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Jan 07. 2022

언니가 보고 싶을 땐 우체국에 간다


그냥 말뿐인 줄만 알았는데... 언니는 자신의 남편이 캐나다에 일자리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이민이 쉬운 일인가?'라는 마음 반, '언니는 내 곁을 떠날 리 없다'는 마음 반이 모여 나는 이별을 먼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38년 내내 싸울 땐 원수였다 할지라도 그녀는 나의 베프이자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언니였기에 헤어진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날 받아놓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달력에 많은 날들이 어느덧 가위표로 다 지워 갈 때쯤 나는 그녀의 가족들과 이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그녀는 급하게 입국장으로 향했고, 나는 당당하고 밝게 웃으며 언니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사실 언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무려 3년이 지난 공항에서의 이별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니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나는 카페에서 펑펑 울어댔고 더 썼다간 추한 꼴을 면하기 어려울 거 같아 글쓰기를 멈추었다.


내가 언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글을 쓰다가도 통곡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캐나다에 있는 언니는 알리가 없었다. 순간 억울했던 나는 '이런 눈물 나고 감동적인 상황은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지론으로 우느라 쓰지 못한 글과 내 마음을 언니에게 보냈다.

 

언니도 내 글을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보고 싶구나 내 동생'이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자신도 한국에서의 삶이 그립다며, 함께 하고 싶다고 속삭일 것만 같았던 언니. 그러나 그녀는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한결 같이 예상을 빗나갔다.

   

슬픔을 날려 보내기 위해 '택배 보내던 일'을 떠올리라는 나의 언니.

근데 이게 웬일인가?!

진짜 언니 말처럼 택배 보냈던 생각을 하니 눈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진짜 이 년은 캐나다까지 가서 사람을 귀찮게 한다니까. 태생이 그래. 한국에서도 그렇게 사람 귀찮게 하더니~!"

라면, 과자, 고무장갑, 슬리퍼, 수세미, 조미료, 김, 반찬통, 책, 수프, 화장품, 옷가지 등 다양한 그녀의 요청에 따라 물건을 사서 포장을 최소화하고, 테트리스 신공으로 박스에 차곡차곡 포장해서 보내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니를 향해 그립고 보고 싶던 감정이 택배 포장 생각으로 순식간에 '소확짜(소소하지만 확실한 짜증)'로 변해버린 것에 웃음이 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언니 미안해...) 빠르게 정리된 나의 감정들을 바라보며 내가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이 변한다는 책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의 감정은 결국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바뀌고, 감정이 바뀌면 나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달라지게 된다.

결론: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낳고,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 간다!


어랏? 생각만 바꾸면 되네??

아~ 얼마나 간단한 논리란 말인가!

이래서 자기 계발서에 '긍정적 사고', '긍정적 생각'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는구나 싶었다. 근데 이게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까지 참으로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토록 어려운 '긍정적 사고'을 제대로 실천하는 이가 바로 가까이에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딸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 때 우리 부부는 매번 엄마 아빠의 데이트에 합석하는 딸아이를 향해 짓궂은 장난을 쳤다.

"이다민~ 17년 내내 솔로인가요? 영화 <나 홀로 집에> 고고?? 솔로 언제 탈출하노???"


그때 딸아이는 잠시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나 이러다 서른 돼서도 마흔 돼서도 솔로면 어떡해... 그때도 엄마 아빠랑 살면 어쩌지...."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집을 어지럽히는 딸과 함께 할 생각에 잠시 어리둥절해지는 순간, 아이는 잽싸게 나를 불렀다.

"엄마!!!! 아니지~아니지!!! 엄마~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냥 솔로가 아니야! 나는 자발적 솔로! 선택적 솔로라고! 난 아직 좋아하는 사람을 못났을 뿐이야~ 그렇다고 아무나 사귀면 안 되는 거잖아~ 나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구!!! 괜찮아~~~ 내가 얼마나 괜찮은데~ (거울을 보며) 이렇게 이쁜데~~~ 괜찮아~~~ 지금은 공부할 때니까!!!"


남편과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고, 나의 입은 참지 못했다.

"너무 자존감이 높은 것도 문제라던데??? 너 좀 심하지 않냐?"

그때 딸아이는 거만하게 뒤를 돌아서는 "낮아서 우울한 것보다 훨씬 나음!!! 오케이???"라며 자신의 양 볼을 톡톡 두드리더니 방으로 갔다.

그렇게 딸아이는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자발적, 선택적 솔로'라는 단어로 우리 부부 사이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보냈다.

자발적 솔로의 남친 역할은 '아빠' (아빠: 나 오늘 또 찍사냐??)

난 누구보다 '행복'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나의 행복한 감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난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의 생각'임을 다시 한번 뜨겁게 깨닫는다.


하지만 때때로 휘몰아쳐오는 우울이라는 마음의 바람이 나를 둘러싸 힘겹게 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내가 생각을 바꾸기 위한 나름의 비법이 있어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비법을 나눠보고자 한다.


일정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져 남편에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카톡을 보낸 날이었다.

오늘따라 몸이 안 좋다는 남편을 배려하고 싶어 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갈 때면 "도착하기 3분 전에 전화해. 1층으로 데리러 갈게"라는 말을 매번 해왔던 남편이기에 나는 속마음으로 '기다릴게'라는 답변을 생각했었다.


핸드폰 충전을 부탁하며 먼저 자겠다는 남편.

나는 마음에도 없는 "잘 자"라는 인사를 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짜증나는 상황에서 남편의 말이 유난히 서운하게 느껴졌다.

유별나게 서운함이 클 때가 있다.

유별나게 예민하게 굴 때도 있다.

유별나게 짜증이 잘 날 때도 있다.


그날따라 서운함이 유별났던 나는 불하나 안 켜진 깜깜한 마루를 지날 때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남편이 정말 잠들었나 싶어 살포시 방문을 열어보니 침대 한쪽 끄트머리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 마음이 울렁거리며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는 편인데... 많이 아팠나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니 아픈 몸으로 하루내내 회사에 있었을 남편이 측은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 측은한 마음은 남편의 손길이 닿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듯 했다.


'월요일이라고 재활용을 갖다 버렸네'

'음식물 쓰레기 다 버리고 닦아놨구나'

당연하게 여긴 일상의 흔적들이 오늘따라 참 감사했고, 선물처럼 여겨졌다.


'생각의 전환', '생각의 통제'

말부터 어렵고 실천 또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라는 말로 쉽게 다가가 본다면 어떨까?


서운함에서 측은함으로...

측은함에서 감사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밝게 웃고 있다. 글을 쓰는 내 옆에서 대박 방귀 뀌는 남편으로 인해 짜증이 났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남편 장이 활발하게 운동하고 있구나~ 건강한 새끼" 이렇게 쥐어짜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불륜은 차 안에서 시작된다고? 확 그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