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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another new life

by Podo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안.

아빠가 돌아가신지 두달이 조금 넘은 오늘.

그날 내 삶의 색이 변했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울고있는 나를 미러넘어 안타깝게 바라보는 운전기사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흐느껴 울어본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때 난 타이페이를 떠나게될것임을 알았던것같다.


그리고 며칠 후 당연하다는듯 홍콩으로의 이주가 결정되었다. 한국에서 가족을 추스리고 있는 나에게 전화너머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이 안쓰러워 두말않고 가자고했다. 아빠가 돌아가시지않았다면 대만을 떠날일도 없었을거야. 미안해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49재가 끝나고 일본에 갔다.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동생은 베트남으로 나는 오사카로 갔다. 엄마랑 둘이서 아빠랑 같이 여행하던 곳에 다녀왔다. 술도 마셨다. 난 담배를 다시 피웠다. 일본은 흡연자에게 아직 친절한듯했다.


엄마를 후쿠오카공항에서 서울로 보내고, 대만으로 돌아왔다. 이미 내 집같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놓였다. 익숙한 물건들이 익숙한 장소에 먼지를 품고 조용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고양이를 안고 하루종일 잤다. 그리고 또 담배를 피웠다.



다음날 아침, 자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노브라에 헝크러진머리로 문을 열었다. 택배이거니 했다. 눈앞에 정장을 차려입은 서양인 아저씨 두명이 날 보고 헬로하고 웃는다. 그 와중에 니하오가 아니네하고 생각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게 서있는데 명함을 준다. 그러고보니 어제 남편이 국제이삿짐 회사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말했던게 기억이 났다. 맨발에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서 있는 내 모습과 대비되어 웃음이 났다. 혹여나 남편이랑 아는 사이가 아니길 바랐다.


그들은 친절했다. 미친 홍콩의 월세이야기도 들었고, 티비수납장은 가져가도 둘데가 없을 거라고 조언도 해주었다. 가져가서 구겨넣거나 그래도 안되면 부자한테 팔거라고 했더니 키득거렸다. 집안을 구석구석 다 보여주고, 오년전에 들어봤던 비슷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비싼술은 빨리 마시거나 직접 가져가라고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은 진행되어갔다.


아직 풀지않은 여행가방이 두개가 있다. 대충 꺼내서 빨래를 돌리고, 작은 가방에 홍콩에 갈 짐을 챙겼다. 고양이가 들어가 앉는다. 자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그녀는 알까? 너도 곧 우리랑 여기를 떠나는거야. 혹시 이미 알고 있었니?


시간이되어 그녀를 꺼내고 짐을 마저 쌌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다. 고양이밥을 주고 물을 가득 채웠다. 환기를 시키고 더운 대만의 여름을 느꼈다.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공항시간에 맞춰 일찍 왔나보다. 그의 짐을 챙겨 같이 택시를 탔다. 모든게 울고싶은만큼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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