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MZ세대 트렌트 중 하나는 ‘오운완’(오늘운동완료의 줄임말)이다. SNS를 통해 운동한 사진이나 기록을 타인과 활발하게 공유한다. 그러나 MZ세대 직장인인 내가 운동을 시작한것은 오운완도, 인스타그램때문도 아니다. 좀처럼 낫지 않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해결할 결심으로 사용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첫 헬스장 방문은, 처참히 실패로 끝났다. 쿵쾅거리는 노랫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우렁찬 쇠질소리.
‘내가 미쳤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곳은 나와 맞아보이지않았다.
의사선생님과 상의없이 끝낸 단약이 며칠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제 발로 다시 병원을 찾은 날 나는 생애두번째로 헬스장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헬스장을 향했다. 마치, 어미의 젖을 찾듯, 나의몸에 절실히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소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갔다. 그리고 지금 나는 10개월째 운동을 하고 있다.
몸이 견디는 것, 마음이 견디는 것
헬스장을 가기 전에는 마냥 걱정스럽다. 가는중에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순간까지도 귀찮고 피곤하다. 업무량이 많든 적든 오후 6시가 되면 파죽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보일러로 달궈진 따뜻한 집바닥과 맛있는 간식과 맥주. 수 없이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헬스장에 도착한다.
피곤이 점령한 몸을 이고 꿋꿋이 걷고 뛴다. 무게를 든다. 무게를 올린다. 29kg의 배낭을 메고 4,000km가 넘는 산을 묵묵히 걸었던 영화 ‘와일드’의 실제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처럼 나의 등에도 30kg의 무게가 짓눌러 내린다.
달리 무언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죽겠다. 미쳤다.’와 같은 말이 반복되거나, 무의식 중에 감추고 싶은 과거 모습들이 파편적으로 떠오를 뿐이다. 왜 이 곳에 있는지조차 나중엔 잊어버린다. 그렇게 나를 감싸던 죽음의 그림자가 아령의 무게에, 런닝머신을 뛰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짓눌린다.
헬스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
'흘러가게 둔 몸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가.'
운동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역시 헬스장을 가기 잘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몸과 영혼 사이가 조금 더가까워져 일체감이 든다. 이제야 온전이 ‘나’라는 확신이 생긴다.
분명 내일은 근육이 아프고, 그 다음날은 더 아플 것을 안다. 그러나 사흘째, 어김없이 몸은 회복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안다. 아플 걸 알면서도 계속 해나가는 이유는 상처가 회복하면서 근육이 성장하는 순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문득,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회사에서 업무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운동 중 무게의 부하를 느끼는 것과 같다. 이후 적절한 휴식이 충분히 동반된다면, 업무의 괴로움과 어려움은 내 몸 속 성장의 상처를 남긴다. 즉 업무능력이 성장한다.
지금 보잘것없은 무게에도 쩔쩔맨다고 하여
그를 무지렁이라 비웃지 말라
새로운 무거움의 고통을 감수하며
하나, 하나, 바벨을 늘려가는 자만이
결국 새로운 세계를 견딜 수 있으리니!
-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