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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19. 2024

네가 있는 곳이 나에겐 봄이야 대구여행

대구 현지인의 완벽한 데이트 추천 코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새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겹겹이 입은 옷을 하나 둘 벗어던질 만큼 날이 따사로워지고 있다.

그렇게 봄이 오는 것이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내 사람들이 있다.

굳이 무언갈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

함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사람

나는 이렇게 봄만 되면 홀연히 전국 각지에 흩어진 온전한 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봄처녀 제 오시네

곧 만나러 갑니다.


철저히 준비를 해도 변수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이 내 맘 같지 않게 돌아가는 이유는 온전히 소소한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엄마를 도와드리고 터미널로 가다가 시간이 지체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는데도 9시 차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음 차가 또 오지 않는가.

먼저 친구에게 전화로 사과를 하고 다음 차로 간다고 알렸다.

마음만 조급할 뿐이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인생은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덕분에 일반고속에서 우등고속으로 차가 바뀌었고 보다 편안하게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다.

곧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바로 뷔페

이월드 안에 위치한 애슐리 퀸즈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을 수 있으니 친구와의 만남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뷔페 간다고 더 설렜다는 건. 미안. 나 그런 사람이었어.

애슐리 퀸즈 전채음식
애슐리 퀸즈 따뜻한 음식과 딸기후식

일단 뷔페를 가면 전체를 둘러본다.

내 접시에 담을 음식들을 철저히 분석해야 실속 있게 위를 채울 수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한다.

나에게 메인은 후식으로 먹을 초콜릿이었지만 말이다.

애슐리퀸즈 새메뉴 초밥시리즈와 수제음료
쫄면 맛있어요와 화이트초코 퐁듀는 음료죠.

화이트초코 분수는 나의 필수다. 본식 후에 먹어야 하지만 나에게는 초코가 메인이다.

다 둘러보고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여서 음식을 날랐다.

오늘 내 접시에 담긴 음식들은

뷔페에서 즐긴 내 접시

총 7 접시, 음료 4컵, 라따뚜이와 샐러드, 쫄면, 아이스크림 각 1 접시

올챙이처럼 부른 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 기록을 보면서 또 한 달을 버텨야지.

접시들을 채우고 비우는 동안 입과 귀가 쉬지를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삶 이야기를 듣고, 나의 근황을 전하고, 친구의 지친 삶을 위로해 준다.

한 때는 매일매일 만나도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나오던 사이의 친구였다.

그렇게 함께 했던 시간들이 어느덧 20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지도 않고 할 이야기가 많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이니까.

내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고, 나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때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물리적으로 멀어졌을 뿐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 사이.

육아로 지친 친구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스스로의 가치를 북돋아주는 이야기를 정답게 나눴다.

뷔페 가서 이렇게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집중을 해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부른 배를 부여 안고 실내 전망대로 향했다.

여기는 식사를 하고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주차가 4시간 무료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고, 주변을 산책할 수도 있다.

애슐리 퀸즈 건물의 볼거리
대구타워와 예쁜 사진 찍을 곳이 많다.

4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가족들이 함께 오면 좋은 장소 같았다.

배불리 먹고 대구 경치를 내려다보면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

부끄러움도 없이 포즈를 취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들을 남겼다.

특별하게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편한 사이. 그냥 좋았다. 이 시간. 이 공간. 이 사람.

어린 시절에 사귄 친구는 지금 만나도 그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조차도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만다.

미안. 나는 평생 이렇게 해맑게 살고픈 가보다.

원래는 조금 돌아보고 카페를 가려고 했으나 평소 식사량을 초과했고, 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가 모는 차를 타고 두류공원으로 향했다.

두류공원 입구의 음악광장과 곧바로 떠난 산행

주차장이 넓어서 좋았다.

평일임에도 차가 굉장히 많았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모인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금봉산 등산. 작은 동산이기에 무리 없이 등산할 수 있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금방 숨이 찼다. 역시 과식은 금물이다. 오늘만 예외로 한다.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르다 보니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금봉산 정상

2층 정자가 있었다.

2층 정자에 오르니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었다.

흐른 땀을 씻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함께 하니 등산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구나.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한 여성분께서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걸어왔다.

"혹시 만나는 사람이 있나요? 내가 소개할 만한 괜찮은 남자를 알고 있는데..."

산에 와서도 헌팅을 당하다니.

요즘 살이 쪄서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는 누가 봐도 탐나는 여성상이다.

예쁘다. 마음이 건강하고 맑은 친구라 그 밝은 기운이 티가 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독려하고 기분 좋게 산을 내려왔다.

두류공원 모습과 성당못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넓은 공원이었다.

건강한 데이트를 즐기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을 것 같다.

어르신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장기들이 의자 곳곳에 있었다.

질서가 없어 보이면서도 자기들만의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귀여웠다.

성당못을 보면서 잘 정돈된 길을 걸었다.

벌써 꽃이 피고 있었다.

설레는 봄을 너와 맞이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구나.

함께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문구

데이트의 성지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현지인들끼리는 불륜의 성지라고 한다.

다음에 혼자 와서 구경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함께라서 더없이 좋은 하루를 보냈다.

등산을 하고 호숫가를 돌다 보니 어느새 배가 홀쭉해져 있었다.

오늘 코스 완벽했어.

대구를 여행한다면 오늘의 일정이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해.

결혼을 해서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친구가 보여준 대구의 삶은,

복잡한 가운데서도 여유로웠고, 살풍경하면서도 고즈넉했다.

군중 속의 고독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혼자서도 잘하는 너니까. 오늘도 멋진 삶을 살아내길 바랄게.

싫다는 말보다 다른 방향으로 권유하는 세련된 너의 대화방식을 좋아해.

곧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결과라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너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

거친 세상 안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는 너의 단단함이 부러워.

너의 소중한 시간을 나와 공유해 줘서 고마워.

건강하게 잘 지내고 또 보자.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나의 봄을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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