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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do Feb 20. 2018

타이페이에서 더 북쪽

올해 대만의 구정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서 6일을 쉰다. 연휴 마지막 전날, 친구네랑 타이페이에서 좀 더 북쪽으로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대만에서는 매해 구정을 쇠고나면  집근처 절이나 산에 가볍게 나들이를 가는 풍습이 있는데 매년 운수가 좋아지는 방향이 다르다고한다. 올해는 북쪽이 좋다니 대만 최북단의 등대에 갔다가 근처 수산물시장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직 연휴가 끝나지않아 차가 많이 막힐거같아서 점심먹고 느긋이 차 한잔을 하고 두시쯤 집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산속 좁은 길을 돌아서 북쪽으로 향했다.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꽃분홍색의 벚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었다. 길가에 트럭을 세워놓고 생화를 파는 아저씨,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펼쳐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이 창가너머로 보였다. 날씨가 화창한 이르지도 늦지도않은 오후, 모두들 우리같은 생각이었는지 양명산안쪽의 벚꽃이 있는 절을 지날 때는 차가 많이 막혀 도통  앞으로 가지를 못했다. 이차선 도로에 오갈데없이 갇힌 우리는 멀리서나마 막 피어난 벚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문득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막대기를 들고 주차유도를 하는 모습이 웬지 어설프다싶어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 주변에 주차장이 없는 탓에 절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자기집 주차장이나 공터를 임시로 장소를 제공하고 용돈을 번다고했다. 요령은 없어도 열심히 막대기를 흔드는 모습이 귀여워보여서 눈웃음이 났다. 좀 비싸게 받아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바가지 씌우는 사람없이 다들 나름 즐겁게 그들만의 일상을 보내고있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그들에 대한 친근함이 모여서 대만을 좋아하는것임을 나는 안다.


절을 지나치니 차가 하나 둘 뒤로 빠지고 우리는 다시 목적지로 향해 달렸다. 큰 연을 바닷가에서 날리는 사람들, 해변에서 사진찍은 커플들등 모두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듯했다. 그렇게 한시간반을 달려서 우리는 부귀각 등대( 富貴角灯塔)에 도착했다.


사진: google map

富貴角灯塔
253 新北市 石門区
02 2638 1049
https://goo.gl/maps/8NfHSXgzkFq


대충 차를 버려두고 우리는 등대로 향했다. 날씨가 화창한 봄날씨같아서 소풍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갈대는 가을날씨에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길목내내 바람에 흔들렸다. 허브에 취미가 있는 친구는 잡초로 보이는 온갖 풀들이 약초라며 반가운듯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 google map

등대 안은 생각보다 훨씬 아담했지만 무척 관리가 잘 되어있는듯했다. 등대 안 전망대앞에 나있는 풀잎들이 싱그러웠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그들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여기까지 온김에 해변까지 걷기로 했다. 날씨가 풀려서 운이 좋으면 녹색이끼가 낀 화산석을 볼 수 도 있다고 했다. 바닷가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화산석도 보기 드물지 않나 싶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생기고 죽기를 반복한 겹겹의 층으로 쌓인 이끼가 잔디같이 보인다고했다.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한 삼십분쯤 걸었더니 눈앞에 정말 녹색잔디밭 비슷한게 해변가에 맞닿아 있었다.  


老梅緑石槽
253, New Taipei City, Shimen District, 老梅里
https://goo.gl/maps/k3s7GGC52Dy

가까이서 보고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바빠졌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바닷가의 잔디밭은 멀리서 볼때보다 더 황홀했다.  화산석이라더니 정말 바닥이 딱딱했고 돌틈사이로 물들이 흡수되지않은채 고여있었다. 이곳 바로 뒷쪽, 내가 서 있던 곳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인데 바다 사이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넔을 놓고 계속 바라봐도 질리지않았다.


그냥 막 찍어도 예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 몇번 와 본적 있는 대만 친구는 배가 고프다며 우리들을 뒤로 하고 벌써 수산물시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친구가 말한대로 그다지 크진않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싱싱한 해산물을 갖춰놓은 가게들이 스무군데쯤 들어서있었다.

富基漁港観光漁市
253, New Taipei City, Shimen District, 富基里
02 2805 8476#294
https://goo.gl/maps/wMAXgVTgbny


대만어로 말하는 통에 전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몰랐지만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마다 전복이랑 왕새우, 조개, 이 근방에서 잘 잡힌다는 생선들이 생선가게 아저씨의 손에 잡혀올라왔다. 동그란 플라스틱 통안에 이것들을 모두 넣고 캐리어에 담더니 옆에 서있는 아들에게 건네준다. 그러자 꼬마애가 우리를 보고 " Follow me!" 라길래 졸래졸래 뒤따라가니 여럿 들어서 있는 식당의 한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플라스틱통을 스태프에게 건네주었다. 이 모든것이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었지만 하나하나 튀겨먹을지 구워먹을지 혹은 국으로 할지 정하는것도 일이었다. 엄청난 양의 일회용기가 쓰여지는 것이 약간 마음이 불편하긴했지만 일단 주문이 끝나자 요리된 음식이 기다렸다는듯이 바로바로 나왔다. 그리고 엄청 맛있었다.


감쪽같이 사라짐

味味餐庁 代客料理
253, New Taipei City, Shimen District, Fenglin Road, 27號號
0930 064 180
https://goo.gl/maps/b95Pntjf4eS2


그렇게 흡족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지만 차만 안막히면 한시간정도면 돌아갈 수 있는 거리여서 부담이 없었다. 게다가 다음날도 쉬는 날이 아니던가. 해외로 여해을 가면 항상 마지막날 더 쉬고 싶은 마음에 아쉬워하기마련인데 이런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기분이 좋아보였다. 새해 첫 여행이 순조로웠으니 올 한해도 그럴거라는 대만친구의 덕담이 더없이 믿겨지는 나의 지조없는 아디덴티티가 신년을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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