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doal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미 Mar 17. 2020

평범한 일상도 언제쯤 그렇게

재택근무 일주일 차의 단상


재택 근무 일주일 차.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힘들었는데 이조차 적응이 된다는 게 새삼 놀랍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머리가 아프면 피아노도 치고 내키면 책도 읽는다. 정 답답하면 잠깐 산책도 갔다가 또 너무 지루하면 온갖 심리테스트도 했다가(내 식물은 곰 발바닥이고 나는 졸고 있는 모찌떡이며 홀로서기를 좋아하는 땅콩빵이다) 업무 일지를 쓰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그냥 그렇게 7일치 오늘을 살았을 뿐인데 어느새 3월이 됐다. 매일의 안전을 챙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꽃도 피고 봄도 왔다. 고장난 버스 알림판을 볼 때처럼 - 대체 언제 오려나 몇 번씩 시계를 들여다 보고 혹시나 안 오는 건 아닐까 초조해 하고 발 동동 구른 것도 아닌데 알아서 거짓말처럼 봄이 와 줬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평범한 일상도 언제쯤 그렇게, 봄처럼 다시 와 주려나 싶어서. (Mar17, 2020)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맞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