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헬리오아트
조각가 신한철은 ‘구(球)의 작가’로 통한다. 흔하디흔한 원형을 각기 다른 크기와 재질로 변신시킨 후 이를 다시 조합해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 “작품이 관객과 좀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라는 바람으로 신한철 작가가 기증한 두 점의 작품은 서울대학교병원에 새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신한철 작가의 작품을 이루는 것은 주로 크고 작은 구(球, 원형)들의 모임이다. 이 구들은 대체 무엇일까? 생명과 존재 나아가 우주의 최소 단위인 세포나 핵일 수도 있고 존재가 유래한 근원인 자궁일 수도 있다. 생성과 소멸을 무한히 반복하는, 자가 분열하고 자가 생성하며 차이를 잉태하고 무한 반복되는 ‘어떤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한철 작가에게 구는 대학시절부터의 화두인 ‘생명의 에너지’를 구현하기 위한 실마리였다. ‘생명의 에너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몰입과 번뇌 끝에 구를 찾아낸 것이다. 실제로 신한철 작가는 “구를 동양의 정신성인 음과 양이 합일된 생명체로 보자 작업이 풀렸다”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작가는 흙을 이용해 끊임없이 구를 만들며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이후 40대 초반 무렵 신한철 작가는 ‘생명의 에너지’를 변신시키는 과정에 돌입했다. ‘구의 현대성’에 대해 천착한 결과 크고 작은 형태의 구들을 증식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크고 작은 혹은 더 작거나 좀 더 큰 구들로 증식한 작품들은 서로 뭉쳐 떨어지지 않고 어우러져 신비한 조합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증식한 새로운 작업들을 선보이며 ‘건강한 생명체’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기에 이른다. 이 스테인리스 스틸은 특히 일종의 거울처럼 작품의 외부와 내부를 무한 반사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덕분에 신한철 작가의 작품 앞에 선 이들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무한히 반영하는 ‘관계’ 그리고 관계로 인한 건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되짚게 된다.
신한철 작가가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에 기증한 두 점의 작품명이 ‘공동체(Community, 2012, 2017)’라는 점은 더욱 새삼스럽다. 대한의원(시계탑 건물) 1층 복도에 전시된 두 작품을 마주하며 건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나아가 뭇 생명들의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힘을 느껴보실 것을 권한다.
신한철 작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가장 큰 조각인 6.25전쟁 상징 조형물 제작(전쟁기념관, 2003)과 부산외곽순환 고속도로 준공기념 조형물(2017) 등의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홍콩 하버시티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