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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Dec 02. 2022

미니멀라이프하기 좋은 도시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해운대가 보이는 부산 '시골'바다에서 노후를 즐기고 싶다는 서울사람의 글이 인터넷 인기유머글로 여기저기 퍼진적이 있다. 과연 부산은 소소하고 느린 삶과 어울릴까?


2021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2600만여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머나먼 부산은 시골일 것이다. 작은 공업도시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나에게도 부산은 '도시'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시골'의 풍미가 느껴지는 곳 이다.

  

신발끈을 푼 채로 살 수 없는 곳

서울의 지하철에선 사람들이 무채색의 표정을 지은 채 급한 걸음으로 지나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큰 도시 속에서 나의 모습이 더더욱 작게 느껴지곤 한다. 반대로 부산 지하철은 사람의 정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풀린 신발끈을 묶기가 귀찮아서 끈을 흔들거리면서 걸어다니면 누구든 내 신발끈이 풀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던 할머니는 가족에게 말을 걸듯이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시간을 묻는다.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지금이 몇시인지알려준다.


부산 사람들은 본디 애살있고 정이 깊다. 전쟁통에 각지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터전을 공유했던 유전자가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작은 도시일수록 시골일수록 소소한 정이 많을 것 같은게 상식이다. 하지만 더 작은 도시에서 살다온 나에겐 소도시도 서울도 그저 타인에게 무관심한 차가운 도시였다. 부산은 자연스레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진정한 '시골'이다.


느리지만, 적당한 속도

서울에 비해서 분명히 시골인 부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에겐 미니멀라이프를 즐기기에 최적인 ‘적당한’속도를 가진 도시이다. 쉑쉑버거, 이케아 등 외국에서 새로들어오는 브랜드의 경우 서울보단 느리지만, 정착이 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면 부산에도 지점이 생긴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남포동트리축제, 부산불꽃축제, 부산지스타 등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는 부산은 마치 유럽의 스페인과 같은 느낌이 든다. 스페인은 축제가 열리지않는 날이 없다고 할 정도로 대도시에서는 물론 각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도 고유의 축제들이 이어진다고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큰 나라는 아니지만, 그만의 특색있는 축제들과 사람이 어우러져 행복한 나라, 스페인을 부산은 닮았다. 너무 단조롭고 조용한 것 보다는 '적당히' 북적거리는 것도 좋은 젊은 미니멀리스트들에게 부산은 제격이다.


미니멀라이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라

부산의 집값은 서울의 반토막이다.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 최고 거래가가 26억이라면, 부산의 재건축아파트계 조상인 삼익비치아파트의 최고거래가는 10억이다. 낮은 집값은 집때문에 억지로 더 일할 필요를 없게 만들어준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꼭 서울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책‘ 파이어족의 시나리오’의 저자 바호님은 제주에서 보낸 1주일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외식이나 쇼핑을 크게 즐기지 않기에 집 근처 시장과 마트만으로 충분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점, 배송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진 점이 서울에 남아있어야할 이유를 없애줬다고 한다.


부산은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있단 이유로, 집값의 상승에 한계가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부산은 나에겐 미니멀라이프를 꾸리기 좋은 도시이다. 서울이었으면 꿈꾸기 어려웠을 내집마련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온전한 내 집 안에서 미니멀한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어쩌다, 부산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부산은 느리면서도, 정이 넘치고, 활기차서

20대 직장인인 나에게 딱이여서

떠나고 싶지 않았던게 본심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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