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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Apr 10. 2022

이렇게 하면 살 빠진다니까!!!


"안돼! 안돼! 그만! 제발 멈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계속 가는 거야?  제발 멈추라고! 정말 너 만큼은 늘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이 소리는... 이한나 님이 체성분 측정 중 체지방률이 표준을 넘어 '표준 이상'을 향해 슬금슬금 올라가는 그래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울부짖는 소리입니다.


생각해보니 어느 날부터 정장을 입을 때마다 단추가 잘 안 잠겨지고,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생리 전이라 몸이 부은 거야~"

"배란기라 몸이 부은 거야~"

"생리 중이라 몸이 부은 거야~"라는 친절한 설명을 하며 스스로를 도닥였는데 검진을 하며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부은 것이 아니고, 순수 지방이 증가한 것'


생각해보니 물방개처럼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발발발발거리던 내가 꽤나 많은 시간을 집에서 특히 침대에서 머물렀다. 일할 때 서있던 시간은 비대면으로 바뀐 탓에 앉아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 옷마저도 상의만 쟈켓을 입고 하의는 먹는 대로 늘어나는 수면바지와 동행했다. 그뿐인가! 코로나 밀접 접촉자로 격리, 양성자로 격리, 해제 뒤에도 몸이 아파 스스로 격리하며 살금살금 살을 찌워왔다. 안타까운 것은 식욕은 계속 끊임없이 왕성했다는 것!


한평생 '나는 살이 잘 안 찌는 몸이구나'라고 믿어왔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지 체지방 그래프를 보고 경악한 나는 곧장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정확히 그날부터 마음의 불편함이 생겼다.

"야식 하고 싶은데... 건강 위해 참아야겠지??"

"케이크 먹고 싶은데... 먹을까 말까? 안 먹어야겠지?"

"꼬깔콘 먹고 싶은데... 딱 한 주먹만 먹을까? 안 먹는 게 낫겠지?"

늘 고민 없이 '고'를 외치던 내가 음식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갈등의 시간이 우습다는 듯 치킨에게, 케이크에게, 꼬깔콘에게 입까지 곧장 갈 수 있는 통행권을 허락해주었다.


정확한 지표와 현실 앞에서 정신을 바짝 차린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는데 쉽게 변하지 못하는 나를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의지박약을 세 글자로 줄이면?

-중도하차를 세 글자로 줄이면?

-작심삼일을 세 글자로 줄이면?

모두 같은 대답 "이한나"이다.


변하고 싶다.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만들고, 예쁜 핏으로 정장을 소화하고 싶다.

41살 내 생애 다이어트를 멋지게 성공시켜보겠다는 마음이 앞섰던 나는 '학습된 포기력' 앞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나의 안전장치는 바로 이것이다.

"공식 선언!!!!"

이것이 포기할 수 없는 안전장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2022년 1월 14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구독자도, 조회수도 적은 유튜버 꿈나무인 내가 영상을 찍다가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일주일에 영상을 세 개 찍겠습니다!!!!"라는 공식 발언을 해버렸다.

하루도 안되'세 개는 무리여서 2개로 바꾸겠습니다!'로 다시 말할까? 아니면 '3개 찍겠다고 한 영상을 지울까?'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나의 빠른 포기 능력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이미 늦었어...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찍어야지 뭐"

그렇게 '말이 입밖에 나오면 말이 너를 지배한다'는 유태인의 속담처럼 '영상 3개 찍겠다는 말'에 지배를 받은 나는 매일매일 어떤 내용으로 영상을 찍을지, 언제 찍을지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힘이 들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힘이 들지만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

-힘이 들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신뢰

그래서인지 나는 참 좋다.


이 공식 선언의 힘을 알기에 나는 또 유튜브를 통해 선언을 해버렸다.

"달달언니가 코로나 시기 동안 살이 3kg이 쪘습니다!!! 현재 55kg!

9월까지 52kg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공식 선언 중!!!!

그렇게 선언이 무섭게 나는 매일매일 필라테스에 가고, 어떻게든 하루 3km를 걷기 위해 노력한다.

살이 빠진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날짜가 지나가는 것을 의식하고, 체중계에 자주 올라가는 내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입 밖에 나온 말이 나를 에워싸는 것은 분명하다.


-성장하고 싶은가?

-달라지고 싶은가?

이번만큼은 꼭 성공하고 싶다면 조심스레 말해본다.

"공식 선언을 해보라니까요!!! 그냥 카카오톡에 목표한 거 딱 걸어놔 봐요~~~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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