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분들께 아룁니다...

by 이한나

"한나야. 나 너희 집 앞이거든. 내가 전화하면 바로 내려와."

동네 친구는 종종 먹을거리를 많이 사는 날이면 이런 전화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는 몇 달을 만나지도 않으며, 문 앞에 두고만 갔는데... 오늘은 마스크를 끼고 잠깐 1층에서 인사를 나눴다.

나는 빵을 사다 준 친구에게 "잘 먹을게. 배고팠는데...ㅋㅋㅋㅋ 잘 지냈지? 남편이랑도 잘 지내고?"

친구는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많은 얘기 중 친구의 무지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너 무지개 이야기 알아?
남편한테 물어봐.
빨주노초파남보 중에 너를 생각하면
무슨 색깔이 떠오르는지 말이야.
보통 물어보면 빨간색이래.
빨간색은 그냥 마누라야...ㅋㅋㅋㅋ
난 오빠가 보라색이래.
보라색은 섹시한 여자야.
나 아직 섹시한 여자야!


나는 "좋겠다~~ 섹시해서ㅋㅋㅋㅋ 주말인데 오빠랑 핫한 밤 보내!!"라는 19금 인사와 함께 빵을 들고 올라갔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에 별 관심 없는 척하고 집에 올라왔지만, 무지개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검색해보았다.


벌써 많은 카페에서 이 이야기는 퍼졌나 보다^^

'나도 물어볼까?'라는 생각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빨간색이 나오면... 서운할 거 같아... 묻지 않았다.

대체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댓글이 더 재밌다.

'전 보라색이라네요'라는 댓글에는 '님은 여자네요. 부럽네요.'라는 대댓글.

'주황이라 오늘 밤은 기분 좋네요'

주황보라로 답변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ㅋㅋㅋㅋㅋ' 'ㅎㅎㅎㅎ'가 꼭 붙어있다.

현실은 전우애로 살지언정 주황과 보라색 한마디에 기분이 좋다는 아내들...


친구 같은 '초록'도, 편안한 '파랑'도, 동생 같은 '노랑'도 괜찮았지만,

빨강이 나왔다는 댓글에는 어김없이 'ㅜㅜ''ㅠㅠ'가 함께 있었다.


나 또한 주황보라색 아내가 되고 싶은데...

나뿐만이 아닌 모든 아내가 그런가 보다...


집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사물인터넷(IoT)이 적힌 티셔츠를 버리기 아깝다며 입고 있고...

식탁에서 잠든 내 모습... 남편이 뒤에서 찰칵


자고 일어나면 피구왕 통키처럼 정말 부끄러운 머리가 되지만....

나는 여전히 여자이고, 특히 남편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때로는 콧소리를 내며,

집에서도 괜히 화장을 하며,

예쁜 치마를 꺼내 입고 있는 내 마음을 남편은 알까?


8년을 연애하고, 16년을 살아도 슬며시 보라색을 원하는 내 마음...

그저 '예쁘다'는 한 마디에 기분이 좋고, 하루 내내 들떠있는 마음을 말이다.

이 글을 볼 남편분들께 아룁니다...

제발.... 빨강은 피해 주세요!!!

여전히 당신에게만큼은 여자가 되고 싶은 아내의 마음을 기억해주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트럼프 할 때 '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