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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04. 2024

밀양여행은 당연히 영남루가 첫 번째

갑자기 떠나는 여행에 대하여

가까이 있기에 익숙한 것들이 있다.

멀리 여행을 갈 땐 어디를 가야 할지 찾아보고 간다.

잘 모를 때는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찾아간다.

밀양에서 제일 유명한 유적지는 영남루다.

익숙하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는 곳.

그런 날이 있다.

늘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오늘은 한 번 가볼까?


운동량 부족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맛집이라고 들었던 꽈배기 집 앞을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꽈배기를 구매했다.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홀린 듯이 들어가서 구매해 버렸다.

밀양 행복한 찹쌀꽈배기

행복한 찹쌀꽈배기. 행복을 주는 찹쌀꽈배기인가.

가게 안에 들어가니 꽈배기와 팥도넛 밖에 없었다.

맛집인가 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꽈배기와 팥도넛을 구매해 버렸다.

나는 먹을 것을 살 때는 아바타이기 때문에 조종자의 조정에 의해 꽈배기와 팥도넛을 골고루 3 봉지에 나눠서 가게에 있는 꽈배기들을 다 쓸어버렸다.

내 뒤에 오신 분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맛집 꽈배기를 구매해서 혼자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꽈배기를 품에 앉고 걷다가 영남루가 보였다.

이상하다.

어렸을 때는 종종 가곤 했는데, 다 크고 나서는 별로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늘 지나치기만 하던 길이 오늘은 달라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영남루를 오르내리는 계단은 멋있다.

주말에는 특히나 사람들이 많다.

최근 1박 2일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에 영남루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것이 미디어의 힘이고 명승지의 위엄이다.

대한민국 3대 누각 중에 하나인 영남루는 밀양강을 굽어보며 밀양 삼문동을 고즈넉하게 내려보기가 좋다.

밀양 영남루의 모습

바로 앞에 공영주차장도 잘 만들어져 있고 화장실도 크고 좋다.

관광지로서 합격점을 주고 싶은 깔끔한 외관이다.

나 같은 도보인은 더 좋다.

요즘은 유튜버들도 많아져서 다들 삼각대에 폰을 들고 열심히 찍고 계셨다.

나는 소심하게 사진을 찍을 뿐이다.

사람이 적을 기회를 노려 후딱 찍어버린다.

영남루 바루 앞에는 천진궁이 자리하고 있다.

밀양 천진궁 모습과 안내판과 단군할아버지

단군과 역대 왕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단군의 영정과 위패, 고구려, 부여,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 시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새해를 기념해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단군할아버지를 보고 새해 다짐과 소원을 빌어보았다.

오늘 오랜만에 구름 없는 하늘과 어우러져 역사 안에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밀양아리랑과 연리지는 상징이다.

영남루 안에는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밀양아리랑 비석은 옛날부터 자주 봐서 익숙하지만 볼 때마다 좋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흥겨운 리듬의 곡조가 흥얼거리기만 해도 신이 난다.

슬픔을 희화화하여 그 안에서 흥을 끌어올리는 선조들의 역설에 놀랍기만 하다.

또 두 뿌리의 나무가 자라면서 서로를 끌어안아 하나처럼 보이는 연리지나무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아는 나무들이겠지? 싸우고 투닥거리더라도 곧바로 풀어지겠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렴.

사명대사 유정

영남루까지 올라왔으면 사명대사 유정도 보고 와야 한다.

임진왜란에 큰 업적을 세우고 조선을 지키신 큰 인물이다.

초등학교 시절 과제로 사명대사 업적에 대해 1년에 한 번씩은 꼭 작성해서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신기하게 어렸을 때 반복학습했던 것들은 그 당시에는 지겹게만 느껴졌는데,

다 커서 돌아보면 다 나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신기한 이치에 놀란다.

익숙한데 낯선. 소중한 나의 과정들.

옛날엔 이 바로 옆에 역사박물관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오늘은 갈 수 없었다.

그 대신 처음 보는 길이 생겼다.

바로 밀양읍성이다.

밀양읍성 올라가는 계단과 읍성의 모습

영남루만 간단하게 돌아보고 가야지 했는데, 오르고 오르다 보니 읍성에까지 다다랐다.

생각보다 잘 복원되어서 놀랐다.

밀양시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우리가 낸 세금이 가치 있는 곳에 쓰인다면 성실한 납세자는 뿌듯함을 느끼지.

밀양읍성의 모습을 보니 계속 끝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옆에는 꽈배기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 꽈배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돌아보기로 했다.

다음에 읍성을 다 돌아보고 기억에 남겨둬야지.

밀양읍성에서 내려다본 밀양강과 삼문동 전경

낮과 저녁에 경계선에서 내려다본 밀양강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일상의 모습은 여유롭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읍성 위에 올라선 사람의 다른 모습.

전쟁 때는 경계하면서 내려다보았겠지.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오르내리며 평화와 안정을 기원했을 것이다.

그 소란한 마음들이 고요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뎌왔을까.

이렇게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때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이름 없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오늘 만난 이들이 많다.

모든 이들이 간절하게 바랐던 오늘을 나는 가치 있게 보낸 걸까.

그리고 또 봄이 오겠지.

날이 따뜻해지길래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네가 오는 거였구나.

오늘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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