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Dec 14. 2022

남편은 최고의 명사수!


"여보여보~~ 개그우먼 김민경 알지?? 김민경이 사격대회에 나갔다는데~~ 알아?"

나는 핸드폰에 올라온 뉴스를 보며 신기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떠들어댔다.

남편 역시 들뜬 표정으로 김민경이 한 손으로 책상도 들고, 유연성도 뛰어나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특출난 체육인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격하는 김민경 모습. 사진=IPSC KOREA

(그렇게 시작한 사격이야기)

나: 여보도 군대에서 사격했잖아.

남편: 했지.

나: 여보 사격 잘했어?

남편: 평범했지.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고.

나: 그래? 난 여보가 엄청 잘했는 줄 알았는데~~

남편: 대표로 선발되서 나갈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잘한 건 아니야. 잘 안될때도 있었어. 그러니까 평범한 거지뭐.

나: 오올~~~ 겸손한 모드야?

남편: 내 답변이 좀 생소한가? 군대에서 사격 이야기 나오면 못한 사람들 한 명도 없잖아. 다들 포상 휴가에 엄청난 스토리들이 줄줄 나오는데... '평범했어'라는 답변이 어색해?


나는 그냥 씨익 웃고 말았다.

그에게는 늘 신화적인 성공 스토리가 없다. 성과를 낸 멋진 이야기를 펼치다가도 이내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항상 그랬던 거는 아니고,"라는 말로 부풀어질 틈새도 없이 바람이 휙~ 빠진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그의 말을 참 좋아한다.

평범한 사격 실력을 좋아하고, 부끄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을 좋아한다.


-한 번의 성공을 전체로 보지 않는 눈

-한 번의 성공을 전체로 말하지 않는 입

-한 번의 성공이 자신의 삶이라 여기지 않는 마음

-한 번의 성공이 있기까지 자신의 힘 외에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겸손함


나는 오늘 그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싶어 글로 옮겨 적는다.


당신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명사수!!!
20대 군인 시절의 남편
매거진의 이전글 더 많이 사랑할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