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목욕하기

by Podo


나의 대만에 대한 첫인상은 일본과 느낌이 참 비슷하다는 것 이었다. 동경사람들은 빨리 걷고, 전철 노선도가 어지럽게 복잡하며, 옷을 좀 더 세련되게 입는다는 점등은 다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 한자가 번체라 대충 간판이 비슷해 보이는 것이나(특히 일본계열이 운영하는 백화점들은 더 그렇다) 개인이 소박하게 운영하는 맛있는 커피숍과 디저트가게가 번화가 뒷골목에 작은 꽃같이 자리를 틀고있는 것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친절함등이 그랬다.

첫인상이 좋았다. 이나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거같았다. 집구하기라는 참으로 귀찮은 일이 남아있지만 과거 15년간 거의 매년 이사해본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구해지는것도 이젠 안다.

한해 전, 싱가폴에 살면서 욕조있는 집을 찾으려고 스무군데 넘게 이곳저곳 가봤지만 부동산에서 말하는 욕조는 발목까지 오는, 그냥 물이 샤워실밖으로 안넘치게하는 하수구 벽같은거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욕조를 그들은 자구찌라고 불렀으며 나의 예산으로는 빌릴수있는집이 아니었다. 아파트단지에 엄청나게 크게 잘 지어놓은 야외 수영장을 볼때마다 일상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사람들(완벽히 주관적인)이라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부동산언니가 옆에서 타이베이지도를 펴더니 퍼즐처럼 구역을 나눠서 특징을 설명해줬다. 방향치인 나에게 중국어로 지명을 말해봤자 뒤돌아서면 잊어버릴것이 뻔했으므로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전 집에 욕조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IH말고 가스렌지가 좋아요. 라면이 더 맛있게 끓여지거든요. 아, 고양이를 키울 수 있어야해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타이베이시 안에 온천이 가까운 동네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럼 거기로 가죠"


그곳은 조용하고 나무가 많았으며 하천이 흐르는곳에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하천옆 맨홀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달걀썩은듯한 특유의 온천냄새가 났다. 그 안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얼굴이 탈까 꽁꽁 싸매고 조깅하는 아주머니, 그 옆에서 기공을 연습하는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에서 도보로 다닐 수 있는 집은 구하기 힘들어요,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하셔도 괜찮으세요?"

"네, 이 근방에서 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베이토우(北投)라는 동네에 둥지를 틀게되었다. 이삿짐을 실은 컨테이너가 슬금슬금 바다를 건너 도착할때까지 텅 빈 집에서 무료함을 달래기에는 이 자유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평소에 벼르던 운동하기,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그때까진 아직 우스웠던) 중국어 배우기, 그리고 베이토우의 온천을 찾아서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서 버스 한번 타면 10분안에 도착하는 이 두곳의 온천은 동네 목욕탕같이 다닌다. 밤늦게까지 친구랑 수다떨다가 혹은 술마다시다가 내키면 가볍게 수건 한장에 보관함에 쓸 20엔을 주머니에 넣고 목욕을하고 온다.
인원수가 많을때는 같은곳에서 꽤 맛있는 식당도 운영하므로 중국레스토랑 특유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식탁에 앉아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입장권을 덤으로 받아 몸을 담그기도 한다.


川湯溫泉養生餐廳 천탕온천
https://goo.gl/maps/4XefdFKTRrN2
노천온천이 있다. 수영복안입어도 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남자애들은 안데리고 가는 편이 좋다. 두명의 유럽친구들을 데리고 갔다가 욕탕안에서 욕봤다는.. 그날저녁 분(?)해서 잠을 못잤다고했다. 게이분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소문을 후에 대만친구한테 들었는데 과연 사실인지?!. 어쨌든 두고두고 친구에게 원망의눈빛을 받은곳. 여자애들은 다 좋아했다. 물이 42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 뜨겁다. 단골아주머니들이 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 뜨겁게시원한걸 좋아하시는듯하다.


皇池溫泉御膳館 황지온천
No. 42之1號, Lane 402, Xingyi Road, Beitou District, Taipei City, 112
02 2862 3688
https://goo.gl/maps/ETz7BCSLs5C2

천탕물이 너무 뜨거워서 깨갱하고 옮긴곳. 바로 옆에 있는 온천인데 본관 별관으로 나뉘어져있다. 수영복입는곳, 없이 이용하는 곳으로 나뉘어져있다. 여기서 파는 전복죽이 엄청 맛있다. 혼자서는 다 못먹으므로 욕탕에 들어가기전에 테이크아웃용으로 주문을 하고 집에가져가서 먹곤한다.



VILLA 32 빌라32
No. 32, Zhongshan Road, Beitou District, Taipei City, 112
02 6611 8888
https://goo.gl/maps/kEQs1SNFPA22

이곳은 회사손님을 접대하거나(내돈 안써도 될때) 일본의 고급여관같은 온천에 가고싶은 친구들 왔을때 가는곳.
목욕하고 스파에서 맛사지받고 레스토랑에서 밥먹고 나와서 근처에서 산책하면 인생 뭐 별거 있나싶다.



매거진의 이전글대만엔 예스진지만 있는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