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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an 20. 2023

MZ직장인은 영어대신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2023년 새해, 모국어를 아주 깊게 파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직장인들은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제2외국어를 공부한다는데, 나는 조용히 옆길로 샜다.


언어도, 미니멀라이프

글로 말을 하고 싶은데, 손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심하던 생각들을 문장으로 뱉어보면 웬 초등학교 1학년의 일기 같은 글이 탄생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반적으로 한 언어를 일상생활에서 구사하는 데는 1000여 개의 단어면 충분하다고 한다. 천 개의 단어로 하나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것에서 용기를 얻어 다른 언어공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정된 단어로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보다 한국어를 샅샅이 무너뜨려 벽돌로 만들고, 다시 그 벽돌로 나의 글이라는 집을 짓는데 관심이 있다. 진정 글쓰기의 세계에서 자급자족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는 소망이다. 초등 6년과 중고등 6년, 대학 4년, 취준 2년, 도합 18년의 제2외국어 공부의 생활에서 다시 1개 국어 사용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이는 미니멀리즘의 언어적 실천이다.


키포드에서 펜으로, 아날로그 라이프

좋아하는 작가들이 글쓰기를 주제로 쓴 에세이와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을 담은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에 ‘적용됐다 ‘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독서와 글쓰기 사이가 물과 기름처럼 묘하게 분리되었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글을 손으로 종이에 직접 꾹꾹 눌러서 써보며 문장을 해부하기로 했다. 일단 책 속 문장을 읽는다. 주어와 서술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구경한다. 문장이라는 거푸집에 내 생각을 어떻게 넣을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그다음, 그 문장을 잠시 머리에 임시저장해서 필사노트에 옮겨 적는다. 몇 구절 적다 보면 가져온 문장이 기억 속에서 끊긴다. 그때 순간적으로 나는 어떤 단어들로 문장을 이어갈지 고민해 본다. 그러고 나서 책으로 돌아가 문장을 바라본다. ‘역시, 작가는 평범치 않게 문장을 끝맺는구나’라고 감탄하며 이어서 문장의 뒷부분을 받아 적는다.


키보드로 쓰는 것보다 조금, 아니 많이 느린 필사는 문장을 음미할 시간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필사는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다. 펜을 들 때마다 잔잔히 가슴을 저리는 배움의 행복을 찾은 나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필사노트 쓰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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