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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25. 2024

용의 해에 용두산에 가는 것은 옳다.

밀양 걷기 여행 가곡동편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 중에 있다.

이제 3월도 지나가는 중이다.

겨울을 보내고 완연한 봄이 오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나와의 약속을 꾸준하게 잘 지켜오고 있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오늘, 용두산을 부지런히 돌아다녀보고자 한다.

일자봉은 전에 다녀왔으니까 안 가본 곳을 가봐야지.

그래서 오늘은 천경사와 금시당, 두 곳을 다 돌아보고자 한다.

천경사의 낮과 밤

차를 가져와도 좋고 도보로 걷기도 좋다.

용두목 입구에서 100m 정도를 걸어가면 바로 천경사를 만날 수 있다.

입구부터 들려오는 새소리가 신기했다.

비록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였지만, 어떠한가. 온갖 도시소음에 시달렸던 내 귀는 평온함을 느낄 것이다.

천경사 입구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인상적인 글귀들이 여기저기 존재했다.

맑고 향기로운 새날 이루소서.

나의 좋은 날을 빌어주는 사찰이라니. 썩 가볼 만하다.

석굴법당이 있는 천경사는 대웅전 안의 불상의 모습도 탱화 없이 바위 앞에 고고히 서있었다.

마치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조용히 기도만 드리고 나왔다.

왠지 사진 찍는 소리마저 그들의 종교적 정진에 방해가 될 것만 같았다.

대신 천경사에서 내려다본 밀양의 정취를 흠뻑 느꼈다.

용머리 부분에서 내려다보는 밀양강의 정수

마음이 복잡하거나 잡생각이 많을 때 와보면 좋을 장소였다.

일자봉을 올라가기에 조금 지친 사람이나, 고즈넉한 사찰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그냥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

편하게 와서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벤치와 의자가 충분히 있어서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확실히 분지라는 지역적 특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경사.

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라는 뜻에서 천경사인 건가?

많은 의미가 담겨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의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약사여래불상

예전에 왔을 때는 그냥 동색이었는데, 어느새 금색 옷을 입고 계셨다.

빛이 나는 약사여래불상의 모습은 나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주는 것 같았다.

짧은 사찰 답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보이는 귀여운 그림

귀여운 동자가 전합니다 천경사입니다.

동자승의 인사를 받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커다란 연잎을 들고 있는 동자승의 모습이 마치 연잎으로 포근히 안겨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은 신 뿐인가.

나쁜 생각들, 안 좋은 감정들은 다 버리고 좋은 생각, 희망을 담아 더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야지.

그리고 총총 내려오면 만나는 포토존

천사의 날개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폰을 놓고 찍을 수 있는 거치대까지 있다.

혼자 왔으므로 나는 날개만 찍고 돌아왔다.

옆에 있는 다양한 거울은 내 마음 한편에 숨어있던 동심을 자극한다.

뚱뚱이거울, 난쟁이거울, 홀쭉이거울, 키다리거울

역시 키다리거울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인공적으로 길쭉한 나를 만나러 다시 거울 앞에 선다.

금시당 가는길

천경사를 금방 돌아보았기 때문에 걸음수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쉽게 선택한 길. 금시당을 가기로 했다.

조선시대 명종 때의 문신 금시당 이광진이 지은 별서.

그리고 그가 심은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천천히 길을 나섰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산을 오르는 길이라기보다는 산을 가로지르는, 강과 함께하는 가벼운 트레킹 길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굿을 하는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구단방우. 무당들이 굿을 하며 치성을 드리던 곳이다.

용과 호랑이가 서로 꼬리를 마주하고 있는 형상인 용두산은 옛날부터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처음 들었지만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후다닥 얼른 길을 나섰다.

대체로 길이 한 사람만 지나갈 정도로 좁기 때문에, 반대쪽에서 사람이 오면 반드시 한 사람은 서야만 한다.

서로의 배려가 이 길을 안전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느리게 걷는 길이다.

금시당 가는 길은 잔잔하지만 의외로 재미가 있다.

통과높이 2m의 계단길을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나는 키가 2m가 되지 않지만 왠지 긴장되었다.

역시나 머리가 닿지는 않지만 아슬아슬한 기분은 느꼈다.

재밌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바로 위는 차도라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암새들로 가는 징검다리

다른 포토존을 찾아냈다.

이렇게 긴 징검다리는 처음 보았다.

금시당을 가다가 징검다리를 보고 내려가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긴 돌다리는 특색 있는 사진을 찍는 데 퍽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자 온 사람은 인생샷을 찍을 수 없기에 순순히 다음을 기약하고 바로 올라간다.

건너편 암새들도 볼 것들이 꽤 있다.

억새풀숲과 은행나무 숲길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철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로 했던 금시당으로 미련 없이 떠난다.

금시당 표지판과 금시당의 모습

실제 여주 이 씨 가문의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조용하게 관람을 하고 가야 한다.

밀양은 어디를 가도 주차하기가 편리하다.

이곳도 네비에 주차장을 찍고 오시면 너른 들에 편하게 주차하고 돌아볼 수 있다.

내가 출발한 용두목 역시 주차가 편리하다.

교외에 조용한 곳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밀양 천경사, 금시당, 암새들을 추천한다.

나처럼 걸으면서 사색하기에도 좋고, 데이트하기에도 좋고, 나무구경, 꽃구경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개화시기가 아니기에 풍성한 은행나무와 매화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좋은 곳이었다.

은행나무와 매화나무

금시당의 유명한 포토존이다.

40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는 그 둘레가 정말 거대했다.

곧게 잘 자라기를 기원했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본다면 굉장히 뿌듯해하실 것 같다.

가지가 나란히 뻗어있는 매화는 막 꽃이 피기 시작해서 다음 주면 만발하고 예쁜 꽃송이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즈넉한 곳은 어찌 찾아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을까.

역시 부지런히 돌아다녀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화 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인접성도 좋고 가볍게 돌아보기에 편한 길이다.

금시당 앞에 위치한 화장실

얼마나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산 중에 있고 물을 아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설계된 변기를 사용해 볼 수 있다.

꽤나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어서 좋다.

그리고 산을 올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갈 때보다 돌아올 때 더 빨리 오게 된다.

아는 길이 쉽게 느껴지는 거겠지.

날 밝을 때 나왔는데,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지는 해가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따사로운 볕이 나무 틈새로 스쳐 지나가는 느낌.

마음껏 자연을 즐기게 해 주다가 이제는 나를 도시로 보내주는 산의 가벼운 인사.

모든 길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꽉 막힌 것만 같았던 세상이 마치 그건 너의 편견일 뿐이었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 좀 더 가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씩 보태다 보면, 또 어느새 나는 저 멀리 앞으로 나아가 있겠지.

마음껏 숨을 쉬어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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