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을 살다

by Podo

아마 그날은 추석 전날이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털털거리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카카오톡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출장의 우울함을 달래 달라고 찡얼거렸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난 일본으로 유학을 갔고, 그 이후 십 년 넘게 이나라 저나라 떠돌며 살고 있다. 그때는 싱가폴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고 태국에 가는 길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녀들은 자주는 못 보지만 가족보다 더 자주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고, 자신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마음 한켠의 휴식처 같은 친구들이다.


그리고 나의 오늘을 우울해하며 문자를 올렸을 때,

돌아오는 친구들의 답변들.

"야, 난 네가 부러워. 애 데리고 시댁 가는 거 너무 귀찮아. 가서 얼마나 또 일을 많이 할까!! 넌 가서 태국 마사지라도 받고 와!!"

" 나도 결혼하지 말껄..!! 아 지겨워.. Podo야 난 너의 반항을 응원한다..!"..(뭐래 난 반항하는거아니거든..)


추석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던 나는 친구들의 위로 아닌 위로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니 난 벌써 십년이 넘게 가족이랑 함께 추석을 보내지 못했구나싶었고, 내가 아무리 가기싫은 마음이라 할지라도,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 있겠다싶었다. 마치 내가 처음 해외출장갈떄 기분이 설레고 즐거웠지만, 우리 매니져는 시큰둥했던것처럼. 그리고 같이 가족과 치대고 지낼 그녀들의 일상이 약간 부러웠던것처럼.


그 이후, 나는 좀 담담해 진거 같다.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고 그저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싶어서.

싫으면 싫은대로 좋으면 좋은 마음이 일어나는대로 바라보게 된거 같다.


그 뒤로 오늘까지 근 3년의 시간이 지났다.

많은것이 변했다.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니, 시간의 여유가 많다.

싱가폴에서 대만으로 이사를 오니, 편안한 사람들속에 섞여 있어서 그런지 일상이 덜 바쁘고 평온하다.

지금은 하루 세네시간 정도를 요가수련과 명상을 하며 보낸다.

요리도 하고, 다림질도 하고, 책도 읽는다.


그리고 이제는 글도 써볼까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