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2
다낭과 호이안은 요즘 한국에서 인기있는 휴양지인듯했다.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느때와같이 소소한 일상을 SNS로 나누다가 동생과 함께 휴가로 호이안에 간다고하니 다들 부러워했다. 모두들 결혼하고 두세살짜리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24시간 쉬는 날 없이 계속되는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무언가를 찾고있는듯했다. 만하루 친구 애를 돌보다가 영혼이 몸에서 이탈해버리는 경험을 한 나는 그녀들이 언제나 존경스럽다. 호이안이라는 곳에 엄청난 리액션을 보이며 눈물의 이모티콘을 마구 보내는 친구들이 웃기면서도 슬펐다.
그리고 또 시작되는 나의 오지랖. 이렇게 가고싶다는데 못갈게 뭐가 있나싶었다. 남편이 주는 눈치나 어린 애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야되는 긴장감, 애들을 위해 챙겨야할 산더미같이 많은 짐들 등등 이래저래 안갈이유를 생각하면 끝이 없지만 못갈이유는 아닌거다. 세명의 친구 중 한명만 아이가 둘이었으니 내가 좀 더 챙기면 어른 한명당 애들 한명씩 돌보면 꽤 할만한거 같이 보이는거다.
일단 싱가폴에 사는 친구를 먼저 꼬시고, 2대2가 된 우리는 열심히 한국에 있는 그녀들에게 비행기 표를 사버리라고 구원(?)의 메세지를 계속 보냈다. 가고싶지만 남편에게 말이 안떨어지는 그녀들을 위해지금까지 4-5년간 들어왔던 신랑들의 용서받지 못할(그녀들의 시점에서) 과거를 리마인드시키며 그들의 휴가는 정당한것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우리가 친구된지 20주년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동의를 받은 세번째 친구는, 남은 한친구의 남편에게 다른 남편들은 다 이미 동의했는데 설마 너만 배신하진 않을거지? (서로 알고지내는지 역시 오래됐다) 라는 한줄의 문자로 상황이 종료되고 전원참석이 결정된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른 셋 + 아이 넷 그리고 이틀정도 잠깐 호이안에 들린다는 신랑 하나 + 그녀의 친정엄마 + 나랑 동생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 동생은 언니와 둘이 보내는 오붓한 휴가를 상상하며 쿠킹클래스등을 예약하는등 즐거워보였다. 내뒤에 아홉명이 숨어있는 사실을 차마 말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그녀에게 며칠의 달콤한 상상을 허락하기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