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감기에는 좋아하는 음식이 명약이다
떡볶이 돈가스 닭강정 딸기 포도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서 입으로 숨을 쉬는데, 목이 건조해서 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력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선물을 하기로 했다.
짜란
포장만 봐도 설레는 닭강정도착예상시간 40분 설정을 하지만 늘 20분 이내로 도착하는 단골 닭강정집이다.
평소 닭강정을 진짜 좋아하지만, 마지막으로 시킨 것이 6개월도 더 전이라 오늘은 무척이나 설레었다.
2023년 9월 다이어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던 음식을 끊었던 눈물겹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지금은 한결 몸이 가벼워졌지만, 아직 목표 체중에는 도달하지 않아 그동안 의도적으로 많이 식욕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오늘 먹는 이 닭강정은 음식에 대한 강렬한 내 욕망이 아닌 약이다.
보약이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나만의 치료제다.
나는 매운 음식을 극히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몹시, 매우, 많이, 아주,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매운 닭강정과 양파 닭강정을 시켰다.
거기에 튀긴 음식과 먹기에 알맞춤인 고추 장아찌를 세팅했다.
이것이 내 감기를 잡는 비결이다.
치킨을 기다릴 때 경건한 마음으로 고추를 한가득 퍼담았다.
금방 닭강정이 도착하고, 나는 후각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에 취해, 맛에 취해 닭강정을 흡입했다.
나보다 몸관리를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엄마는 닭강정을 먹지 않고 나를 지켜만 보았다.
지독하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벌써 반이나 다 먹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유튜브에 나오는 조언가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기 전에 좋은 것을 하기보다는 하고 난 후에 좋은 것을 하라는 말.
특히 배달음식은 도착 직전 배달 기사님이 올 때 가장 설레고, 운동은 시작하기 전엔 하기 싫지만 하고 난 후에 기분이 좋고 몸에도 더 좋다.
그러나 이번에 먹은 닭강정은 먹은 후에 더 좋은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일단 다 먹고 나니 목소리에 힘이 났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서 있을 수 없었다.
기분 좋은 과식이다.
한 30분은 더 앉아 있다가 오늘의 목표 만보 채우기를 시작했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에너지를 채웠다.
배가 불러서 더 흐뭇하구먼.
특히나 그와 함께한 고추 장아찌 덕에 속이 더 따끈해진 느낌이다.
나는 매운걸 잘 먹어서 밖에 나가서도 매운 음식을 찾아먹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도 나는 늘 매운 음식을 즐겨 찾는다.
밖에서 아무리 매운 음식을 먹어도 결국 제일 매운 음식은 집에서 먹는 음식이다.
나는 떡볶이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데, 시중에 파는 고추장으로는 나의 매운맛이 충족되지 않아서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시중에 파는 엽기떡볶이나 신전, 그 외 매운 떡볶이들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내 주변 친구들이 먹어본바 우리 집 음식이 정말 맵다고 말했을 때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구나.
속이 아프지 않냐고, 검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늘 듣는 소리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배탈 한 번 나지 않았다.
외부음식을 먹고 식중독, 배탈, 장염을 걸렸지. 집에만 있어서는 배 아픈 병은 한 번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이고 또 잘 맞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매우 잘 먹은 것이다.
그렇게 내 몸에 딱 맞는 약을 먹은 뒤. 만보 걷기를 채웠지만, 실내 자전거는 타지 못했다.
오늘의 내 능력치는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괜찮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매일을 열심히 살지 않고 그냥 살아도 되는 거지.
모든 것이 나의 자양분이고, 그렇게 또 성장해 나가는 거겠지.
조금 소화된 위에 고영양분인 딸기를 주입한다.
입에 단 것이 몸에도 좋다.
자연적인 단맛에 몸이 스르륵 녹는다.
오늘 밤은 배도 뚠뚠하고 입도 달고 달콤한 향에 취해 꿀 잠을 잘 것만 같다.
좋은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