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순간
어제 저녁, 패디큐어를 바꿨다. 발톱에 빨간 단풍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여름 내내 신고 다녔던 샌들을 습관처럼 또 신고 나왔다. 뜨거운 햇살 아래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민소매를 입은 사람의 손에 들린 가디건을 보면서, 그리고 바로 내 발에 공존하는 가을과 여름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벌써 또 다시 계절의 경계에 들어섰구나.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일 년에 네 번씩 꼬박꼬박 마주하게 되는데도 이상하게 매번 낯설다. 매번 계절을 타고 또 매번 감정의 줄타기를 한다. 사실 경계라는 순간이 그렇다. 어쩐지 아슬아슬하고 불안하다.
열 아홉살에서 스무 살이 될 때에도 그랬고,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있을 때에도 그랬고,
여행 중에 처음으로 국경을 넘을 때에도 그랬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순간이 아주 짧았고 결국에는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굳이 빨리 지나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나갔다. 굳이 내가 힘을 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봄이 오고 또 가을이 오고 하는 것처럼.
사실 경계라는 순간이 그렇다. 금방 지나간다. 결국 다 지나간다. (Sep23,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