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아프지 마라
친구가 좋은 글 하나를 보내줬다.
그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면, 우린 외로워도 행복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제 이름도 성도 모르시겠지만, 제가 언제나 외로워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답장을 보냈다.
내가 맨날 생각하던 거야. 위로는, 덜 외로운 사람이 더 외로운 사람을 안아주는 거라고.
심리학 용어 중에 '바넘 효과'라는 게 있는데 이게 진짜 재밌다.
* 바넘효과(Barnum effect): 성격에 대한 보편적인 묘사들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심리학용어사전,2014)
그러니까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심리적 특징을 나만의 것이라고 믿어버린다는 거다. 심리테스트를 하다보면 '와 이거 완전 나잖아 소오오름...!' 할 때가 많은데, 알고보면 선택지에서 오렌지주스를 고르든 커피를 고르든 우유를 고르든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거라는 사실.(아마 오렌지주스를 고른 사람의 결과는 '겉으로는 밝아보이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뭔가를 고민하고 있군요'일 테고, 우유를 고른 사람의 결과는 '스스로에게 비판적일 때가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주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습니다'일 거다.)
우리는 조금 더 특별해지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노력하지만, 적어도 외로움 앞에서는 모두가 다를 바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이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된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외로움이라는 감정만큼은 외롭지 않다는 게 또 새삼 다행스럽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연약한 주제에 가끔은, 고요한 저녁을 밝히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또 새삼 놀랍기도 하고.
아무튼 또 가을이다. 부디 - 아프지 맙시다. (Oct16,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