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한입거리

너무 시끄러운 물속

by kaya

언니의 호흡은 아주 천천히,

이불을 들었다 놓았다

마치 꿈속에서도 누군가에게

계속 말을 거는 사람처럼


나는 그 리듬을 눈으로 좇다가

조심스럽게 등을 돌려 누웠어

사랑하는 사람의 숨소리에 등을 보이는 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표현이었는지도 몰라


깨울까 생각했어

지금 말하면 들릴까,

어쩌면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해 줄까 하는

작고 어리석은 기대 같은 거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어

그날 밤만 그런 밤이 아니었고,

그 말만 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수없이 많은 순간에

말하지 않았고,

수없이 많은 장면에서

그냥 옆에만 있었다


표현 없이도
내 안 어딘가에 오래 잠기는 물결

하지만 그건

나만 잠수할 정도의 깊이였을 뿐야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손끝이 떨렸고

눈꺼풀 안쪽이 뜨거웠어

그 사람의 숨결이 이불 위로

계속 나를 흔들었으니까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