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doal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미 Sep 23. 2015

계절의 끝에서

경계의 순간

어제 저녁, 패디큐어를 바꿨다. 발톱에 빨간 단풍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여름 내내 신고 다녔던 샌들을 습관처럼 또 신고 나왔다. 뜨거운 햇살 아래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민소매를 입은 사람의 손에 들린 가디건을 보면서, 그리고 바로 내 발에 공존하는 가을과 여름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벌써 또 다시 계절의 경계에 들어섰구나.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일 년에 네 번씩 꼬박꼬박 마주하게 되는데도 이상하게 매번 낯설다. 매번 계절을 타고 또 매번 감정의 줄타기를 한다. 사실 경계라는 순간이 그렇다. 어쩐지 아슬아슬하고 불안하다.


열 아홉살에서 스무 살이 될 때에도 그랬고,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있을 때에도 그랬고,

여행 중에 처음으로 국경을 넘을 때에도 그랬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순간이 아주 짧았고 결국에는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굳이 빨리 지나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나갔다. 굳이 내가 힘을 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봄이 오고 또 가을이 오고 하는 것처럼.


사실 경계라는 순간이 그렇다. 금방 지나간다. 결국 다 지나간다. (Sep23, 2015)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목소리가 들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