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강의와 문경 돈가스 맛집, 문경의 달항아리
아침부터 하늘이 변덕스럽다.
해가 얼굴을 빠꼼히 들었다가 금세 먹구름 뒤로 숨어버린다.
해가 가려진 자리를 먹구름이 메꾸어 갑작스레 비를 뿌린다.
촉촉한 아침의 시작이다.
전날 삶은 계란과 시리얼로 멍한 몸을 깨우고 9시 정해진 일정에 맞춰 준비해 나간다.
일정은 언제나 유연히 흘러간다. 시장과 시내를 걷는 어슬렁 투어가 로컬 강의로 깜짝 변경되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점촌역이 생각보다 크다.
예전에는 광산에서 캔 광물들을 여기저기 싣고 가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오고 갔던 곳이지만, 지금은 노선이 하나뿐이고, 그저 넓은 주차장으로 예전의 모습을 상기시킬 뿐이다.
이번 로컬 강의를 맡으신 여유로운 게스트 하우스의 호스트 김수란 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재미있다.
'니술내술'이란 상점 옆에 떡하니 '신라장' 여관이 붙어있다.
지금 먹는 술이 니 술인지, 내 술인지 모를 정도로 마시다가 2층으로 올라가서 주무시면 됩니다.
집으로 돌아갈 걱정 없이 마시는 술은 행복일 테지만, 다음날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온전하 자신의 책임이 된다. 건물 하나만 보아도 이야기가 술술 그려지는 재미있는 도시다.
여유로운 게스트하우스는 오롯이 여행자의, 여행자에 의한, 여행자를 위한 숙소다.
본인이 여행자라는 강점을 살려 발품을 팔아 좋은 입지의 건물을 매입해 제 손으로 직접 뜯어고치면서 만든 숙소에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사용이 불편한 것을 말하면 바로바로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무작정 저렴한 숙소가 아닌, 깔끔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숙소가 여유로운 게스트 하우스의 주안점이다.
잘 관리된 숙소는 좋은 평점을 불러온다. 덕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여유로운 게스트 하우스에 나도 가보고 싶어졌다. tv가 없이 조용한 숙소는 처음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업들이 있지만, 그 결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중요한 점으로 첫 번째는 입지, 두 번째는 주요 타깃층, 그리고 중요한 세 번째로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둘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시키고,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로 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장님의 실전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꼭 나에게 접목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
1시간 동안 꽉 찬 강의를 듣고 사장님이 공사 중인 로운 게스트 하우스를 보여주신다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갔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귀한 눈을 가지신 분이다.
골목 한편에 있지만, 시장과 상점가 안에 있고, 걸어서 10초도 안 되는 거리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인접성이 좋고, 골목 안이라 비교적 조용한 숙소. 넓은 시야가 어쩌면 성공의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각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꽤 많다.
문경에도 청년 예술인을 키워나가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흥미로운 로컬강의가 끝이 나고, 마침 문경 청년 문화 주간을 맞이하여 전시가 진행 중이다.
문경살이 가이드를 맡고 있는 진진님의 작품도 전시되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안고 전시실로 향한다.
사람들의 재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함창의 특산품 명주실을 이용한 이불에 실로 그림을 그렸다.
마치 구름 위를 강아지가 편하게 노니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상상력을 실제로 만드는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진진 작가님의 작품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항아리 위를 올라가는 호랑이의 발자국이 인상적이다. 맹수인 호랑이가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항아리의 주둥이에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모습에서 느긋함이 느껴진다. 막 사냥을 마치고 오는 길에 피로해서 누워있는 것일까. 아니면 떠나간 내 임을 마냥 기다리는 모습일까. 지친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달콤한 단잠에 빠져있는 걸까. 괜히 가서 쓰다듬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움이다.
현지인 추천 맛집을 가는 일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문경사람들이 좋아하는 돈가스의 맛집. 바로 미성레스토랑이다.
간판이 거꾸로 설치되어 있어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사장님의 묘수가 입구에서 느껴진다.
미성에 가면 당연히 망치돈가스를 시키셔야 합니다. 피망과 치즈가 들어간 두툼한 경양식 돈가스.
앉자마자 주어지는 샐러드의 양이 풍성해서 좋다. 꾸덕한 수프맛이 익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맛에 꿀떡 넘어간다.
드디어 내 앞에 주어진 망치돈가스 한 접시.
칼로 쓱 자르니 눅진한 치즈가 흘러나온다. 원래 원조 돈가스 집이 있었지만, 맛으로 장악한 미성 돈가스.
명성에 걸맞은, 기대감을 충족하는 맛있는 피망치즈돈가스, 망치돈가스 맛이 좋다.
후식 음료까지 서비스가 두둑하다. 오렌지 주스로 입가심을 하니 완벽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부른 배를 쥐고 가게를 나왔을 때, 문경 시내는 폭우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담당자분들이 고생이 많다. 비가 많이 오면 사람들을 인솔하는 사람들이 푹 젖는다. 그래서 일정이 유연하게 변경된다.
차를 타고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문경은 달'.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예술가들의 전시를 보게 되었다.
전시 안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우리를 가이드해 주는 도미닉 님이 전시영상을 촬영하셨기 때문에 약 17분 간의 영상강의를 본 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허받은 기술이 깃든 귀한 항아리들을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다니, 문경에 오니 매일이 기쁜 소식과 경사스러움으로 꽉 차고 있다. 진진님의 오라버니도 작가로 참여하셔서 광부의 고단한 삶을 희망으로 담은 항아리를 볼 수 있었다.
단 하나의 피조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일생과 영감이 꼭 필요하다.
하나의 주제로 이같이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참 소중하고 귀하다.
고즈넉한 영신숲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라밀로 간다. 영신숲을 걷는 일정이 보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여유롭게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게 되어 오히려 좋다.
카페라밀은 커피를 좋아하는 부인, 인테리어를 하는 남편, 그리고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애정이 더해진 카페로, 개인 카페이지만 체인점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카페다. 들어서자마자 푸른 식물의 싱그러움과 라탄으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용품들을 보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치 동남아 해변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카페 앞은 프로방스가 생각나는 초록의 들판과 시원하가 자란 나무들,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지친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일탈이 생각날 때, 갑갑한 기분을 훌훌 날려줄 수 있는 분위기의 카페가 가까이에 있는 문경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시킨 유자차가 적당히 달달하다. 커피의 맛이 유난히 좋다는 다른 참가자들의 평이 있었다.
나나님이 시켜주신 '피칸 시나몬 페스트리' 맛이 별미다. 겹겹이 바삭한 페스트리 겹 사이에서 느껴지는 크림치즈가 별미다. 차와 함께하는 맛있는 빵은 먹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유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제나 예기치 못한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는,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지만 가는 곳만 가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나에게 유연함이라는 기치를 몸으로 깨닫고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예측불가한 삶을 살면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유연함은 꼭 필요한 삶의 요소가 된다.
문경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오늘이 겨우 문경 3일 차이지만, 숙소가 내 방 같고, 지나다니는 모든 길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 조금씩 문경에 스며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날이다.
내 생애 첫 패러글라이딩. 당장 내일 안녕할지라도 자연을 한 아름 안을 수 있는 단 10분을 위해 나는 몸을 던지겠어요.
오늘 밤은 가장 설레는 밤이라 푹 잠 잘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