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결과가 아닌 과정을 선택한다는 것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하고도 공허한 마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무언가 목표로 삼고 달려나가 현재를 잊을만한 것이 필요했다. 그 목표는 더 높은 회사로의 이직이었다. 일과 공부의 병행은 쉽지않았고,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결과에 자아비판은 심해졌다. 휴식을 즐기지도 못하는 심심한 인생에 끝없는 번아웃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고 나서도 어느정도 이어가던 이직공부는 자연스레 손에서 놓게 되었다. 대신 지금껏 해보지 못하던 것을 해보았다. 전시회를 가본다던가, 전통시장에 구경을 하러간다던가, 동네 뒷산을 가본다던가. 그리 특별하지 않는 것들임에도 집에서 누워 스마트폰만 보는 세상에 조금씩 색깔이 입혀졌다.
남는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뭉개고 놀아보았다. 세상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돈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가치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떠날 곳이라는 생각에 조직 안에서도 늘 마음은 외로웠다. 직장인도 취업준비생도 아닌 변종으로서의 2,3년의 시간들은 나를 사무치게 외롭게 만들었다. 이제야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라는 곳에 땅에 발을 딱 붙이고 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현재에 대한 '만족'과 '감사'가 나를 찾아왔다. 행복은 큰 성취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아주 작고 소소하게 자주 찾아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조용히 나를 구제했다.
행복은 쫓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