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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Sep 30. 2015

꽃으로 태어났는데

한 번쯤은 피어봐야지


딱 이맘때였다. 개강한지 얼마 안돼서 막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학문관 앞을 지나가는데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빗자루를 쓸고 계셨다. 마침 채플이 끝나고 대강당에서 벗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람은 차가운데 햇살은 따뜻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파란 하늘에 흩어지고. 어쩐지 그 광경이 참 좋아서 한참을 보고 있는데 문득, 아주머니의 말씀이 들렸다.


"아유, 예쁘다.. 꽃같이 예쁘네."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짠하고 따뜻하고 또 먹먹했다. 갑자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는지 구김 하나 없이 정갈하게 다려진 파란색 유니폼이 문득 눈이 부셔서 그랬는지 "느그들도 한 번쯤은 피어봐야지. 꽃으로 태어났는데" 하셨던 어떤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서 그랬는지,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꽃같이'라는 말이 괜한 위로가 됐다는 사실이다. 참 예쁜 말이다. 꽃처럼 예쁘다. (Sep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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