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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Feb 29. 2024

얼마나 맛있을까 희와제과

모두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가

유튜브 알고리즘이란 무서운 것이다.

저녁시간. 볼 것이 없나 유튜브 안을 유영하다가 결국 봐버리고 말았다.

부산 빵집투어의 정석. 전국 각지에서 원정 온다는 그 희와제과.

전포동에 있는 희와제과가 붐비니 광안리에도 생겼다는 서희와제과.

건강하면서도 심심한 맛이 일품이라는 유튜버들의 극찬에 엄마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이렇게 나의 다음날 일정이 바로 결정되었다.

빵순이가 아닌데 빵투어를 부지런히 다니는 이유는

곁에 있는 사람이 빵을 좋아하니까. 보다 건강하게 만든 빵이라고 하면 거리와 시간을 불문하고 바로 뛰쳐나가게 되었다. 다른 지역 아닌 게 어디야.

혹여 대전의 성심당에만 파는 떡시루케이크 먹고 싶다고 안 하는 게 어디인가.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화요일, 수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

시간대 별로 나오는 빵의 종류가 다르고, 그래서 한 번 사고 또 줄을 서서 다음 시간 빵을 기다려서 사고.

부지런한 사람이 더 좋고 맛있는 빵을 쟁취할 수 있다.

내 목표는 11시 즈음에 도착해서 10시부터 11시에 나오는 빵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사실 왕팥밤빵과 소보로팥빵, 비스킷 종류를 사고 싶었다.

오늘 예정된 비가 내렸고, 도로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그래서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버렸다.

희와제과 전경과 희와제과 내부의 원산지와 빵나오는 시간

역시 줄이 있었다. 비바람이 부는 시간이었는데, 캐리어도 보이고 이미 빵을 사고 나와서 또 줄을 서신 분들도 계셨다. 이렇게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나도 얼른 가서 줄을 섰다.

사실 부전시장에서부터 전포동까지 부지런히 걸어왔는데, 내 앞에 두 소녀가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들에게서 빵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목표물이 정확했기 때문에 내 앞의 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익힌 경보를 활용해서 빠른 속도로 그들을 앞질러 갔다.

우산 들고 줄을 서고 있으니 두 소녀가 느지막이 와서 내 뒤에 줄을 섰다.

훗. 역시 내 감이 맞았어.

빵 가게 앞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7분.

줄을 서있은지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점원분이 나오셔서 외쳤다.

11시 빵 나왔습니다. 구매 원하시는 분들 바로 들어오세요.

내 앞에서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왜죠?

그래서 나는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운수 좋은 날이다.

희와제과 11시 빵들의 모습

휘낭시에와 소보로팥빵, 소보로 흑임자빵이 채워지고 있었다.

줄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늘은 사람이 적게 왔나, 했는데 아니었다.

내 앞에서 빵을 다 쓸어가셨나 보다. 빵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사고 싶었던 빵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좋았다.

그리고 빵을 고르고 카운터에 가니 희와제과의 명물 왕밤팥빵이 있었다.

다행이다. 제일 중요한 걸 잊을 뻔했다.

희와제과에서 내가 구매한 빵의 목록

장사가 잘되는 집은 계속 잘 될 수밖에 없다.

회전율이 좋으니 거의 모든 빵들이 따뜻했다.

갓 만든 빵을 먹을 수 있다니.

집까지 오는 가방이 따뜻했고 은은히 풍겨오는 향긋한 빵향기에 취할 것 같았다.

나와 같이 버스 안에 계셨던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점심시간이 다되어서 다들 괴롭지 않았을까.

혹은 버스에 내려서 근처 빵집에 들러서 빵을 드시지는 않았을까.

무슨 빵일까 내가 가진 빵을 궁금해하지는 않았을까.

역시 F는 잡생각이 참 많다.

특히나 비 오는 차창에 기대어 있으니 많은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심지어 시간이 잘 맞아서 버스 환승만으로 바로 집에 올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이럴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옷 벗는 것보다 빵을 식탁에 내려놓는 것이 먼저였다.

희와제과 빵의 단면 모습

역시 빵의 단면을 잘라보니 희열이 느껴졌다.

속이 꽉 찬 빵이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이렇게 속을 꽉 채우는 것도 제빵사의 능력일 것이다.

단면만 봐도 얼마나 맛있을지, 벌써부터 설레었다.

그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아서 잊지 않고 우유를 준비하고 자리에 앉았다.

빵을 한 입 베어 물자마자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구나. 멀리서 와서 줄까지 서서 먹을 만한 명분.

빵피 자체가 부드럽고 쫀득했다.

빵만 먹어도 맛있었다.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다.

앙금이 심심하고 팥의 고유한 맛이 느껴졌다.

다른 빵집들에 비해 설탕이 덜 들어가서 재료의 결속력이 조금은 부족했지만,

이미 설탕에 절여진 입맛임에도 불구하고 이 맛은 몸도 좋아하는 맛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맛이었다.

빵 하나에 4천 원이면 조금 가격대가 있는 건가, 했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다음에 가면 빵을 더 많이 사 와서 친구들한테 전국에 택배로 보내주고 싶은 맛이었다.

특히 엄마가 좋아해서 참 다행이었다.

왕밤팥빵은 팥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밤의 은은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팥빵이었다. 내가 먹은 팥빵 중에 1위. 그동안 빵은 많이 먹지 않았지만, 이 빵이라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맛이 좋다.

하지만 소보로팥빵을 한 입 맛본 후,

나의 최애빵은 이제부터 소보로팥빵입니다.(혼자 감격한 겁니다.)

왕밤팥빵도 맛있었지만, 소보로팥빵은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내가 알던 소보로랑 달랐습니다.

설탕을 조금만 쓴 건지, 안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보로가 포슬포슬 부서지는 식감이었습니다. 땅콩버터 향도 나고 고소하니 분유의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건강한 팥 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빵의 식감에 저는 빵을 접시에 놓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 먹으라고 사 온 빵을 맛만 본다고 해놓고 반이나 먹어버렸습니다.

다음에는 5개를 사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흑임자 크림치즈빵은 크림치즈의 산미와 흑임자의 조화가 아름다웠습니다.

빵이 아름다운 맛이 났습니다.

건강한데 맛있는 건 이상한데 좋은 맛이었습니다.

희와제과에서 구매한 빵의 단면 모습

벌써 다 먹어버린 게 아쉽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산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 먹고 싶으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참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냥 이제부터 저는 빵순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갈 곳이 생겨서 즐거워졌습니다.

다음 주는 광안리 서희와제과를...

꼭 갈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할 일을 만드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

비가 오는 날이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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