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불행과 행복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다.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어디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것처럼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에요”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두 개의 영역이
완전히 독립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야 두 영역이 공존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히들 이렇게 생각한다.
불행과 행복은 하나의 척도에 있다고.
덜 불행해지고, 조금 덜 불행해지고,
그것보다 조금 덜 불행해지면
행복에 닿을 것이라고.
그 정도가 조금 덜해지고, 덜해지고,
덜해져서 불행의 조건이 완전히 사라지면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근데 내가 생각하는 그림은 이거다.
불행과 행복이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그래서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고민이 없다고, 걱정이 없다고, 문제가 없다고
반드시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반대로 불행의 조건이 많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닐 터다.
고민이 있어도, 걱정이 있어도, 문제가 있어도
어쨌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조금 덜 불행해지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내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치우기에 바빴다.
이것만 끝나면 좀 나아지겠지,
이것만 해결하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 때의 내가 어쩐지 안쓰럽다.
그 시간에 차라리 행복의 영역을
조금 더 키워줬으면 좋았을걸.
덜 불행해지지 말고 더 행복해질걸.
(Sep30,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