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도 좋아, 스쳐 지나간 발대식

남이 구워주는 고기는 언제나 옳다

by 천둥벌거숭숭이

숨 가쁘게 흘러간 일주일이다. 매일매일 나가 새로운 문경을 만나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몸은 피로감을 계속 쌓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오전 일정이 없는 날.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을 떴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나의 일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나를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은 문경전통시장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공유 차량 제공 없이, 무료로 운행되는 문경의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간다고들 한다.

흥미가 동했지만, 우선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먼저다.

새원마을의 아침풍경

오전 8시가 다 되었을 무렵, 다른 참가자들이 바람처럼 숙소를 떠나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넓은 공용공간이 오롯이 내 차지가 되는 순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왜인지 모를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함께해서 좋은 시간들이지만, 역시 나는 혼자인 시간을 되게, 정말 많이 좋아하는가 보다.

그동안 짬짬이 시도는 했지만 쉬이 써지지 않던 글들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누워 책을 읽는다. 입이 심심해 식빵 하나를 물고 다시 드라마 한 편을 후딱 본다.

이렇게 해도 아직 10시 밖에 되지 않았다. 혼자인 시간이 더디게 흘러감을 느끼고 있었다.

점심쯤에 올 것이란 내 예상과는 달리, 약속한 1시에 맞추어 다들 도착했다.

묻지 않고 지레짐작한 내 탓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편의점이라도 가서 간단히 요기라도 할 것을.

폐 현수막으로 만드는 개성이 담긴 두다리여행사 현수막

발대식 전에 재미있는 미술시간을 가졌다. 두다리 여행사 현수막에 자신의 감성에 맞춘 모자이크 그림을 그려보기. 사용을 다한 현수막을 이용한 재치 있는 기획이다.

미술 시간만 되면 천진난만함이 그대로 흘러나온다. 문경에서 걷는 기분은 언제나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내 생각을 그림으로 담는다. 생각보다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두다리 여행사 발대식과 주전부리

곧이어 사랑채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팀장님과 주무관님, 면장님과 부면장님, 이장님과 여러 관계자분들이 사랑채 안을 채운다. 더불어 탁자 위에는 문경을 대표하는 오미자와 사과가 들어간 디저트들이 준비되었다. 보자마자 먹고 싶었지만, 인사 시간에는 꾹 참았다.

문경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사람들, 문경에 귀향한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었다.

귀농귀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셨고, 그 틀을 깨고 많은 이들의 유입과 접근성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의 기획 의도가 정확하게 느껴지는 발대식이다.

지난 일주일간 문경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가 바라보고 느꼈던 것들을 사진으로 보니, 마치 방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일주일을 부지런히 다녔음에도 또 가고 싶은, 혹은 가야만 하는 장소들이 아직 가득이다.

문경은 알면 알수록 더 보고 싶고, 또 가고 싶은 곳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수행해 주시는 가이드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말로, 혹은 글로 표현을 했었는데, 발대식에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해 주시는 분들과 마주하고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번을 기회로 문경을 관광하는 일들이 활성화된다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알차게 흘러간 발대식은 다음 일정으로 바쁘신 분들로 인해 금방 끝이 났다.

다만 이장님께 질문이 있었던 것을 못해서 혼자만 아쉬울 뿐이다. 고모 산성의 유래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지. 물론 도록이나 지리지를 직접 찾아볼 생각이지만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사셨고 마을투어 때 고려장이야기까지 해주셨기 때문에 그 연관성에 대해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지, 속으로 다짐한다.

문경에서 첫 회식, 남이 구워주는 고기는 언제나 옳다.
캠핑처럼 즐기는 식사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다음 일정은 고기파티를 위한 준비 시작.

장을 보고, 사랑채에서 먹고 마신 자리를 정리하는 것.

자리에 모두 앉아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토론하고 빠지지 않게 글로 기록한다.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것이 신기하다.

다른 이들은 장을 보기 위해 떠나고, 나는 숙소에 남아 오랜만에 많은 양의 설거지를 했다.

해야 할 일을 내 손으로 후딱 해치운 후에는 다해냈다는 뿌듯함이 있다.

함께 사랑채에 있던 진진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얼마 안 있어 장보기팀이 많은 식음료들을 한 아름 가지고 오셨다. 오늘은 음주의 날이다.

채소를 씻고, 가지와 마늘, 미나리를 썰고, 각자의 접시에 쌈장을 덜어내고, 참소스를 뿌리고.

준비과정에서 티는 나지 않지만,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식사자리가 마련되었다.

오랜만에 구워 먹는 고기를 먹어서 유독 맛있었다. 고기는 남이 구워준 것이 제일 맛있다.

평소의 취침 시간에 고기를 먹으니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문경의 바람은 사과향을 가득 품고 있다

그리고 맛본 문경 바람의 맛이 기가 막히다.

40도 술은 목구멍부터 심장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사과 향이 짙은 것이 매력이리라.

문경에서 만든 청자로 담은 사과주. 문경바람은 문경의 특색을 가득 담고 있다.

좋은 술을 먹으니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실로 오랜만에 술을 먹으니 금세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길고양이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갑자기 숨이 막힌다고 느꼈는데, 앞을 보니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발동한 것이다.

이때부터 무언가 먹기도, 마시기도 힘들어졌다.

모두의 분위기를 해친 것 같아 조금 민망했다. 그래도 고양이가 옆에 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고양이가 좀 멀어지니 나아졌다. 정말 두다리 여행사 가이드들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계셨다.

9시가 넘어 자리가 정리되었다.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치우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역시 귀가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리라.


일정이 여유롭게 있었음에도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보낸 하루다.

휴식보다는 자신을 정리하고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이번 주에 꼭 해야만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하면 좋지만, 혼자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은 언제나 달콤하다.

맛있는 고기와 좋은 술을 마시고, 캠핑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언제나 낯선 하루를 보냄에도 잔잔한 즐거움이 함께하는 문경의 밤이 오늘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은 주흘산 등산이다. 비 예보 때문에 화요일로 정해진 것조차 재미있다.

오늘 먹은 고기와 마신 술이 내일의 튼튼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녹초가 되어도 행복한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도 깊은 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