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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추억들

영국, 테너리프 그리고 파리에서.

by Podo


#1 미국사람인 그녀와 영국사람인 그가 만나서 결혼을했다. 그리고 그녀는 영국의 오래된 성에서 결혼식을 하고싶었다.


뭔가 비현실적이게 예쁜 성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그들을 축하해주고, 오후 1시부터 밤 1시까지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졸고(영어로 대화하면 기빠짐) 그렇게 12시간을 버티었더니 DJ아저씨가 갑자기 불을 확 켜고 이제 끝났다고 가란다. 졸다가 뒤통수 맞은듯한 정신으로 성밖의 출구를 향하는데 평소에 안신는 하이힐덕에 발이 너무 아팠다. 취해서 그랬는지 추워서 그랬는지 택시를 여기로 데려오라는 주문을 해댔고 남편은 이 지하창고에 차가 어떻게 들어오냐며 나를 뒤에서 밀어주었다. 걷고 또 걸어서 눈앞에 대문이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이제 다 왔네!"라고 외치는 순간, 어디에선가 조랑말 두마리가 달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면서 내 눈앞을 영화의 한장면처럼 지나쳐갔다. 너무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말 두마리가 신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주인도 없이, 둘이서 즐겁게 당연한듯 달렸다. 덩달아 나도 무척 기쁘고 기분이 좋아졌다. 예상하지못한 광경에 술이 확 깬 나는 성에서 결혼하니까 엄청 좋네! 라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 당근을 좀 가져올껄(말 좋아함)라는 후회를 하며(취했음) 택시를 탔다. 남편은 술취한 말이 한마리 더 있네하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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