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부모는 없다.

by 이한나

교육학을 전공한 나는 이번 학기 아동교육론을 강의하고 있다.

실력 없는 교수인지라 빡세게 공부를 하며 수업을 준비한다.

단...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괴롭다.

'내가 아동의 인지발달과 정서발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아이를 키웠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에 마주 보고 밥을 먹는 남편에게 떠들어댄다.

"여보! 어느 나라는 결혼하기 전에 열흘간 합숙 교육을 받는대. 그 교육을 이수해야 결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거야. 그걸 통과해야 결혼할 수 있고~ 너무 신기하지? 암튼 이혼율도 제일 낮다고 하네. 나는 결혼 시험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가 의무적이었으면 좋겠어... 아동교육론 공부하면서 내가 이걸 다민이 어릴 때 알았더라면 더 잘했을 텐데... 너무 아쉽고 후회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었는데..."


남편은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이럴 때 좀 설렘)

그러고는 말한다.

"야!!! 너는 그걸 아는 애가 나올 때 소리 꽥꽥 지르고 나왔냐? 공부한다고 좋은 엄마 되냐? 아동교육론 알면서 소리 지르는 거나, 모르고 소리 지르는 거나... 뭐가 다른데? 오히려 알고 지르면 더 괴로운 거 아님??? 그냥 모르고 지르는 게 나은 거 아냐?"


아.... 진짜...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은지...

그래도 난 질 수 없었다.

"그래도 잘못을 알아야 후회도 할 수 있고, 사과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빨리 돌이킬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나는 글 쓰면서 반성도 한단 말이야!"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던 남편은 내게 쭈꾸미를 건네며 "먹어. 먹고 힘내서 소리 질러~~ 세이 요~~오"라며 어깨춤을 춰댔다.


가끔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멈춰지는 프로그램이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부모가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방송에 신청하고, 오은영 박사님과 다수의 MC들이 아이를 관찰하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예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비슷한)

끝없이 떼를 쓰고, 공격적이고,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며, 산만함의 극치를 달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참을성 없는 우리 부부는 "아오... 열 받아! 어떻게 저걸 그냥 냅두냐?!"를 남발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었다.

늘 똑같은 답. '부모 혹은 주양육자의 태도'

누군가는 네이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뿜(by 티끌모아 파산)


주양육자의 문제임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순간 우리 부부는 숙연해진다.

"다민이가 왜 그랬겠어? 다 우리 잘못이지... 내가 짜증 내는 말투로 말하니 아이도 짜증 내겠지..."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문제지 뭐... 나도 얘기도 안 듣고 쉽게 화내잖아."


방송을 보며 반성을 거듭한 우리는 갑자기 친절해진다.

한껏 콧소리를 내며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다민아~~~~~~"


비단 우리 부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가끔 아이 돌봄 교사를 양성하는 곳에서 '아동교육'과 관련된 강의를 할 때면 교육생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아이고... 강사님... 젊을 때 이런 것들을 배웠더라면 우리 자식들한테 잘했을 텐데... 너무 아쉽기만 하네요."

"눈물이 나요.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밖에 표현 못하는 건데... 늘 혼내기만 급급했어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한다.

"선생님...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아이 엄청 잘 키울 거 같죠? 알아도 버럭버럭 화내고요. 알아도 안 참아질 때도 많아요. 그리고 제가 잠깐 쉬는 시간 동안 뭐하고 왔는 줄 아세요?~ 아이한테 가서 빽빽 소리 지르고 왔어요. 이 과목을 가르치는 저도 이래요."


왜 이리 변하지 않는 것일까?

며칠 전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했던 말씀이 내 맘속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다.

'개인이 부모와 맺어왔던 상호작용 및 애착의 방식과 패턴이 이후 자신의 자녀와의 관계에 80-90% 영향을 미친다는 것.'


내가 경험한 대로, 내가 받아온 대로, 내가 아팠던 대로 우리는 자녀에게 알게 모르게 그대로 주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을 또 내 자녀에게 주고 있구나...'라는 것쯤은.


하지만 그러지 않고 싶어서,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똑같은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몸부림을 친다.

가깝게 지내는 내 친구 '혜란'이는 육아와 관련된 내용을 매일매일 공부하고 핸드폰에 메모한다.

그리고 아이가 감당이 안 되는 순간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말한 뒤 자신의 핸드폰을 뒤져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빨리 찾아낸다.

그렇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혜란이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자책한다.


여전히 제자리처럼 느껴지고.. 매번 부족한 부모로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는 무엇 하나를 봐도 '우리 아이에게 좋겠다.', '이것도 해주고 싶다'며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늘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뿐인가!

아이를 보며 답답하지만 입을 꾹 다물기 위해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천불이 나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무한 기다림을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시간의 나를 '부족한 엄마', '부족한 아빠'로만 정의하고 싶지 않다.


방송을 보며 반성하고,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작은 마음들이 서서히 우리의 모습을 바꿔 나간다.

아이에게 버럭 화부터 낸 남편은 이제 아이를 쫓아다니며 사과를 하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가슴을 졸이며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한다.

순간 버럭 화냈던 아빠는 딸아이 마음을 녹이려 애쓰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춘기 아이로 열이 뻗칠 때마다... 남편은 내게 속삭인다.

"이리 와. 오빠랑 명상하자."


100점짜리는 될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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