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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09. 2024

강화유리도 유리다

기왕이면 유리멘탈을 강화유리멘탈로 만들자

고요한 저녁시간이었다.

빠각

?

가만히 앉아 있는데 어디에선가 소리가 났다.

물병에서 나는 소리인가.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버렸다.

물을 마시려고 선반 위의 컵을 본 순간.

눈앞에 싱크대를 가리고 있던 강화유리가 마치 작품처럼 조각조각 난 모습을 보았다.

강화유리의 본모습

보통유리보다 몇 배는 강하고 잘 깨지지 않는 유리가 강화유리다.

강도가 크고 깨지더라도 파편이 위험하지 않은 형태로 깨진다고 한다.

유리가 깨진 채로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계속 깨지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있을 때 깨지면 어쩌나 겁도 났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강화유리가 계속 깨지는 모습

깨지는 중에도 파열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잔재는 남아있었다.

기사를 부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소를 하는데 유리조각들이 바닥에 있었다.

폭발하듯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유리는 분명히 조각이 났고 그 조각들이 분산되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 일이었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일이 벌어져서 바로 관리실에 연락해서 업체를 부를 수 있었다.

바로 수리는 되지 않았지만 더 위험하지 않게 대체는 해주었다.

강화유리가 깨지면 임시로 할 수 있는 방법

주말에 벌어진 일이라 바로 처리를 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의 방편으로 테이핑을 해놓고 그 주변에는 가지 않는 걸로.

엄마가 몹시 궁금해했다.

강화유리가 왜 갑자기 깨지는지.

관리실 직원은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갔다.

미세균열이 발생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리는 보수가 되지 않는다.

상처를 입으면 언젠가는 그 균열이 벌어지고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들 약한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멘탈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유리멘탈이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멘탈이 자주 외출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깨진 강화유리를 마주하고 있으니 유리멘탈을 가진 내 기분이 오묘해졌다.

깨져도 폭발하지 않았다.

나의 유리멘탈을 강화유리멘탈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 한 번에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균열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깨지면 다시 새로운 강화유리로 바꾸기.

이렇게 간단하게 마음을 갈아 끼우면 모나지 않고 단단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오래지 않아 새 유리가 등장했다.

한눈에 보아도 튼튼해 보였다.

교체된 강화유리

언제고 깨끗한 강화유리일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잘 관리해야지.

튼튼한 모습을 보니 내 멘탈도 강화될 것만 같았다.

미세한 충격에도 몸 전체로 받아내며 충격을 흡수하는 강화유리처럼.

이번에는 오래도록 균열이 나지 않게 잘 사용해야지.

처음 하는 경험이었는데, 신기하고, 위험하고, 스릴 있고, 기분이 좋았다.

마치 내 마음을 새로 바꾼 기분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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