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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Sep 28. 2015

사막의 밤

별을 보기 위한 두 가지 조건

카파도키아에서 밤을 지냈던 적이 있다. 터키의 밤은 예뻤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나는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에 잠시 몸을 떨었다. 숨을 멈추고 모래알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로 눈 앞에 마주했다. 그건 정말이지 아름다운 경험이 맞았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별을 보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기에. 


하나, 건조하고 쓸쓸한 곳에 자리할 것
둘, 어둡고 캄캄하고 추운 밤을 기다릴 것


요즘 나는 사막의 밤 중에 있는 것 같다. 매일이 서늘하고 건조하고 어스름하다. 아무리 맘을 다잡아도 자꾸만 앞이 뿌옇다. 가도 가도 줄곧 평지만 보이니 더욱 다리가 아프다. 말하자면, 별을 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무작정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보다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을 기대하려고 한다. 충분히 어둠을 견디다보면 어느새 별이 뜨겠지. 쏟아질 듯한 별을 바로 눈 앞에 마주할 수 있겠지.


사막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여전히 반짝이는 별도, 그곳에 여전히 살아있는 우리도. (Sep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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