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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Feb 04. 2023

편집샵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을 용기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편집삽방문이 누구에게나 소비로 귀결되지 않는다.

00단 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힙한 곳들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편집샵이 존재한다. 다양한 엽서사진, 비누, 액세서리, 컵과 그릇까지.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사려고 이 공간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니기에, 나에게 이곳들은 스치듯이 지나가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오르골과 아름다운 향이 나는 비누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잠시 망설이지만, 이내 마음을 접는다. 순간의 소유욕으로 나의 공간에 물건을 들여놓는 행위는 어느 순간 손쓸 틈도 없이 공간을 채워버린다. 조금만 비우는 것이 완전히 비우는 것보다 어렵다. 소소한 행복은 무조건 소소한 소비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온전히 내가 결정하는 소비

지금까지 편집샵에서 무언가를 사지 않아서, '그때 그 물건을 샀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일상을 뒤흔들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 사실이 어떠한 편집샵을 구경하든,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다지게 만들어준다.


'하나 정도 사야 되지 않겠어?'라는 왠지 모를 의무감에 소비해 왔다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동행한 사람들이 한 개, 두 개씩 물건을 짚는다. 구매를 권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밖에 살 수 없다며 부추기기도 한다. 결국 그 물건을 고르지 않아서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내 탓이 아니다. 사지 않겠다는 용기는, 때때로 사겠다는 결심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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