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Jan 20. 2022

저는 '돈버는 머신 2호'입니다.

feat. 마지막에 나오는 깨알홍보


"여보, 천천히 걸어... 나 진짜 걷기 힘들어. 발이 뽀사질 거 같다고!"

발 앞꿈치가 땅에 닿을 때마다 뼈들이 각자 흩어지는 듯한 통증에 '윽'소리가 절로 나왔다.

4-6시간을 서서 강의할 때는 어디든 뛰어갈 수 있을 것처럼 쌩쌩했는데 신기하게도 청중과 '굿바이'하고 내 주변에 사람이 안 보이기 시작하면 발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띵하다.

돈 버느라 녹초가 된 몸을 차에 구겨 넣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열심히 번갈아 밟다 집에 도착하면 정장을 마룻바닥에 내팽개치고 소파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스르르 잠이 든다. 짧은 시간의 잠이 내 몸을 급속으로 충전시켜 정신을 맑게 해 주면 아까부터 하려고 마음먹었던 신세 한탄을 제대로 시작한다.

"아 진짜~ 나도 일 안 하면서 자아실현하고 싶다. 난 딱 집순이 스타일인데... 내가 로또만 돼봐! 당장 일 때려치우지! 아~~~ 피곤해~~~~ 왜 하필 밥시간인데!!! 시켜먹을까? 이래서 돈이 안 모이나?? 아 몰랑몰랑~~~"


보통 이 과정이 내가 일을 마치고 오면 내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강사라는 직업의 시작이 명확히 언제가 처음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가 되었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갈 만큼 이 일을 무척이나 사랑했다는 것이다.(정확히 과거완료형!)

그나저나 나는 언제부터 이 일을 이렇게 싫어하게 된 것일까?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나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갈 때쯤 지금의 내 상태를 깨닫게 해 준 사건이 있었으니...


제일 일하기 싫은 계절, 추운 겨울날 강의를 마치고 노트북 정리를 하던 중 나를 향해 세 명의 여성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뭐지? 왜 무리지어 올까?'라며 긴장선을 탔지만 나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선보이며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해버리면 "네네~"하면서 나에게 오지 않고 가던 길을 갈 것이라 예상했기에...  언제나처럼 예상은 틀렸다.

그 무리는 한사코 내 앞까지 와서는 “강사님 저 뭐하나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머리 회전을 요하는 질문형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배가 안 고프십니까?? 점심 드시러 가셔야죠~ 대체 뭐가 궁금하다는겁니꽈~~ 저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질문을 좋아하지 않아요~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면 한 겨울에도 땀이 난단 말입니다!!'라는 마음의 소리와는 다르게 입에서는 "네 그럼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무리를 대표하는 한 분이 해맑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강사님의 꿈은 뭔가요?”
“강사님의 꿈은 뭔가요?”
“강사님의 꿈은 뭔가요?”


당황하는 척을 숨기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흐르는 정적을 막고 싶어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린 시절 교장 선생님 훈화에서 많이 들리던 "아.... 예..... 음...." 소리를 내며 시간을 끌어댔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갑자기 꿈을 물으시니 순간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러게 제가 어떤 꿈을 가졌냐면... (생각 안 나서 그냥 아무 말 대잔치) 아무래도 제 직업이 강사다 보니 좋은 영향력을 주는 강사가 되는 거겠죠?"라며 얼버무렸다.


'제발 가세요! 가서 점심을 드시란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 마음과 다르게 내가 짐을 챙길 때까지 기다렸다 주차장까지 배웅을 하며 나와 대화를 하고자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것에만 열중해도 되었다.
“강사님~ 제 꿈은 ooo에요.(생전 처음 들어본 거라서 까먹음. 알려줬는데도 기억이 안 남) 제가 어떻게 하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냐면요~~~~(불라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늘 글을 쓰고 있어요~~~


“아.. 네 정말 훌륭하시네요. 저는 선생님이 꿈에 대해 물어보셔서 많이 놀랐어요. 덕분에 오늘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감사해요.”


마무리 인사를 하며 차에 올라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나를 '얼음'으로 만들어버렸던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곱씹기 시작했다.

‘내 꿈은 뭐지?’

