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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완전한 이별을 위하여

이별에 대한 짧은 고찰

by 천둥벌거숭숭이

안녕.

만나서 하는 인사말,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

발랄했던 인사가, 반가워서 건네던 인사가 때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극히 한정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나이지만, 이런 나에게도 이별의 순간은 존재했다.

너와 나가 되는 과정도 어렵지만, 안녕은 더 힘든 경우가 많다.


나는 언제나 간택되기보다는 내가 선택하여 시작된 관계가 주를 이룬다.

어느 정도 신중하게 사람을 살펴보냐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했던 때는 나에게 좌절의 시기이자 새로움에 눈뜬 순간이기도 하다.

처음 가는 장소, 낯선 사람들, 더욱 심화된 교과과정은 낯선 것들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언젠간 깨어야 할 알이지만, 깨고 싶지 않은 알 속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낯가림과 남보다 심한 스트레스로 편마비가 와서 한 달 동안 한의원에 침을 맞고 다니고, 한 학기 동안 침묵 속에 지냈다. 이후에 친해진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 시절 친구들은 내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다.

그 말에 놀라지는 않고, 그 정도로 말을 하지 않았구나 하고 깨달은 정도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그저 분위기를 읽기 위해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깊은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친구들이 오래도록 곁에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옛 시절인연들이 있다.


깊이 애정했던 작은 친구가 있다.

엄마아빠는 키가 크지 않지만, 성장기 때 생각 없이 했던 고추장 사랑으로 멸치를 다량 섭취하고, 취미가 우유 먹기였던 유별난 나는 또래보다 키가 조금 크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작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어떤 행동을 해도 눈에 띄지 않고, 무엇보다 귀여웠으니까.

하지만 키 작은 사람들은 키 큰 사람을 부러워하지. 그런 상생관계의 친구가 있었다.

작지만 단단했던 친구는 편부모에 남동생 둘을 케어하는 야무진 친구였다.

슬프지만 명랑했던 친구를 나는 좋아했다. 구김살 없는 해맑음이 마냥 부러웠다.

단 한번 같은 반을 했지만 수시로 다른 반을 찾아가고, 친구 집엘 놀러 가고, 안부를 물었다.

함께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고, 사는 지역이 달라지면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기차를 타고 친구를 보러 가곤 했다. 친구의 사정은 점점 좋지 않아 졌고, 구김살 없던 친구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점점 뜨문뜨문 연락을 받는 친구에게 나는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그저 받아주기만 해도 고맙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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