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야! 이거 큰 애가 쓰는 거 맞지? 이게 그렇게 좋다던데~ 오늘 할인도 하네? 이건 대체 뭐할 때 쓴다니???"
큰언니보다 먼저 사서 쓰고 있던 나였기에 제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참고로 '인스턴트 팟'이라는 제품이었다.)
"엄마! 이거 무조건 사야 돼. 진짜 좋아~ 이걸로 밥도 하고, 수육도 하고, 야채 주스도 하고, 누룽지 백숙도 하고~~~ 게다가 이걸로 올여름 옥수수를 얼마나 쪘나 몰라~ 버튼 몇 개 누르면 알아서 척척 요리해 준다니까~ 큰언니도 내가 좋다고 해서 샀어. 사서 밥해보더니 너무 맛있대~~ 엄마 이거 버튼 많아도 엄청 간단해! 할인할 때 그냥 사!!!!"
엄마는 나의 깨알 같은 설명을 듣더니 산다는 말은 안 하고 엉뚱한 소리만 했다.
"야~ 너 홍보 잘하겠다~ 아주 영업사원 하면 딱이라니까!!!"
정말 엄마 말대로 내 설명이 기가 막혔는지 다른 아주머니도 내 앞에 와서 빤히 쳐다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어디서부터 기인한 마음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한참 내 설명을 엿듣던 아주머니는 내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저기요!"라는 말로 내가 아닌 엄마를 불렀다.
그러고는"저도 이거 집에 있는데 한두 번 쓰고 안 써요. 사지 말아요."라는 말을 건넨 뒤 유유히 사라졌다.
'내가 신나게 설명하는 동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이유가 이거였군! 자기는 사놓고쓰지도 않는 물건인데 좋다고 설명하는 내가 사기꾼 같아 보였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엄마~ 저 아줌마 진짜 이상한 아줌마다! 자기가 제대로 못쓴다고 왜 남한테 사라 마라야! 굳이 우리 대화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저렇게 말하고 가야겠어? 자기만 못쓰는 거지~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어이가 없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가버렸다고 생각한 아줌마는 엄마와 내가 에어프라이어가 진열된 곳을 구경할 때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는 "에어프라이어~ 이것도 사면 잘 쓰지도 않아요!"라는 말을 하고는 휙 돌아서 가버렸다.
뭐지? 짜증이 확 밀려오던 나는 또 한 번 쏟아냈다.
"엄마~ 저 아줌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를 안 쓴다고? 요즘 사람들 다 에어프라이어 좋다고 하지~ 안 쓴다고 하는 사람 내가 처음 봤네. 자기가 안 쓰면 다 안 쓰는 줄 아나? 나는 매일 쓰는구먼. 엄마도 내가 에어프라이어 사줘서 잘 쓰지?"
엄마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여자 왜 저런데? 근데 나도 에어프라이어 한 두 번 썼나??? 나도 안 쓰긴 해."
뭐랄까... 이건 에어프라이어를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요상한 아줌마의 승리였고, 나는 뭔지 모를 패배감에 휩싸였다.
아무렇지 않게 엄마와 장을 봤지만 내 마음에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내가 평소 내 경험을 말할 때 모두가 그럴 거라는 듯 당연하게 말했나? 근데 생각해보면 마트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그 아줌마도 본인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다 필요 없는 것처럼 말하긴 했다고! 결국... 내가 아줌마 말이 불편했듯 아줌마도 내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말하고 싶을 만큼 불편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