션에 온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혼자라도 많이 찍으면 된다.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최고다.

그리고 바로 청춘어람으로 돌아와 마사지 기계에 몸을 맡겼다.

시원하고 좋다.


그리고 분명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작업하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지 마음먹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금성산을 보니 정상까지 오르고 싶어졌다.

전날 직원 전체 회식이었던 관계로 모든 스텝들이 지쳐 보였다.

그렇다면 혼자도 괜찮아.

대표님께 금성산 등산을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등산로 입구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셨다.

덕분에 쉽게 등산할 수 있을 것 같다.

등산 준비물에는 선글라스와 생수, 장갑과 비상식량이 있다

미리 준비한 건 아니지만, 가방에 장갑이 있었다.

작업용 장갑은 늘 가방에 넣어두는 편이다.

가죽공예가 취미인 나는 작업용 장갑을 늘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손이 귀하다는 것을 많은 작업을 통해 진심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등산 가기 직전, 청춘어람 스텝 최설님의 비건 컵케잌을 선물 받았다.

금성산 등산하기에 좋은 에너지원이 될 것 같다.

이것은 분명 나 오늘 금성산을 잘 다녀오라는 하루의 염원같이 느껴졌다.

시작부터 설렌다.

금성산 등산로는 초입부터 경사로가 꽤 있는 편

갓 구운 컵케익을 손에 들고 금성산 오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칼바람도 다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따뜻함이다.

솟아오르는 기운과 같은 기세의 경사도에 금방 숨이 차오른다.

쉽게 당황했지만, 괜찮다.

자고로 등산이란 끊임없이 오르는 길이 나를 맞이해 주는 것이다.

금성산성 사이로 만들어진 등산로로 인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샘솟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어졌던 산성으로 많은 이들이 뛰어다녔을 것이다.

이 무거운 돌 하나하나 옮겨서 만들어내었던 선조들의 지혜와 끈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유물이다.

용문바위로 향하는 길로가야 안전합니다

혼자 하는 산행에 익숙하다.

초행길이라 약간 겁이 나긴 했지만, 1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나선 길이다.

다행히 산에 오르기 직전 용문바위 쪽으로 가라는 지훈이의 말을 기억하고 표지판을 보고 헤매지 않고 제길로 찾아갈 수 있었다.

등산을 하기에 참 좋은 날씨다.

드문드문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평지 없이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만나는 산등성이의 모습과 푸른 하늘의 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여유롭게 걸어가다 보면 금세 용문바위를 만날 수 있다.

대문같이 생긴 용문바위가 나를 맞이해 준다.

가까이에서 보면 용이 솟아 올라간 구멍이 있다.

자연의 신비와 오래된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금성산 정상의 칼바람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사화산(死火山)은 확실히 다르다.

정상에 가까워져 오면 만날 수 있었던 바위가 없고, 쌓인 눈과 칼바람만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밟는 눈에 걸맞은 환영의 맞바람은 하산을 종용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그저 순응하고 조심히 내려가겠습니다.

금성산 1시간 등산, 하산 40분. 의성에 오시는 분들 꼭 가보세요

금성산 정상에는 나무들이 지키고 서 있어서 꽤나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내려다보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조금 상그러운 면이 있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하산하면서 보이는 멋진 풍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꽁꽁 언 산을 내려오는 일은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조심히 내려오다가 갑자기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사슴이다!

하얀 궁둥이가 탐스러운 사슴이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엉덩이만 보여주고 사라져 버렸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보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덕분에 즐겁게 하산할 수 있었다.

멕시코 음식과 함께하는 보드게임은 즐겁다. 신이난다.

저녁식사는 밖에서 외식이 아니라 3층 공유주방에서 함께하는 멕시코 음식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탄단지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구나 멕시코음식이.

다행히 매콤한 소스가 있어서 느끼함 없이 잘 먹을 수 있었다.

멕시코 음식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지하 1층에 사람들이 모였다.

총인원 8명. 사회자 2명.

보드게임하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단체로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4명씩 팀을 짜서 다른 팀을 속이는 간식 먹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고추냉이 들어간 과자 먹기.

평소에 매운 음식을 즐기는 나이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팀의 우승에 일조한 나 자신 칭찬해.

다음은 고깔 쓰고 쪽지 집게로 집기.

신서유기에 나왔던 음악퀴즈.

대망의 라이어 게임까지.

서로의 이름만 아는 사람들끼리 게임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들 즐기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즐긴 사람은 바로 나인 듯.

보상심리는 사람의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결국 1등은 나다.

그다지 승부욕이 있지도 않고,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는 나는 의성 청춘어람, 지하 1층에서 하는 모든 게임에서 승리해 버렸다.

이상하게 나랑 잘 맞는가 보다.

1등의 부상은 다이소 상품권 3만 원.

알차고 보람되다.

금성산에서 보았던 좋은 기운이 나에게로 오나 보다.


감기기운에 2시간 운전을 하고, 등산을 다녀오고, 2시간 게임을 하고.

몸이 지쳤지만, 다음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영화 보기. 완벽한 타인.

여러 명이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라는 소란님의 적극 추천에 채택된 영화.

나는 한 번도 보지 않아서 흥미가 동했다.

잠이 쏟아졌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했다.

함께보기 좋은 영화 완벽한 타인과 주전부리는 밤을 깊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완벽한 타인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자신의 흠결을 지극히 가까운 사이의 사람에게만 공유한다.

진실 혹은 거짓. 혹은 말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오해의 속도가 그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기도 하고 단절시키기도 한다.

흥미로운 주제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아주 재밌는 영화였다.

함께 영화 보기의 주안점은 영화를 보는 행위보다는 영화가 끝난 직후의 감상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 어느덧 자신의 이야기로 뒤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자정이 지나있었다.

자리 정리를 같이해야 하는데,

잠을 버티던 나는 수마에 허덕이다가 결국 안녕을 고하고 자리를 나섰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저는 등산에서부터 모든 체력을 다 써버려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깊은 밤 잊지 못할 풍성한 시간 보내시길.


아침부터 정말 쉬지 않고 달려온 의성 청춘어람.

두 번째라 익숙하고 더욱 반가웠다.

이전에는 생각만 했던 금성산 등산을 다녀오고, 올해 첫눈을 밟아보고, 영험한 하얀 궁둥이의 사슴도 보았다.

처음으로 멕시코 음식을 맛보았고, 단체 게임에서 1등도 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라서 여유로운 워케이션을 즐겨야지 했던 애초의 다짐은 어느덧 훌훌 날아가고,

바닥난 체력을 고이 안고 혼자 숙소로 돌아왔다.

중간에 샤워를 하고 세탁과 건조까지 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냈다.

인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내가 나는 좋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설렘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다가올 2025년도 기대가 된다.

나의 새해 소망은 기대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당신의 삶에도 기대와 충만함이 가득한 매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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