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Dec 13. 2022

더 많이 사랑할게...


"저게 뭐하는 곳이야? 아!!! 키즈카페~~ 요즘 키즈카페는 진짜 좋다니까~~"

화려한 키즈 카페 옆으로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파는 매장과 알록달록 예쁜 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딸아이가 곧 대학생이 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아이들의 옷을 보면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오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이 모든 기억을 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오빠처럼 로또 번호를 알아두겠다는 거 아니야~~ 나는 다시 다민이를 키우고 싶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남편은 나를 보며 묻는다.

"대체 왜 다시 키우고 싶은데??"

나는 자주 머릿속에 떠올렸던 생각을 입으로 내보낸다.

"너무 모르고 키웠어...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돌아가면 곰팡이 있는 집에서 안 키울 거야. 애가 입으로 빨면 빨간 물이 뚝뚝 떨어지던 인형은 바로 버렸을 거야. 돌아가면 또 가난하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돌봐주고 싶어.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해. 늘 그게 제일 미안해.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도닥여주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해. 나도 너무 어려서..."

나는 후회의 아이콘이 확실하다.


남편은 내 어깨를 꼭 감싸 쥐며 말했다.

"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승질 부리지 말고 많이 안아줘라~"

"아 됐어!!! 지금은 싫어~ 꼴 보기 싫단 말이야!!! 그냥 애기 때 이야기야~~~"

손사래를 치던 나는 터벅터벅 걸으며 미래에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이가 대학 간다고 내 곁을 떠나버리면... 나는 또 얼마나 후회할까. 지금의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초등학생 때는 미운 짓만 골라한다며 타박했던 내가 지금은 아이의 초등학생 때 사진만 봐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 않던가... 교복을 처음 입고 수줍어 하던  예비 중학생의 모습도... 자신의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만 봐도 우리에게 찾아온 천사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뿐이다. 왜 시간이 지나야 그리워지는 것인지...'

-그 당시에는 힘들었으니까!

-그 당시에는 사는 게 빡빡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와서 보니까 좋은 것만 기억나는 거겠지!!!

나는 이런 말들로 과거의 나를 옹호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행복을 잃어버리는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요즘에 나는 아이가 떠난 뒤에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샤브샤브를 먹을 때마다 팽이버섯을 좋아하는 아이를 떠올리겠지.

-매콤한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맵다고 헤헤 거리며 어묵국을 떠먹는 아이가 그려지겠지.

-치킨을 먹을 때면 가장 먼저 엄마 아빠에게 다리를 주던 네가 생각날 거야.

-김치 쪽갈비를 할 때면 엄마가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까?

-청국장을 먹을 때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야!'라고 쫑알거리는 네가 생각나 엄마는 청국장을 먹지 못할 것만 같아...

-집이 적막할 때면 매일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너의 목소리가 얼마나 그리울까...

-이제 우리 집 강아지 사랑이는 누구 옆에서 잠을 자야 할까. 언니의 빈자리를 사랑이는 알까.


글을 쓰다가 한참을 울었다...

양육의 주된 목적은 독립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내 마음을 쓰다듬었고, 딸에게 몇 마디 글을 남겨본다.


딸에게...

몇 개월 뒤 너를 외딴곳에 놓고 발걸음을 뗄 때 엄마는 엄마에게 말하고 싶어.

"그래도 남은 시간 더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했네. 더 많이 안아주려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려고, 딸아이의 좋은 점을 더 많이 찾아보려고, 더 좋은 엄마가 되어보려고 많이 애썼네. 한나 잘했다..."

아빠 말대로 지난날을 후회하기보다 지금의 자리에서 너를 더 사랑하는 엄마가 될게.

 

매거진의 이전글 팔자 좋은 내 소중한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