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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Jun 11. 2022

먹으면서도 슬플 때가 있다...


'매일 꽁냥거리는 글을 쓴다고 나는 마냥 즐거운 줄 아나 봐?'

'유튜브 영상에서 신나고, 활기차 보인다고 내가 24시간 즐겁냐?'


유난히 행복이란 현상에 집중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해서인지 사람들은 내 삶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유튜브에서는 좋은 말 실컷 다 하더니... 너 답지 않게 왜 이래??"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 당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한참을 생각했다.

'아... 이래서 연예인들이 힘들다는 거구나... 그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난데... 사람들은 나에 대해 본인들이 원하는 하나의 이미지 상을 만들어 놓는 거 같아. 거기에 맞추겠다고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점점 희미해지겠지? 개뿔!!! 구독자 73명에 이런 난황을 겪다니... 유튜브 구독자들 앞에서는 유쾌하고 발랄한 달달언니만 꺼내야 하고, 지금의 나는 소멸돼야 하는 상황인 거야? 유튜브로 돈이라도 벌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ㅋㅋㅋ 이게 뭔 시추에이션이야~'


그랬다. 이번 일주일은 내게 참 힘든 주간이었다.

고3 딸은 고3 딸대로 그리고 딸에게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매번 결투장을 보내는 남편까지...

이번 딸아이와의 전쟁에서 남편은 다음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1) 딸이랑 말도 안 함

2) 가족 단톡방 나감

3) 딸이랑 같이 밥 먹기 싫어 회사에서 먹고 온다고 함

4) 딸내미 카톡 차단!

'에라이! 쪼잔한 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아빠냐? 카톡 차단이라니... 징하다 징해!!!!' 

결국 나는 폭발해버렸다.

"쟤는 아직 애잖아. 부모인 우리가 가르쳐 줘야 하는 거잖아. 바른 길로 알려주는 게 우리 일인데 그냥 차단했다고? 우리도 사람이라 상처받지만 그래도 우린 어른이잖아! 우리가 알려 줘야지! 애가 용기 내서 잘못했다고 사과했는데 카톡 차단해서 모른다는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해?!!"


힘든 것은 몰아서 오는 걸까?

강의도 힘에 부쳤다. 강의하는 내내 내 목소리가 시끄러웠고, 듣기 싫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무대 위에서 까불거리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결국 강의를 마치고 주차된 차에 들어가서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힘들다... 나 너무 힘들다. 강의 준비하기도 싫고, 강의하기도 싫고...  끝이 없어... 강의가 끝나도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있으면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까지 찝찝하고 불편해. 편해지고 싶어... 가벼워지고 싶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나만 아는 것이 서러웠기에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수화기로 너머로 "나 다 때려치울래"라는 말만 반복하며 꺼억꺼억 울어댔다.

그렇게 내 마음에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매일이 즐겁고 행복한 줄 안다.

그저 평범한 시간 속에 가끔 밀려오는 행복함이 좋아 글을 쓰는 것인데...

그저 평범한 시간 속에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것인데..

오늘은 조용히 말해본다.

"나도 힘들어..."


다행히 암흑한 터널에도 끝이 있듯 내 안에 끝나지 않을 거 같던 소나기의 거센 빗발도 점차 수그러 들었고, 서서히 하늘빛이 밝아지고 있었다.

내게 카톡을 보낸 남편은 딸아이에게도 진심을 다해 사과하며 매번 그렇듯 좋은 아빠가 되겠노라 결심한다.

나는 다시 말해본다.

"우린 이렇게 또 좋아지잖아"


우리의 삶에는 비도 오고, 구름도 끼고, 태양도 뜨고, 선선한 바람도 분다.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강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은 태양을 즐기자! 따뜻한 이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놨다가 소나기가 올 때 우산으로 써야지. 소나기는 어차피 지나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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