'내 꿈이 뭐였드라...'
‘꿈이 있긴 했는데... 있었지...’
지금의 내가 강의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1)아파트 대출금 갚고, 2)카드값 갚고, 3)자식새끼 교육비 대고, 4)공과금 내고, 5)사람 도리하고 살기 위해 필요한 오직 한 가지... 바로~~~

 "돈"

 
집에서 남편은 종종 나를 이렇게 부른다.
“2호!!!! 머신 2호!!! 응답하라~~~"

남편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오빤 1호~ 넌 2호~~~ 우린 돈 버는 머신~~~ 2호 듣고 있나? 오늘은 불금이니 머신 2호가 좋아하는 치킨 어때?? 기름칠할 겸 치킨 콜콜?? “

출처: 미리캔버스

난 좋다고 헤벌쭉한 얼굴로 “네네~ 양념치킨 기름으로 발라주세요. 아이 러브 치킨!!! 다음 주부터 열심히 돈 벌겠습니다!~”라는 말로 대꾸한다.


'나를 돈 버는 머신이라 부르는 것이 뭐가 그리 좋단 말인가?!'

'오호라~ 자본주의 사회에 쩌든 표본이로구나!'


이래 봬도 과거의 나는 직업에 대한 깊은 사명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오래전 쓰인 나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끓어오르는 열정을 볼 수가 있다.


20대 제 인생의 롤모델은 지금은 고인이신 '황수관 박사님'이었습니다.

브라운관에서의 들리는 그분의 강의는 큰 감동일 뿐만 아니라 제 안에 꽁꽁 숨은 정적 에너지를 찾아내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생략)


나를 통해 웃음, 용기, 희망, 긍정, 행복을 전하고 싶다던 내 마음... 그래서 내가 힘겹게 일궈놓은 사업까지도 다 내려놓고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오로지 '머니'만을 사랑하는 나만 남아 있었다.


강사라는 내 직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저자 최진석은 직업에서의 '직'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의미하고, '업'은 사명 혹은 자아실현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에게 '직'은 강사이고,  '업'은 나의 말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사명이 해당될 것이다. 물론 자신이 품고 있는 '업'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어떠한 '직'을 선택할 때에는 애초부터 직과 업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상황이었다. 에 익숙해지면서 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어느덧 스스로를 향해 돈 버는 머신으로 치부해버린 경우였으니 말이다.


나의 '업'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렇다고 다른 직을 찾아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저 내 마음에 바람이 있다면... 강사라는 '직'을 갖겠다고 마음먹게 한 내 안에 뜨거웠던 '업'을 되찾고 싶었다. 일을 하면서도 "강의하기 싫어~ 강의하기 싫다고!!!!"라고 나불거리기보다 강의때의 즐거움, 끝난 뒤의 보람을 다시 한번 깊이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사명감'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서서히 차올랐다. 임계치를 넘어선 것인지 '더 이상은 이대로 멈춰있지 않겠어~ 2022년에는 나도 무언가를 하겠어!'라며 망설이고 고민하던 일을 그냥 저질러보겠다는 결심이 굳건해지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도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매일 인증을 하다 보니 결국 써지는 것처럼... 내 안에 용솟음치는 '업'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하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몇 년을 우려먹는 낡은 버전의 PPT로 '직'을 유지하던 내 모습에서 벗어나기로 한 나는 할까 말까 고민만 했던 유튜브의 이름을 작명했고, 바로 남편에게 부탁해 촬영을 시작했다.


나서는 것 싫어하고, 보이는 것 싫어하고, 주목받는 거 싫어하는 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2022년 나의 목표가 되어 얼토당토않게 시작한 유튜브...


근데 이게 웬 말인가?!!!!

너무 재밌잖아~~~ 컴맹이가 영상 편집하겠다고 노트북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이 이렇게 즐겁다니!

그뿐인가?! 성취감 어쩔 건데...

남편과 쫑알거리며 영상을 찍고 마침내 업로드를 할 때 나는 아주 오랜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사 하길 잘했어. 나 이제 내 직을 정말 많이 사랑해줄 거야! 두고 봐~!'


이거 뭐 유튜브 홍보하려고 글 쓴 거냐고 묻는다면...

1%의 홍보와 99%의 내 진심을 담고 싶어 글을 썼다고 말하고 싶다.



혹시 '업'을 잃어버리고 저처럼 '직'에 치여 살고 있으신가요?

소중했던 그 '업'을 찾고자 결심했다면... 망설였던 작은 것부터 한 번 도전해보시는 거 살포시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말을 하면 매우 못생겨지지만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못생긴 얼굴 공개합니다.

(깨알 홍보!) (구독! 좋아요! 아시죠???)

https://www.youtube.com/channel/UCViy1NORtdmnQepT5qqmB6g

https://www.youtube.com/watch?v=_UJh7o77t3M&t=196s


매거진의 이전글 언니가 보고 싶을 땐 우체국에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