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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대학교병원 Jul 06. 2022

직업으로서의 의사, 태도로서의 의사

이소령 순환기내과 교수

writer. 최주연  photo. 황필주(Studio79)  place. 카페 두채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병을 고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의사라 할 때, ‘일정한 자격’이란 무엇일까. 제도 상으로는 의사면허를 들 수 있겠지만 진료와 연구 현장에서는 일일이 헤아리기 힘든 수많은 덕목들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소령 교수는 “의사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간단히 요약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최선’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귀를 기울여보았다.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묵묵한 욕심

의학 드라마를 통해 접하는 의사의 모습은 막연했고, 가까운 친인척 중에 의사가 없으니 선입견이 생길 여지도 없었다. 가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잘하고 열심히 하는 쟁쟁한 동료들 덕분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일단 하기로 한 일은 묵묵히 하는 편”이라고 설명하는 이소령 교수의 말속에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함께 묻어났다. 다양한 전공 과목 중 순환기내과로 진로를 정한 것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환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과를, 직접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순환기내과를 택했다는 것이다.


“영상 검사 등을 제외하고 진단부터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부정맥 파트를 예로 들면, 우리가 가진 툴로 정기생리학 검사, 감별 진단 등을 시행하고 심박동기 삽입 시술 등도 하고 있어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중재시술로 해결되는 편이고요.”


중재시술과 관련해 이소령 교수는 2021년, 국내 최초로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 대한 무선 심박동기 삽입 시술에 성공하며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시술은 전선으로 인한 위험 부담을 없애고 절개 없이 대퇴부 정맥을 통해 심장에 삽입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외국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왔다. 의미 있는 시술을 최초로 시행한 소감을 묻자 “부정맥 파트 선배님들께서 기회를 주신 덕”이라는 감사와 함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덧붙였다.


“외국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도입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바빠집니다. 우리 환자들에게도 빨리 혜택을 전하고 싶어서죠. 하지만 여러 조건들로 인해 국내에는 몇 년씩 늦게 적용되는 편이라 안타까워요. 이런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진료만큼 연구에 욕심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진료도 그렇지만 시술 시에는 특히 환자들이 본인의 시간과 힘을 들여 저에게 몸을 맡기시는 거잖아요. 서울대학교병원의 시스템, 선배들이 이룬 역량과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환자를 당연하게 여길 수가 있을까요? 좋은 환경에 있는 만큼 그에 맞춰 열심히 해야죠.



환자와 함께하는 진료, 환자를 위한 연구

이소령 교수의 연구와 진료는 심장 중에서도 서맥(徐脈, 느린 맥박), 빈맥(頻脈, 빠른 맥박) 등을 포함하는 부정맥(不整脈)으로 수렴된다. 한자 상으로는 ‘맥(脈)이 가지런하지(整) 않은(不) 상태’로 풀이되지만, 이것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그 뜻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는 평소 ‘심장리듬 이상’ 혹은 ‘맥박이상’ 등으로 바꾸어 이해를 돕는다. 질병에 대한 환자나 보호자의 이해와 애정이 적절한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 믿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갖고 오는 환자나 보호자들에 대해 “의사 입장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정맥은 얄궂어서,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져요. 병원에 오신 날 나타나지 않으면 확인할 수가 없죠. 그래서 스마트워치 등 다양해진 환자용 기기를 활용해 심전도를 많이 찍어 오시라는 숙제를 내드려요. 열심히 모아 오는 분들께는 설명과 함께 칭찬도 해드리고요. 저의 진료에도 도움이 되지만 환자들도 질환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거든요. 정보가 많아지고 기기가 발달하면서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이상으로 이소령 교수는 치료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연구에 힘쓴다. 최근에는 심방세동*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한 적절한 항응고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에 관한 연구가 ‘2021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신진연구 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 해당 연구는 특히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환자들에게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과 같은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권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심방에서 발생하는 빈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



“나는 최선을 다하는 의사다”

스스로 ‘주니어’라고 표현하듯 이소령 교수는 해야 할 역할도 많고 하고 싶은 것은 젊은 의사다. 때문에 바쁘고 힘들어 지칠 법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자각으로 다시 일어선다.


“진료도 그렇지만 시술 시에는 특히 환자들이 본인의 시간과 힘을 들여 저에게 몸을 맡기시는 거잖아요. 서울대학교병원의 시스템, 선배들이 이룬 역량과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환자를 당연하게 여길 수가 있을까요? 좋은 환경에 있는 만큼 그에 맞춰 열심히 해야죠.”


감사와 열심으로 이어갈 내일이 궁금해 자신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소령은 최선을 다하는 의사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의 생명에 관여하는 의사에게서 ‘최선’을 빼면 아무것도 아님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러한 ‘최선’에는 책을 통해 다른 세상을 접하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그에게 독서는 빽빽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는 일인 동시에 깊이와 폭을 넓히는 의식이다. 이를 증명하듯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자세를 다잡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꼽은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페이지 곳곳은 밑줄로 가득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6


“소설가는 마냥 자유로운 예술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어요. 소설가도 의사도 직업인이라는 점에서 포개지는 지점이 많았고, 저 역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써서 타인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글쓰기 관련 대목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시간에 의해 쟁취한 것은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나 ‘남을 잠깐은 속일 수 있지만 길게는 속일 수 없다’, ‘건전한 야심’과 같은, 태도에 대한 이야기나 표현에 공감이 많이 가서 오래 멈췄죠.” 임상에서 환자를 만난 지 6년째, 이소령 교수는 출발선을 지나 자신만의 궤도를 만드는 중이다. 어떤 속도로 나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다. 스승과 선배, 환자와 함께 “이소령은 최선을 다하는 의사다”라는 지점에 도달하리라는 것이다.




이소령 순환기내과 교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터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회복했던 경험이 의과대학 진학에 작지만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신진연구 부문을 수상했으며, 부정맥과 관련한 진료와 시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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