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랑해수욕장에 위치한 박태준 기념관
오랜만에 엄마와 데이트를 한다.
날이 더울 때면 더욱더 힘이 없고 의욕이 없어하는 엄마를 위한 외출이자, 한동안 가지 못했던 뷔페를 가기 위한 외출이었다.
배는 뚠뚠, 지갑은 홀쭉해졌지만, 알차게 하루를 보낸 기분.
부산에 사는 이점을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다.
그러다 오늘은 꼭 한 번 들러야지 하는 곳이 갑자기 생각났다.
바로 박태준 기념관.
포스코 명예 이사인 박태준 별장을 기념관으로 만든 곳이다.
부자의 별장 안의 중정을 볼 수 있다는 박태준 기념관에 가려고 마음을 정했다.
부산에 철강왕이 태어나 살았다.
청암 박태준은 임랑에서 태어나 6세에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학창 시절은 일본인들의 차별 속에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해 18세에는 와세다대학 기계공학과에 입학한다.
현재 육군사관학교인 남조선경비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인이 되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참전한다. 1963년 대한민국 육군 소장 계급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퇴역한다.
이듬해에 대한중석광업의 사장이 되었고, 1968년 포항제철 사장에 취임한다.
일본에서 배운 청결함을 근본으로 삼아 정리와 청결을 중시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까지 신경 썼던 그의 일기는 2층 전시장에서 함께 볼 수 있다.
그의 약력이 함께하는 여름의 전시는, 박태준 기념관만의 특별함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박태준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 휴무이고, 1월 1일, 추석, 설날 휴일이고, 월요일이 겹칠 경우 다음날까지 휴일이다. 건축상을 받은 건물답게 앞에서 보는 외관이 현대적이고 독특하다. 드디어 박태준 기념관에 입성이다.
박태준기념관이 유명한 이유에는 수정원이 있다.
부자의 정원으로 유명한 수정원은 원형으로 건물 내부에 조성된 곳으로 집 내부에 있지만 천장이 없다.
박태준기념관은 박태준이 살던 곳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건축가 조병수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청암이 집안을 둘러보며 쉬었을 이곳에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한 개잎갈나무가 건강해 보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바람처럼 스미는 곳이다.
하늘의 뭉게구름이 개잎갈 나뭇잎과 솔잎과 모양을 같이하고 있다. 날씨마저 조화로운 정원의 모습에 마음의 평온과 위로를 선물 받는다.
역시 오길 잘했다.
갯마을 아이에서 뛰어난 수재로, 군인에서 다시 기업인, 정치인까지. 다양한 행보를 보인 청암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군인으로서 받은 훈장, 청렴한 기업인으로 받은 훈장, 국민들의 모범이 되어 받은 훈장 등. 이력이 화려하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정상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구나, 모범이 되는 모습이다.
포스코의 사장 재임시절, 그의 손에는 지시봉이 항상 들려 있었다고 한다. 외국 기업의 사장이 순방을 왔다가 이 지시봉이 무어냐 물어보면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이라 말했다 한다. 어디 하나 곳 모나지 않게 고루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말이다.
공사에 조그마한 틈이 생기면 부수고 다시 새로 짓는 것을 당연시했던 그의 경영마인드는, 손해보다 언제나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선택이었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은 박태준은 임랑해수욕장 앞의 비석에 손수 글을 썼을 만큼 필체가 단정하고 아름답다.
박태준 기념관에서 열린 쇳물은 멈추지 않는다 전시에는, 박태준 기념관의 건축물을 즐김과 동시에 한 사람의 업적을 고루 살펴보고, 삶의 동기를 얻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도서관은 언제나 옳다.
임랑에서 지역도서관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박태준기념관은 임랑을 사랑하는 박태준의 마음에서 시작되어 이곳에 임랑문화공원 작은 도서관과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대출도 가능하니 근처에 사시는 분은 애용하시기를 바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어린이 도서관이 푸근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장소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 전집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어 좋다.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 아이는 책을 보고 부모는 바로 옆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와의 데이트장소로 완벽하다.
어른들을 위한 도서관은 2층에 위치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박태준의 생애가 담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청결에 관한 이야기, 그의 사업철학이 짧은 영상에 야무지게 담겨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재미가 있다.
바로 옆은 어른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다.
요즘에 볼만한 도서들로 준비되어 있다. 근래에 출판된 책들과 심지어 웹툰 만화와 소설까지 구비되어 있다.
임랑해수욕장에 들러 바다를 보고 이곳에 와서 편하게 책을 읽으면 힐링될 것만 같다.
작은 카페에도 좌석이 꽤 준비되어 있다.
근처에 오면 생각날 것만 같은 근사한 장소의 발견이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이 있어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방문을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항상 좋았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건물과 장소가 주는 힘이 존재한다.
박태준 기념관에는 느긋함이 담겨있다.
쉬는 날에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민족성이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함과 고요함, 그리고 천천히 바라보아야 보이는 아름다움에 취하게 된다.
붙잡아도 흘러가는 시간, 때론 느리게 보내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여기서 청암은 좋은 것만 보고 깨달은 사실은 직접 실행하며 단단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같은 삶을 살진 않더라도, 그의 마음을 배울 수는 있다.
철처럼 단단하게, 쇳물처럼 뜨겁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좋은 장소, 좋은 전시를 경험하고 느긋하게 데이트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