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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Feb 28. 2024

동래를 여행하는 기분은

복천박물관 꽤 좋다

옛날에 동래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특히 동래 6번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다.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다니는 마을버스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주택가를 지나 잔디밭을 가르고 커다란 봉분을 지나 시장을 만나고, 곧 관공서를 지나 롯데백화점 앞에 당도한다.

길지 않은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늘 버스를 타고 지나가기만 했었는데, 이제야 걸어서 탐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내가 걷는 길은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운 길이다.

목표는 복천박물관과 고분군이었지만, 동래읍성 초입에서부터 계획은 변경되었다.

인생문과 동래사적공원 입구

인생문을 필두로 왼쪽길은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지나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복천박물관을 향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 바로 앞에 동래사적공원이 있다.

나의 올해 목표는 부산을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여행자들에게 좋은 곳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꺼이 계획을 변경해서 가벼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무가 곧게 잘 자라 있어서 숲길을 걷는 느낌이 물씬 났다.

경사가 좀 있었지만 잘 만들어진 길이라 금세 올라갈 수 있었다.

동래에 거주 중이거나 동래 전체를 눈에 담고 싶다면 이 길을 강력추천한다.

중간중간 마실 수 있는 물이 있고,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길의 끝을 올라가면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3.1 독립운동기념탑

3.1절을 앞두고 기념탑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과거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을 감사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잘 관리된 공원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고, 사람들의 출입이 많으면 관리가 잘된다.

곳곳에 관리인이 있어서 안심이 되는 공원이었다.

북장대 올라가는 길과 북장대에서 바라본 경관

거리는 길지 않지만 오로지 오르막만 있어서 땀이 쭈욱 났다.

건강해지는 길이 참 많았다.

땀 닦을 새 없이 앞에 보이는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북장대에서 바라본 동래의 전경

신기한 풍경이었다.

빌딩숲과 아파트들이 줄 서 있는 와중에 고분군이 고즈넉하게 위치해 있었다.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이다.

동래는 이렇게 다채로운 고을이었구나.

이 아파트가 생기기 전엔 초가집들이 즐비해 있었겠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곧 눈앞에 보이는 복천박물관을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복천박물관

복천박물관 가는 길이 많다.

도로로 가는 길이 있고, 북장대에서 내려가는 길도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월요일이 휴관이다.

외관이 커 보이는 것과 같이 내부의 모습도 넓어서 관람하는데 갑갑한 느낌 없이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시대 무덤의 모습

국사 교과서에서 가장 첫 부분에 나오는 고구려, 백제, 신라, 거야시대의 무덤의 재현모형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백제 굴식돌방무덤, 신라 돌무지덧널무덤, 고구려 돌무지무덤, 가야 구덩식 돌덧널무덤.

그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내세를 믿는 이들이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튼튼한 무덤을 만들고 안에 많은 부장품들을 넣어서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오로지 장인의 손기술과 노동력으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갸륵한 소인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모두의 최선으로 만들어진 무덤이다.

국사책의 앞부분이 닳을 때까지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도 났다.

그때 이곳을 알았더라면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학생들이 와서 이렇게 눈으로 보고 자세히 공부할 수 있어서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서 관람하길 바란다. 나는 재미있게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관3층에 위치한 포토존

그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갑옷과 투구, 의복을 마음껏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재밌는 공간이 있었다.

역사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이곳에 오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전시관 전체가 넓고,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시대의 유물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생각하며 장군처럼, 양반처럼, 왕처럼, 공주처럼 사진을 찍고 오면 좋겠다.

다음을 위해 사진만 찍고 나왔다. 나중에 친구들 데려와서 재밌게 사진 찍어야지.

복천복물관 안에 기타 부대시설

영상실과 문화사랑방이 있었다.

편하게 영상기록물을 시청할 수 있었고, 특히 문화사랑방은 역사 관련서적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나도 잠깐 들러서 정유재란 관련 서적을 살펴봤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만나기 힘든 귀한 책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여는 되지 않지만 이 공간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보다 사진자료들이 많아서 그 시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가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복천박물관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참 많은 곳이었다.

복천박물관을 나오면 바로 앞이 고분군이다.

복천동고분군 야외전시관

커다란 고분군이 동산같이 솟아 있는 곳이다. 그곳에 야외전시관이 있어서 무덤 안의 재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자료도 잘 배치되어 있어서 발굴을 어떻게 했는지, 어떤 유물들이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 보다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적으로도 가치 있는 공간이었다.

가볍게 운동을 하며 돌아보기에 좋은 코스였다.

부산 동래에도 돌아보기 좋은 곳들이 참 많구나.

아직 나는 부산을 모르는 부산시민이었구나.

그렇다면 부산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 봐도 참 좋지 않을까.

이 장소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동래시장을 만날 수 있다.

동래시장은 동래지하철역과 동래충렬사 사이에 위치한 시장으로 동래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오고 가는 인구가 많아서 늘 북새통이다.

오늘 가벼운 산행을 하고 동래시장에 들르는 것이 나의 계획에 있었다.

그리고 동래시장의 끄트머리에 있는 '신가네'에서 떡볶이와 김밥, 호떡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가네 호떡 김밥 떡볶이

상호명이 신가네호떡김밥떡볶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이곳의 메인 메뉴가 이 네 가지 식품인데, 이 네 가지를 다 먹어야 한다.

다 적당한 가격에 만족할 만한 맛의 식품이다.

떡볶이도 맛있는데, 먹고 싶었는데.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아 사람 많네. 조금 있다가 와서 먹어야지 했는데,

잠시 후 다시 돌아오니 줄이 방금 전보다 3배가 더 많아졌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다음에 오면 반드시 먹고 돌아가야지.

그렇게 동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알던 동래는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한다.

더 많이 돌아보고 부산을 더 알아가야겠다.

더 좋은걸 많이 눈과 마음에 담아서 더 크게 보는 사람이 되어야지.

좋은 것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건강한 동래를 마음껏 즐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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