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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an 07. 2023

취향은 힘이 없다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퇴근 후 저녁,

스트레스가 쌓인 하루를 풀어주는 건

오징어땅콩 한 봉지. 그리고 예능 ‘나는 솔로’다.


어릴 적, 견과류를 싫어하는 나에게 오징어땅콩은 ‘불호, 워스트 1위 과자‘였다. 어른의 외로움, 평범성 같은 것에 대한 공감도 생각도 없었기에 일반인이 출연하는 실제 연애 프로그램은 왠지 불편하기만 했다. 아니 싫어서 치를 떨었다. 지금은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 휴식과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 취향은 그만큼이나 나약하고 힘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것 사이에 칼처럼 날카로운 선을 두고 살았다. 그리고 그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무언가를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때는 그렇게 흑백을 철저히 구분하는 삶이 꼿꼿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취향’이 없다. 나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취향이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매년 새로운 사건과 상황에서 전에 없던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것인가?, 그땐 맞고 지금이 틀린 것인가?’ 혼동이 온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일 뿐인 것을.


무언가를 시도해보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어도 예전보다 조금 덜 불안하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무엇을 느낄지 예상할 수 없기에 나에게 맞지 않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불안할 수 없다.


그렇게 조금씩 유연해지고, 편안해진다.

그래서 나는 취향이 없는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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