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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Sep 12. 2022

막무가내 상사와의 3년

MZ직장인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경제학'이라는 전공의 장점 중 하나는 소위 '마이웨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영학과 학생처럼 팀플을 할 필요가 없다. 고등학교처럼 교수님이 칠판에 그래프를 그리며 수업을 하고, 공부는 혼자한다. '어른'의 인간관계, 꽤 쉽다고 느꼈다. 회사라는 공간에 던져지자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숨겨져있었을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차, 회사 생활 적응이 느린 나에게 한 상사는 '그만둘거면 빨리 그만두라.'고 말하며 비수를 꽂았다. 내가 담아둘 교훈이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성향이어서 크게 상처받지 않았던거지. 웬만한 사람이었으면 위압적인 말투와 문장에 밤에 눈물을 흘렸으리라. 번아웃과 혼자만의 소용돌이에 갇혀있는 나와 그런  'MZ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상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만약 회사에서 만나지않았다면 이미 연락을 끊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3년차, 원수는 대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우리는 결국 책임자와 담당자의 관계로 다시 만났다. 나에 대한 선입견에 심드렁하던 책임자는, 일의 데드라인에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과 작은 일이라도 진심을 담아 일하려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변화는 일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았다. 나 또한 막무가내라고만 생각했던 책임자의 모습 뒤에 숨어있던 섬세한 업무처리 방식을 보았고, 그안에서 또 책임자의 여린 마음과 이타심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박혜윤작가는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에서 동네의 한 보수주의자 이웃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옆집에 트럼프 깃발이 걸린 다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춰야 할 때도 많지만 나는 그들을 틀린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대한다. 모든 개인은 그 사람의 정치적 주장보다 더 복잡한 존재라는 걸 기억한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

물론 나는 여전히 나에게 당연하고 편안한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웃집 친구를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속한 세계가 유일하다는 확신이 느슨해졌다. 좋은 사람, 좋은 삶을 위해 무조건 정해진 단 하나의 정치적 입장, 태도, 지식, 교육, 삶의 방식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숲속의 자본주의자.박혜윤 저

만약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몇년도 전에 상사와의 연은 끊겼을 것이다. 지금도 서로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인정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동료로서의 정을 느낀다.


내가 회사를 다니지않았다면,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만을 고집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반쪽 세상을 살며 더욱 더 편협해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하며 지역의 맛집, 역사 그리고 많은 종류의 대화와 농담을 하며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생각치못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그 중 몇가지는 내 삶을 바꿀정도로 크다. 박혜윤 작가처럼, 그와 소통한다해서 내 가치관과 인생의 방향이 통채로 흔들리지않는다. 그저 이 세상의 나머지 반의 사람과도 함께 손을 잡고 즐겁게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런 대화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그러한 지식들은 나의 생각을 현실에 옮길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그래서 회사는 나에게

근로소득을 버는 일터임과 동시에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커뮤니케이션 지식와 경험을 쌓는 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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