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자부심, 역사의 발자취를 함께 걷는 길
문경에 가면 꼭 가야 하는 곳들이 있다.
문경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문경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가요? 신기하게 모든 사람의 답은 같았다.
문경새재.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조선시대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중심으로, 문물의 교류장이자 국방의 요충지였다. 역사적인 명승지이자 문경 사람들, 나아가 대한 국민에게 사랑받는 문경새재에 가는 날이다.
오늘의 일정은 8시부터 시작. 등산은 가능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8시 17분 주차장에 도착. 운이 좋아 들어가는 입구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오롯이 자연이 만들어 낸 장관에 넋을 놓게 된다.
백두대간. 높은 산자락이 끊임없이 이어져 푸르름을 만들고,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장관을 만든다. 오늘 함께하는 가이드 도봉 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학창 시절, 제1 관문 앞 공원에는 나무들이 산재해 있어 소풍으로 자주 왔었다고.
지금은 나무들이 없어지고 드넓은 들판이 되어 제1 관문(주흘관)에 모든 시선을 모으는 경관이 되어 있었다. 시절마다 다른 분위기, 풍경을 담아내는 문경새재와의 첫 만남이다.
가고 싶었던 옛길박물관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입구에 전동차 매표소가 있다. 1 관문에서 세트장까지 2,000원. 1 관문에서 2 관문까지는 5,000원. 문경새재에 왔고 두 발로 여행사의 참여자라면 당연히 걸어서 가봐야지.
1 관문 주흘관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힘차게 걸어간다. 오늘을 위해 아침부터 발목을 야무지게 감고 왔지요.
목표지점인 제3 관문까지 6.5km 남았다.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안고 걷는 길이 무작정 예쁘다.
옆으로는 물이 흐르고 다른 길에는 관찰사 기념비가 줄지어 서 있다.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과거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많은 선비가 지나다녔던 길이다.
경사로운 길로 지나가면서 합격을 기원했던 사람들의 염원이 가득한 길을 영광스럽게 걷는다.
평탄한 길을 걷다 보니 금세 오픈세트장 매표소에 도착. 많은 KBS 드라마가 이곳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꼭 가고 싶지만, 오늘 걸어야 할 길이 13km이고 다음 주 야행에 올 것이기 때문에 다음으로 살짝 미룬다. 꼭 와서 즐기다 가겠습니다.
문경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굉장히 풍부하다. 매일 출타하는 일정이 빡빡하게 느껴지다가도,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문경을, 더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암반 위에 새겨진 현감 구명규의 선정비가 신기하다. 관문을 걷는 길에는 이렇듯 암벽 위에 새겨진 비가 많다. 그만큼 현명한 관리들이 많았던 곳이기에, 그를 기리는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이 그의 이름을 지금까지 밝히고 있다.
문경새재는 조상들의 발자취를 걷는 길이다.
돌로 쌓인 단 위에 세워진 교귀정은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은 신, 구 경상감사가 서로 인수인계를 했던 교인처이다. 19C 의병 전쟁 시기에 소실되었다가 1999년 복원되었다.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담으로 이루어진 조령원터는 출장 가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공익시설이었다고 한다. 문경시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깨진 기와, 어망추, 마구류, 토기 조각, 철제 화살촉 등이 발견되었다.
평지를 걷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로 유명한 곳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맑은 물 위에 바위가 덩그러니 서 있다. 일명 꾸구리 바위. 바위 밑에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고 있어 바위에 앉아 있으면 물속의 꾸구리가 움직여 바위가 움직였다고 한다.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냥 걷는 것이 아닌 이야기가 함께하는 길이다.
드디어 제2 관문, 조곡관을 마주한다. 해발 380m. 이제부터 등 뒤로 땀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힘든 등산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오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험한 길이 아니라고 경계를 낮추면 큰코다친다.
문경 조령의 중간에 있는 제2 관문은 삼국시대에 축성되었다고 전해지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임진왜란 후에 충주 사람 신충원이 이곳에 성을 쌓은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고, 세월을 그대로 맞았던 이곳은 폐허가 되었다가 복원된 것이다.
점점 걸어가는 속도가 늦춰진다. 평지는 완연한 오르막으로 변모했다. 꼴딱 꼴딱 넘어갈 것 같은 길을 힘겹게 걸어 드디어 그렇게 보고 싶었던 제3 관문, 조령관을 조우한다. 해발 650m.
재를 오르며 만나는 관문의 바로 옆에는 휴게소가 위치한다. 옛날에 비유하면 주막이 있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고소한 전과 시원 칼칼한 탁주를 몹시 먹고 싶었지만, 얼른 내려가고 싶은 것은 어떤 인간의 본성일까. 이 길을 함께 오른 페이스메이커 지니 님도 이른 하산을 원했다. 함께했던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얼른 내려가서 옛길 박물관을 보고 싶었다. 조령관을 보고 내려온 지 5분 만에 일행을 만났다. 3 관문 앞에서 단체 사진 찍기를 권해서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또 5분 남짓을 내려가다가 다시 돌아가 함께 사진 찍기로 마음을 바꿨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맛있는 음식과 사진이다. 후딱 가서 사진 찍고 점심밥을 더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달리듯이 걸어 3관 앞에서 사진 찍고 하산.
오를 때는 2시간 남짓, 하산할 때는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많은 사람을 보면서 사랑받는 문경새재를 다시 눈으로 확인한다.
옛길박물관에는 문경 평산신씨 일가 묘, 문경 최진 일가 묘 출토복식 등 발굴 유물에서 경상북도 지정 문화유산인 사근도 형지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어 문경만의 특색을 보는 재미가 있다. 출토된 복식 중 눈에 띄는 것은 직금단(비단 바탕에 금실로 무늬를 짜 넣어 만든 직물)이 사용된 치마가 매우 화려하고 독특하다. 손재주의 민족임을 다시 확인한다.
문경을 지나는 길로 다녔던 사람들은 무엇을 지니고 다녔으며, 그들이 메고 다녔던 괴나리봇짐 속에 들었던 호패, 지도첩, 행연과 자모필, 패철과 먹통 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를 넘어온 다리는 피곤했지만, 눈이 즐거운 옛길박물관에서의 관람이 참 재밌다.
그리고 먹는 점심 식사는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눈이 돌아갈 만큼 맛이 좋았다.
문경의 브런치, 파스타 맛집. 파밀리아에서 먹은 풍기 올리오 파스타 맛이 일품이다. 이 또한 각자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식탁이 풍성해졌다. 지인 찬스로 받은 마르게리타 피자도 맛있었다. 파밀리아는 건강한 재료를 아낌없이 접시에 담아내는 선물 같은 맛집이다.
후식으로 받은 딸기 요거트까지 완벽한 식사를 즐겼다.
일주일 동안 말로만 듣던 문경새재를 드디어 다녀왔다. 문경 사람들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천혜의 경관을 자랑했고, 찾아오는 이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곳이다.
경사스러운 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와서 좋은 기운을 받아 갈 수 있는 곳.
역사와 함께 하는 길,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의 경사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걸었을 많은 이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는 길이다.
다음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서 문경새재를 천천히, 샅샅이 둘러보고 싶어졌다.
문경 생태 미로공원, 충렬사, 여궁폭포, 대궐터, 혜국사를 넘어 주흘산 등산까지.
피곤하지만, 문경을 떠나기 전에 또 찾고 싶은 귀하고 아름다운 곳. 문경새재.
두 번, 세 번 더 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