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전 점수는?

by 이한나

'오늘의 운전 능력 테스트: 좁은 길 지나가기'

미션 실패 시: 추락?...

과거 논두렁에 한 번 빠진 기억 때문인지 초조함이 커져갔다.

내가 타는 중형 SUV가 오늘따라 크게 느껴진다.

두근거리는 상황을 혼자만 알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잽싸게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갈 수 있으니까 저렇게 대놓긴 했을 건데'라는 남편의 대답.

"그래! 누군가 떨어져서 다쳤으면 이렇게 놔두진 않았겠지! 나는 갈 수 있어."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악셀을 밟아본다.

성공이었다. 어렵게 강의장에 도착한 나는 전화통화가 전부였던 교육 담당자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엄청 좁아 보이죠? 저 여기 건너서 왔다니까요~~~"라며 묻지도 않는 말들을 풀어놓는다.

그냥 자랑이 하고 싶었다...;;;


다음 날에도 미션은 존재했다.

'오늘의 운전 능력 테스트: 주차'

미션 실패 시: 앞에 있는 세 분 어르신 앞에서 쪽팔림 & 강의 지각

그래도 10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고난이도의 주차를 경험해봤기에 이 정도는 껌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주차가 잘 되지 않았다.

여러 번 왔다거렸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느낌은 뭘까?

갑자기 세 명의 어르신 중 한 분이 내 차 앞으로 와서는 오른손을 들고 뱅글뱅글 돌리며 큰소리로 외친다.

"오른쪽으로 핸들을 완전히 꺾어요! 꺾은 상태에서 앞으로!! 그렇지 그렇지!!! 다시 왼쪽으로 꺾고!!!"

명쾌한 설명과 함께 주차 미션에 성공한 나는 여유롭게 강연장으로 걸어갔다.

힐에서 나는 똑깍똑깍 소리와 함께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안 뿌듯해. 하나도 안 뿌듯해. 할 수 있는데... 혼자 하고 싶었는데... 뒤에 기다리는 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조금 천천히 해도 되는데... 그리고 내가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아... 나란 인간은 도와준 사람을 향해 고마워 하기는커녕 되려 성취감을 빼앗아갔다고 속상해하고 있다.

'에이... 그래도 덕분에 빨리 주차했는데 이러지 말자!'며 마음을 다 잡는 순간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온다.


'아... 저 모습이었구나. 내가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했던 모습이었어. 아이가 해 보려고 애쓸 때마다 번개처럼 튀어나와서는 내가 해결해버렸어. 그리고는 "봐봐~ 엄마처럼 해야지"라는 말을 해버렸지. 아이를 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이의 기회를 다 빼앗고 있었던 거구나... 아이가 누릴 성취감 마저... 아이는 나처럼 혼자 하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성장과정에 있어서 성취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가 성취감을 누리게 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공급하며 아이의 흥미를 유도했다. 중간에서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하도록 옆에서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며 아이를 응원했다.

아이는 성취감을 느꼈을까? 어린 시절 박수를 치며 내게 안기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 보니 아이가 좋아했던 것만은 같은데...


어느덧 18살이 된 내 아이는 어디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까? 엄마인 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인위적 환경을 조성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아이가 필요로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공인 점수와 활동들을 챙기고, 쌓을 스펙들을 앞에 가져다주었다. 어린 시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의 성취 경험을 만들기 위함이 아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한다는 것. 하나 더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 번 해 볼까? 할 수 있을 거야!'를 말하기보다 빠른 성과를 위해 아이를 재촉하고, 채찍질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따라오지 못했다. 낮은 속도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처럼 많이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는 단 한 걸음도 스스로 걸어보려 하지 않았고, 내가 잡아 끄는 줄에 질질 끌려오다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물론 지난한 과정에서 아이의 의사를 물었고, 아이가 하겠다고 했기에 진행했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아이가 먼저 찾은 것은 아니었다. 공대를 가고 싶다는 딸아이 말에 반응하며 앞장서서 계획하고, 수학 시험, 생물시험, SAT 준비까지 돕긴 했지만... 끝에 가서는 꾸역꾸역 따라오던 아이도 지치고, 마지막 시험이니 힘을 내자고, 한 번 더 해보자고 말하던 나도 슬슬 버거웠다.

'그래... 니 맘대로 해봐. 공부 못한다고 안 죽어...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라며 풀썩 주저앉은 그 순간... 아이는 작은 목소리를 냈다.

"나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 나 계속 틈틈이 그림을 그렸는데 한 번 봐 볼래?"

"네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건 알아... 근데 입시 6-7개월 앞두고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음... 엄만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알아보자!! 디자인을 전공하든 안 하든 네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니 좋다! 그냥 해보는 거지. 네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 엄마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시 뒤집어도 아무 상관없어."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하루 7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 행복해"

"그림 그리게 해 준 거 고마워"

"몸은 힘든데 좋아"

"그리고 싶은 게 많아서 메모했다니까"


어쩌면 지금의 딸아이에겐 내가 힘을 빼고 바라봐 주는 것이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저 믿고 바라봐 주는 엄마...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지만 기다려 주는 엄마...


글을 쓴 대로 또 그렇게 하루를 살고 싶다.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갑작스럽게 불안감이 밀려와 아이를 째려보고, 화를 낼 때도 있지만... 오늘도 그랬지만... 한 가지는 말해주고 싶다.


"남들보다 하고 싶은 것을 늦게 찾았다고 늦은 것은 아니야.

찾았으니 다행이잖아. 근데 너 그거 아니? 너의 마음은 또 바뀔 수도 있어~~

그토록 하고 싶어 달려왔는데 너의 것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우린 살아있는 한 계속 새로운 꿈을 찾아서 떠나게 될 거야. 너의 마음을 힘껏 따라가 보렴!엄마는 너의 여행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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