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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an 11. 2022

우리 동네 여행하기

MZ직장인의 미니멀 라이프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먼 나라의 정보는 얻고 있으면서
 자기 지역에 대한 정보는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 지역의 일을 아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 아닐까요?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아즈마 가나코

나는 과거, 현재, 미래 중, 미래에 사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의 고통은 그렇게 정당화되었다. 하나의 시험을 통과하거나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성취감의 감정은 사그라들고 공허함만이 남는다. 반나절도 가지 않는 성취감을 위해 현재를 불태웠다. 공허함을 해결할 방법은 다시 새로운 목표를 찾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 아래 다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떠나곤 했다.


2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동네로 이사온지 2년이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동네를 돌아보지 못했다. 언제나 미래에 살고 있어서 현재 눈앞에 보이는 작은 존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변하지 않았으나, 바라보는 나의 눈이 변했다. 나의 마음이 위치하는 구간이 변했다. 구석구석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올 곳이 바라본다. 아래에서 말할 우리 집 근처의 모습들은, 부끄럽지만 근 2년 동안 알지 못했던 것 들이다.


집 근처 온천천에서 강물이 흐르고 있다. 부산 금정구 금정산에서 발원하여 동래구, 연제구를 지나 마침내 수영강으로 흘러내려가는 지류이다. 주말엔 시민들이 맨몸 운동과 경보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평화로운 모습을 본다. 카카오 바이크를 타고 온천천을 따라 수영강이 이어지는 구간까지 달린다. 수영강에 다다르기 직전 나를 반기는 수영구임을 가리키는 표지판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수영강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부산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도착한다.


근처 장애인복지시설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버스로 10분 거리에는 시립도서관이 있다. 우리 구의 다섯 개의 작은 도서관에서 책 대차 이용이 가능하다. 미리 연락만 하면 더 멀리 있는 작은 도서관의 책도 가까운 작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 출근과 퇴근을 하는 지하철역에는 자판기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 출퇴근을 하며 자판기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대출 가능한지 확인하거나, 새로운 책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이다. 작은 도서관, 시립도서관, 빌리 돌리 북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지하철 역사 내 빌리돌리북 도서관

지하철역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에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 숲길에선 1시간 정도의 등산이 가능하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해먹던 브런치 스타일의 샌드위치 가게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또 다른 방향으로 10분을 걸으면 전통시장이 있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 서서 사 먹는 유명한 수제 순대집이 있다. 여러 개의 저렴한 시장 칼국수 집이 있다. 이 모든 게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발견한 즐거움들이다.

행복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를 높이라는 한 심리학 교수의 말이 있다. 작은 행복의 경험이 내일을 버틸 힘을 만든다고 한다. 지금 이 동네에는 내가 발견한, 그리고 발견할 작은 행복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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